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절망, 방황, 고독, 빈곤 같은 일들이 예고 없이 찾아오곤 한다. 그럴 때마다 자신이 처한 현실이 가장 슬프고 힘들며 고통스럽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과연 그럴까? 위기에 처했다고 해서 삶을 포기하거나 삶의 끈을 놓는다면 이 세상 사람들의 대부분은 홈리스가 되거나 자살했어야 한다. 삶이 매력적인 것은 슬픔을 딛고 일어서면 희망이 보이고, 또 기쁨이 다가온다는 것이다. 인생을 흔히 ‘희로애락(喜怒哀樂)’으로 비유하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한겨울 서울역 지하도나 한여름 시내 중심에 있는 공원에 가보면 노숙인을 만나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어떤 이들은 공원 벤치에 누워 잠을 청하거나 지하도 한편에서 종이 상자로 바람막이를 만들어 놓고 노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방법으로든 사랑의 손길을 펴고자 하는 이들도 있고, 동정의 눈으로 안쓰러움만 안고 가는 이들도 적지 않다. 누구인들 노숙생활이 즐거워서 그 생활을 택했을까? 산다는 것은 늘 햇살 가득한 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이라고 해서 그들에게 늘 즐거운 웃을 일만 생기지는 않는다. 가난을 대물림 받은 이들도 있지만, 사업 실패나 사기를 당해서 한순간에 길거리로 내몰려 방황하는 이들도 있다.
대중가수 윤태규의 노래 ‘마이웨이’의 가사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넘어질 수 있어 이제와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어 내가 가야 하는 이 길에 지쳐 쓰러지는 날까지 일어나 한 번 더 부딪혀 해 보는 거야…….”
희망을 놓지 않고 도전을 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참맛일 수도 있다. 스케이트보드의 한 종류로 청소년과 젊은층에서 레저용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제품인 에스보드는 국내에서 이미 30만 개 이상, 미국에서는 2백만 개 이상 팔린 레저용품이며, 이 제품을 만든 사람은 K다. 그도 한 때는 서울역 지하도에서 노숙생활을 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매스컴을 통해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가구 대리점을 하던 1997년, 아들이 막 태어나자마자 회사가 부도가 나서 모든 가산을 정리한 후 집이 없어 가족들은 지방의 처가 근처에서 월세방 생활을 하고, 그는 사우나, 고시원 등을 전전하다 그 돈마저 아까워서 서울역 지하도에서 노숙을 했다고 한다.
가까운 지인 중 한 사람인 L은 14년 전 절망에서 벗어나고자 많은 고민을 했었다. 잘 나가던 직장인 은행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해다가 10억이 넘는 재산만 탕진하고, 거기다 빚까지 진 상태에서 한창 크는 아이들이 셋이나 됐다. 부친이 챙겨준 5백만 원으로 월세보증금을 넣고, 지하 월세방에서 재기를 꿈꾸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냉동탑차 한 대를 구해 물류서비스를 시작했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는 성실하게 일했고, 거기에 운까지 따라 주었다. 사업은 해마다 확장되었다. 지금은 직원 수 500여 명을 둔 탄탄한 종합물류회사의 대표가 되어 있다.
이와 같이 수백여 명의 직원을 두고 연간 천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가 하면, 히트상품 제조기로 불리면서 성공신화의 주인공으로 불리는 기업인들이 셀 수 없이 많다. 그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100%는 아닐 수도 있지만, 십중팔구는 부도난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거나 한때 자금난으로 애타게 은행 문을 수도 없이 두드리면서 천덕꾸러기 신세를 경험한 이들이다. 또 그들 중에는 집이 없어서 단칸방에 다섯 식구가 살았다는 사람도 있고, 자살 직전에 발길을 돌려 다시 일어섰다는 이들도 있다. 슬로비의 강신기 사장이나 나의 지인인 L형만이 그렇게 힘든 시기를 겪고 일어선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환경이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고 열정을 쏟아도 때로는 둘러싸고 있는 환경의 영향으로 인해 결과는 실패로 나타날 수도 있다. 자신의 노력과 의지와는 무관하게 운명의 장난 같은 불행과 맞닥뜨릴 수 있다. ‘인간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안 되는 것들이 있다. 게다가 인간은 감정을 지닌 동물이다. 심리적 영향으로 인해 좌절과 절망에 빠지기도 하고, 방황도 하게 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당사자가 될 수 있으며, 이는 잘잘못을 따지고 비난할 성질이 아닌 것이다. 주변 사람들의 몫은 이해하고 도와주고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일이다.
세상사 인간사는 지구본에 그려진 지도 속의 굴곡진 선만큼이나 복잡하고 다양하며, 시시각각 변화 속에서 대응하도록 요구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실패와 성공이 교차되기도 하고, 반복되기도 한다. 목이 마른 사람에게는 물을 주고, 쓰러진 사람은 일으켜 세워주고, 혼자서 걷기 힘든 이에게는 어깨를 내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인생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다. 언제 어디서나, 내 가족, 지인 중 누군가가 또 목이 마르고 쓰러지고 방황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좌절과 방황 속에 갇힌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는 일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 ‘살아있는 동안에 한 번은 꼭 해야 할 것들(박창수, 새론북스, 2017)’에서 옮겨 적음. (2019.04.15. 화룡이) >
첫댓글 목이 마른 사람에게는 물을 주고, 쓰러진 사람은 일으켜 세워주고, 혼자서 걷기 힘든 이에게는 어깨를 내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인생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다. 언제 어디서나, 내 가족, 지인 중 누군가가 또 목이 마르고 쓰러지고 방황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좌절과 방황 속에 갇힌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는 일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문학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게 하는 거라고 믿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문학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게 하는 거'라 하신 빛마당 선생님의 말씀을 지지합니다.
우리 회원님들에게 도움이 되는 '문협카페'이길 빌고, 또 그렇게 믿으며 '포스팅' 작업을 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