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새 학기가 시작된 1980년대 미국의 공립학교 교실.
예술가의 꿈을 갖고 있는 폴은 수업 시간 중에 그림을 그리다 담임의 제지를 받게 되지요.
그러다 교실에 있지만 교실에 없는 것 같은(담임의 따를 받고 있는 듯한) 흑인소년 죠니와 가깝게 지냅니다.
둘은 생애 처음 대마초 한 개비를 피우다 발각되지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저소득층 출신의 흑인 소년이 자기 아들과 어울리지 않게 하고 싶은 백인 중산층 부모는 폴을 명문 사립 학교로 전학 보냅니다. 작은 비겁함을 딛고 진입한 세계에서 폴은 더 공고한 차별과 배제의 원리를 접하게 됩니다.
폴의 아버지는 배관공으로 일하고, 엄마는 부유한 이민자 가정 출신이어서 폴과 폴의 형의 학비는 할아버지가 대고 있지요.
폴의 조부모는 반유대주의를 이기고 살아남아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러시아계 유대인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을 자유주의자라 믿지만, 계급 이동의 사다리에서 탈락하고 싶지 않은 욕구를 가지고 있지요.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사립학교에 갔지만 폴은 그 학교에서 자신은 사립 학교의 나머지 일원들과 한참 다른 처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폴의 정신적 지주였던 할아버지는 "과거를 기억하라(Remember the Past)"고 당부합니다.
할아버지는 20세기 초 유대인 탄압을 피해 우크라이나 오데사를 떠나 미국으로 이주해야만 했던 자기 어머니(폴의 증조 할머니)의 역사를 들려주면서 폴에게 잘못된 말을 들었을 땐 가만히 있지 말고 행동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하지만, 폴의 아버지는 말하죠. "돌아보지 말라(Don't Look Back)"고.
폴과 죠니가 학교 컴퓨터를 전당포에 팔려다 경찰서에 구금되는데, 언젠가 폴의 아버지가 담당 경찰관의 배관을 무료로 고쳐주었던 우연(을 빙자한 백인 중산층 가정에 대한 사회적 포용)에 힘입어 폴 혼자 풀려나게 됩니다.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폴의 아버지가 폴에게 가르칩니다. 절묘한 불공평 역시 받아들여야 하는 법이라고. 착잡하지만 그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폴은 유년의 끝에서 들은 두 말,
이제 돌아보지 말라는 말과 과거를 기억하라는 말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혼돈을 느끼게 될까요?
폴이 유년의 끝에서 깨달은 자신의 비겁함.
그러나 이제는 바꿀 수 없는 현실.
영화의 끝은 그래도 희망적입니다.
강당에서 열린 추수감사절 파티를 뒤로 하고 폴은 학교를 나와 걷습니다.
자신의 초라함과 미약함은 깨달았지만 그래도 모른 체 하지는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듯 느껴지네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영화.
폴에게 행동하라고 가르쳐준 할아버지가 있다는 건 행운 중의 행운입니다.
첫댓글 소개 감사합니다
보다가 가슴이 아파 중단했습니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보다 자기의 생각. 기분, 판단으로 애를 혼내기만 한 폴이 바로 나였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를 보고 애를 낳고 키울껄.....
감독의 자전적 얘기인 듯했어요.
@바람숲 감독은 특권과 인종의 문제를 다뤘다고 인터넷에 나오는데 저는 관계와 소통의 문제가 크게 보였습니다
이건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인생을 봐야 하는 영화네요.
두 사람의 인생의 지침은 두 사람이 겪어낸 일이기도 할 테니까요.
무튼 관심이 팍 갑니다.
폴이 전학 간 명문사립학교가 트럼프 일가가 만든 학교.
철원은 잘 다녀오셨나요?
나는 금욜에 양구dmz 식물원에 가려고 해요.
@바람숲 철원 주상절리길, 고석정 다녀오고 포천 들러 평강랜드에 갔어요.
평강랜드. 기대하지 않았다가 완전 감탄!
포천 자체가 참 좋은 곳이더라고요. 이 계절엔 더욱.
@산초 평강랜드, 나도 좋아하는 곳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