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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라니기도 하고 오면 한 달이 든든해요”
‘원경스님과 함께하는 다라니 108독 108번 정진기도’ 현장
2017-03-07 어현경 기자
원경스님 집전으로 다라니기도가 진행됐다.
원경스님 집전으로 다라니기도가 진행됐다.
<천수경>을 외우느냐 못 외우느냐는 절에 열심히 다녔는지를 판단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절에 좀 다닌 불자라면 <천수경>에 실린 ‘신묘장구대다라니’ 정도는 눈 감고도 외운다. 산스크리트어를 번역하지 않고 소리 그대로 외우는 까닭에 정확한 뜻은 모르지만, 열심히 기도하면서 자연스럽게 외우게 된 것이다. 일명 ‘대비주’라 불리는 이 다라니는 관세음보살의 신묘한 공덕이 응축된 주문이다. 경전에서는 다라니를 수지독송하면 굶주리거나 고난에 빠져 죽지 않으며, 몸이 건강하고 재물과 음식이 항상 풍족하다고 공덕을 설명하고 있다. 다라니기도를 열심히 하는 불자들이 있어서 찾아가봤다.
서울 성관사 주지 원경스님(종회의원)이 주도하는 ‘신묘장구대다라니 108독 108번 정진기도’ 동참자들이다. 지난 5일 서울 보광사에서 열린 83번째 기도에는 180여 명이 모여 오전9시부터 오후2시까지 정진했다. 이들과 함께 다라니기도에 동참해봤다.
‘원경스님과 함께하는 신묘장구대다라니 108독 108번 정진기도’가 처음 시작한 건 7년 전이다. 제천 덕주사 주지 소임을 맡았을 때 2년간 철야정진을 하던 것이 계기가 돼 지금의 다라니기도모임을 만들었다. 원경스님이 주최하는 다라니기도 특징은 사찰순례와 다라니기도를 접목했다는 점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사찰을 다니며 순례도 하고 기도도 하는 1석2조 효과가 있다.
동참하는 불자들도 다양하다. 연령별로는 30대부터 50대 불자가 주축을 이루는데, 대입이나 각종 국가고시를 치러야 하는 수험생을 둔 엄마들이 상당수다. 사찰도 제각각이다. 성관사와 덕주사 신도는 물론 조계사 도선사 불광사 등 신도들이 참여한다. 대부분은 지인들로부터 다라니기도 가피에 대한 얘기를 듣고 온 불자들이다.
저마다 간절한 원을 갖고 참여한 이들은 법당에 들어서자마자 부처님께 공양을 올렸다. 가족 이름을 적은 초를 정성껏 켜고 조심스럽게 불단에 공양미를 올렸다. 기도에 앞서 원경스님은 “기도 하면서 다리 아프다 허리 아프다 하고 생각이 삼천포로 가기도 하는데 그 때를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며 “내 염불소리가 내 귀에 들리도록 큰 목소리로 염불하면 기도에 젖어들고 기도의 참맛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9시 원경스님 목탁소리에 맞춰 180여 명 대중들이 한 목소리로 다라니를 독송하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고성염불을 하는 스님의 기도에 힘을 받은 대중들도 큰 소리로 다라니를 독송했다. 기자 역시 배에 힘을 주고 있는 힘을 다해 다라니를 독송했다. 그러나 기도는 처음부터 순조롭지 못했다. 우선 대중이 다라니를 독송하는 속도를 맞추지 못했다.
눈으로 다라니를 읽으며 따라했지만 익숙하지 않은 탓에 혼자서 빨리 읽거나 아예 구절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발음도 정확하게 따라 하지 못했다.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다보면, 진언 몇 구절은 그냥 흘려보냈다. 그러다보니 매번 반복할 때마다 “끝까지 제대로 따라 읽자”는 원력 아닌 원력을 세워야 했다.
다라니를 외우는 불자들.
다라니를 외우는 불자들.
난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기도가 시작한지 30분 정도 지났을까. 턱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목소리도 갈라졌다. 아프다는 생각이 들면서 꾀가 났다. 물을 마시면서 한 숨 돌리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그러면서도 눈은 계속 시계를 향했다. 공양시간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했는데, 시계 보는 시간이 갈수록 빨라졌다.
기도를 시작한 지 1시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설상가상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앞서 다라니기도를 했던 불자들이 졸음 때문에 힘들다고 했을 때 왜 잠이 오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기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같은 소리를 지속적으로 반복해서인지 눈꺼풀이 자꾸 내려앉았다. 다라니를 외우지도 못하면서 눈이 감기니 자연히 놓치는 구절이 많아졌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보니 몇몇 불자들이 서서 기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앉아서 조느니 서서 기도하자는 마음으로 따라 일어섰다. 잠을 쫓고 집중해서 다라니를 읽다보니 길게만 느껴졌던 다라니 1독이 금새 끝났다. 어느 구절은 자연스럽게 외워져 독송집을 보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2시간50분가량 101독을 하고, 점심공양 후 나머지 7독을 마쳤다. 불자들은 수첩에 동참확인 도장을 받고, 스님에게 108염주를 만들 수 있는 염주 1알을 받는 것으로 기도를 회향했다. 딴전을 피우느라 놓친 구절이 많았던 기자는 개인적으로 남아 다라니를 몇 번 더 독송하고 기도를 마쳤다. 108독을 해냈다는 마음도 있지만 기도 내내 망상 피우고 집중했던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컸다.원경스님은 “기도를 한두 번 해서는 내게 맞는지 알 수 없다. 수십 번은 해봐야 한다”며 “집에 돌아가서도 꾸준히 기도하고, 간절한 발원이 있을 때는 기도시간을 늘여서 집중적으로 할 줄 알아야 한다”며 기도를 생활화 하라고 당부했다.
오랫동안 다라니기도를 해온 조희덕 불자와 안정열 성관사 신도회장(사진 왼쪽부터)
©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