지난 주 오래전에 가르쳤던 제자의 가정을 방문하여 상담할 기회가 있었다. 상담한 가정의 아내와 남편은 서로가 하는 일이 많고 바쁘다 보니 함께 지쳐 있었다. 그러면서도 남편은 아내가 매사에 자신을 인정해 주지 못함으로 인한 속상함이 컸고, 아내는 남편이 능동적으로 경영을 이끌어가지 못함으로 인한 답답함이 있었다. 결국 이런 갈등은 남편은 아내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됐고, 아내 또한 일에 대한 기대에 못 미치는 남편으로 인해 우울한 감정이 커지게 됐다. 결국 서로가 원하는 기대와 요구가 충족되지 않는 일들로 인해 힘들어 하는 것을 보았다. 이들 부부에게는 남편과 아내로서의 삶이 무너져 있음을 발견하게 됐고 일보다 삶을 회복시켜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 부부의 갈등이 해결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로가 일의 성취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동안에는 부부의 삶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일에 대한 성취도 중요하지만 일에 대한 기대와 요구를 먼저 내려놓아야 한다.
그 일이 사회적 신분의 변화를 가져오고 최고의 명예를 얻는 일이라고 해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어떤 일도 부부의 삶에 우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에 대한 충족감도 내려놓아야 한다. 어차피 자기만족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울은 빌립보서 4장11절에서 “어떠한 형편에서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다”고 고백하고 있다. 스스로 족한 줄 알고 일과 나의 만족을 어느 선에서 내려놓을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내려놓으면 또 다른 힘이 나를 붙잡아 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 일 수 있는데 얼마 전에 이용규 선교사가 쓴 '내려놓음'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다. 미국 사회에서 미래가 보장된 사람이지만 학위, 명예, 미래적인 보장, 일을 다 내려놓고 몽골 선교사로 가게 됐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그를 세우시고 더 크게 일하시는 모습을 알게 됐다. 내려놓을 때 다시 세우셔서 또 다른 기회를 여시는 하나님의 일하심이 우리에게도 있어야 한다.
두 번째, 삶을 회복해야 한다. 삶의 회복은 사랑의 회복이다. 일의 성취도 중요하고 일의 작품성도 중요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두 사람만의 사랑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사랑은 감상이 아닌 능력이다. 갈등과 상처를 감싸줄 수 있는 힘은 오직 사랑뿐이다. 일의 욕구와 기대로 인해 부부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을 사랑으로 막아야 한다. 사랑의 삶이 회복될 때 모든 것을 참게하고 믿게 하고 바라게 하고 견디게 한다. 고린도전서 13장 7절에는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 말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사랑은 모든 것을 제한하지 않고 절대적으로 응답하는 능력이 있다. 이러한 사랑의 능력 있는 삶으로 회복되어야 한다. 일보다, 사회적인 신분 보다 소중한 것은 삶이요, 삶을 보다 윤택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쉼을 누려야 한다. 일과 삶을 윤택하게 해 줄 수 있는 힘이 쉼이다. 일이 없어서 계속 쉬는 것은 삶을 무기력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로 인해 삶을 빼앗기고 건강을 잃어버린다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쉼을 선택해야 한다. 일과 삶과 쉼은 항상 함께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학자 티머시 맥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미래는 시간 부족 사태가 온다고 했다. 초고속 열차와 비행기, 시공간을 뛰어넘는 인터넷이 등장했지만 사람들은 정해진 시간 안에 처리해야할 정보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일에 집착하게 되고 자연히 삶은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쉼은 더더욱 필요한 것이다.
천국은 쉼이 있는 곳이다. 영원한 쉼과 안식이 있는 천국을 이 땅에서도 누리면서 살아야 한다. 주님은 마태복음 11장 28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고….
[역경의 열매]
채의숭 - 대학 다니며 천막교회서 봉사(2)
유소년기의 신앙 교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떤 부모가 가장 훌륭한가. 좋은 습관을 갖게 해주는 부모다. 나는 좋은 부모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 드린다. 특히 어머니는 우리 형제의 자랑이다. 어머니의 철저한 신앙 교육은 인생의 소중한 자산이 됐다. 어머니는 신유의 은사를 받았다. 몸이 아픈 사람들은 병원에 가기 전 어머니를 찾아왔다.
“권사님,저 좀 살려주세요. 몸이 너무 아파요.”
어머니는 아주 침착한 표정으로 환자들의 아픈 곳에 손을 얹고 기도 드렸다. 그러면 참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기도가 끝날 즈음,환자들의 신음소리가 멎었다. 우리집은 항상 손님들로 붐볐다. 심지어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몸이 아프면 어머니를 찾아왔다. 어머니는 아주 인자하게 그들을 맞았다. 그리고 정성을 다해 기도해주었다.
“자,이제 교회에 나가야 되겠지요? 예수를 믿어야 건강과 장수의 복을 받습니다.”
어머니는 탁월한 전도자였다. 이런 방법으로 전도왕을 두 번이나 수상했다.
대천은 내 신앙의 텃밭이었다. 그렇지만 마냥 현실에 안주할 수는 없었다. 꿈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변화와 개혁,모험과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1960년. 대천농고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왔다. 꿈과 비전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희생이 필요하다. 삶의 한 부분을 과감하게 포기하는 용기와 결단이 요구된다. 나는 건국대에 지원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가난한 시골 소년을 위해 크고 비밀한 선물을 예비해놓으셨다. 수석으로 합격한 것이다. 4년 동안의 학비가 단숨에 해결됐다. 하나님의 섭리는 항상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
서울 낙원동에서 1학년을 보내고 2학년 때 성동구 모진동 캠퍼스로 옮겼다. 나는 과외를 해서 번 돈으로 동생들을 도왔다. 어차피 3남3녀가 모두 대학에 진학할 수는 없었다. 어머니는 장남 하나를 잘 가르쳐놓으면 그 덕을 형제들이 나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어머니는 참 지혜로운 분이었다.
대학 2학년 때,학교 앞 천막교회에 출석했다. 초라하기 짝이 없는 교회였다. 그곳이 바로 나의 영적 고향인 화양감리교회다. 나는 중고등부 교사와 성가대원,청년부장 등을 모두 맡아 열심히 봉사했다. 그때부터 내 인생은 순풍에 돛을 단 배와 같았다. 거칠 것이 없는 인생이었다. 하나님이 준비하신 인생의 로드맵에 따라 착착 앞길이 열렸다.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학사장교로 군복무를 마쳤다. 그리고 삼성에 입사,6년7개월을 근무하고 대우에 스카우트됐다.
나의 세 가지 꿈 중 가장 먼저 실현된 것이 대기업 사장이 되는 것이었다. 나는 1984년 대우 아메리카 사장을 맡았다. 이듬해 대의테크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부천에 크게 공장을 짓고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그때까지 나는 단 한 번도 십일조를 도둑질하지 않았다. 좀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거의 10의 3조를 드렸다.
“하나님,이제는 제 사업을 시작합니다. 교회를 100개 세우려면 사업이 잘돼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회사의 사장이 돼주세요.”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그러나 호사다마란 말이 있다. 회사를 설립한 해에 나는 큰 역경에 부닥쳤다. 참혹한 고난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내 인생의 첫번째 아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