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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주(soju)
12세기 십자군전쟁을 통해 증류기술은 유럽 곳곳에 전해진다. 스코틀랜드, 아일랜드에서는 맥주를 증류하여 위스키를 만들게 되었고, 프랑스에서는 와인을 증류하여 만든 브랜디가 탄생하게 된다. 동양에서는 13세기 페르시아의 회교문화를 받아들여 거대제국을 이룩한 원나라에 전해졌고, 징기스칸의 정복활동과 함께 아시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한반도를 침입한 원나라에 의해 ‘고리’라는 증류기가 전해져 우리나라에서도 소주가 처음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신비의 액체 ‘증류주’는 만병통치약 또는 불로장생의 비밀스런 명약으로 생명의 물(Aqua Vita)이라 불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약이란 의미로 약소주(藥燒酎)라고도 불렀다. 소주는 아라키, 화주(火酒), 주로(酒露)라고도 하였으며, 지방에 따라서 아랑주라도고 불렀다. 현재 영광 법성면에 위치한 제조장에서 생산하는 증류식소주에 그 지역에서 사용하는 소주의 명칭인 아랑주를 상표명을 사용하여 생산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가장 저렴한 술이 소주이지만 옛날에는 아무나 마실 수 있는 술이 아니었다. 쌀로 빚은 약주 세말을 증류하면 채 한말이 나오지 않아 예로부터 소주는 무척 사치스러운 술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소주가 극히 사치스러운 술이라 하여 소주제조를 금지하자는 상소가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소주는 다른 나라의 증류주와 확연히 구분되는 독특한 주류로서 크게 희석식소주와 증류식소주로 나눈다. 증류식소주는 고래부터 약주나 탁주를 고리라고 부르는 재래증류기로 증류하여 제조해왔던 소주이고, 희석식소주는 주정을 희석하여 첨가물료를 첨가하여 마시기에 적당하게 감미를 낸 술이다.
한국과 일본의 소주는 세계적인 정통 증류주류의 분류에는 속하지 않는 특이한 지역적 증류주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희석식소주이다. 세계적으로 전통 증류주들은 천연원료 이외의 성분을 첨가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으나, 우리나라의 소주에는 상당량의 감미료, 조미료와 다(茶)류가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희석식소주는 주정에다 물로 휘석하여 조미료와 다(茶)류를 첨가하여 음용하기 좋게 제조한 술이다. 주세법상 첨가물료로는 당분, 구연산, 아미노산류, 솔비톨, 무기염류, 스테비오사이드, 아스파탐 수크랄로스·아세설팜K·에리쓰리톨·자일리톨·다(茶)류의 물질만 첨가할 수 있다. 그리고 첨가물료 사용량을 2% 이내로 제한하고 있으며, 2%를 초과할 경우에는 리큐르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주는 일제시대때 연속식증류기가 도입되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1965년 정부가 식량정책의 일환으로 곡류로 소주를 제조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이후 국산쌀, 고구마, 타피오카 등을 발효시켜 주정을 만들고, 이를 희석하여 제조한 술이다. 소주의 원료인 주정을 만든는데 2009년 기준으로 전체원료대비 국내산 쌀을 33% 사용하여 막걸리의 국내산 쌀 사용비율이 5%내외인 것이 비해 국산 원료를 더 많이 사용하는 술이다. 순수하게 알콜성분으로만 이루어진 술이라 무미함을 보완하기 위해 물료를 첨가하여 제조하기 때문에 향과 맛이 담백하여 어떤 안주류와도 잘 어울리며, 저렴한 가격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우리 국민의 주된 알코올 섭취원이라 할 수 있는 주류이다.
60년대 전국에 산재해 있던 소주 제조업체를 점차 정리하여 80년대에는 각 도에 하나씩 만 남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금복주, 대선주조, 두산, 무학, 보해양조, 선양주조, 진로, 하이트주조, 한라산, 하이트소주의 10개 제조장에서 각 지역을 대표하는 희석식소주를 제조하고 있다.
희석식소주와는 달리 전통 증류식소주는 쌀, 보리 등의 곡류를 원료로 누룩을 넣고 발효시켜 탁주와 약주를 제조한 다음 재래식 증류기인 소주고리로 증류한 술이다. 이 술은 향이 강렬하고 톡 쏘는 맛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래 곡류를 누룩으로 발효시켜 고리를 사용하여 증류식소주를 생산했다. 그러나 일본의 양조기술이 보급됨에 따라 1920년부터 흑국균을 입국으로 배양하여 쌀, 보리, 옥수수, 수수, 조 등의 술덧을 발효시켜 증기 취입식 단식증류기로 증류하여 증류식소주를 생산했으며, 이를 흑국소주라고도 한다. 단식증류기로 증류하기 때문에 알코올분 이외에 알데히드, 퓨젤유, 프루프랄 등 향미성분이 많고 원료에 따라 독특한 방향을 갖는다.
그후 1991년부터 면허가 개방되어 일부 기존 소주 제조장과 신규면허를 취득한 업체가 생산을 할 수 있다. 또한 전통문화를 전수·보전이란 정책적 목적하에 민속주를 지정하여 지원하였다. 이때부터 생산된 증류식소주로는 안동소주, 문배술, 고소리술, 한주, 옥로주 등이 있다.
지금은 전통적인 방식의 증류식소주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발효와 저장, 증류기술을 접목하여 다양한 형태의 증류식소주를 생산하고 있다. 발효제를 누룩을 개량한 입국을 사용하여 당화과정을 과학화하고, 재래적 증류기를 개량한 감압증류기를 사용하여 전통주류와 희석식소주의 중간 정도의 깨끗한 향미와 맛을 가진 다양한 형태의 증류식소주를 개발하여 제조하고 있다.
주세법상 증류식소주는 순알코올량의 50% 이내의 주정을 사용할 수 있고, 첨가물료로는 당분·구연산·아미노산류·솔비톨·무기염류·스테비오사이드·아스파탐·수크랄로스·아세설팜칼륨·에리스리톨·자일리톨·다류(단일침출차중에서 가공곡류차를 제외한 것을 말한다)를 첨가할 수 있게 되어있다.
처음 소주는 알코올도수가 30~35%로 높았으나 1974년 25%로 낮춘 이래로 20년 넘게 줄곧 유지되어 왔다. 오늘날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본격화되어 여성의 입맛에도 부응할 수 있도록 부드러워져야 했고,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열풍과 함께 소주의 도수가 점차 낮아져 가고 있다. 90년대 후반에 접어들어 23% 소주가 주종을 이루다 이젠 더욱 낮아져 21% 소주가 주종을 이룬다. 알코올도수가 낮아지면서 제조사는 원가가 절감되고 한 병이라도 더 팔수 있으니 좋을 것이고, 건강 지향적이고 부드러운 술을 찾는 현대인들의 생활패턴과도 잘 맞아 떨어진 셈이다.
소주를 마시다보면 마지막 잔을 따르고 나면 항상 2% 부족한 느낌이 든다. 소주 한 병을 다 따르면 일곱 잔이 나오는데 여기엔 기막힌 상술이 숨겨져 있다는데...... 2명이 마실 때 3잔씩 마시고 1잔이 남으면 사람 심리상 한 병을 더 시키게 된다. 3명일 때에는 2잔씩 마시고 1잔이 남아서 한 병을 더 시키게 된다. 두 번째 병을 2잔씩 더 마시면 2잔이 남아 또 1병을 시킨다. 4명이 마셔도, 5명이 마셔도 한두 잔씩 남게 되고 결국 1인당 한 병 이상을 마시게 된다나..... 그러나 옛날부터 지금까지 2홉들이 소주가 정확하게 360㎖이었고 소주잔은 원샷 하기에 적당한 크기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상술이기보다는 우연의 일치일 가능성이 높다. 아니면 술자리에서 일어나기 아쉬운 주당들의 꾸며낸 이야기가 아닐련지..... 그렇지만 주류회사에서 지금까지 술병과 술잔의 크기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것은 소주 판매전략에 있어 도움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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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조호철님의 주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