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소중한 친구 이야기
『우리 반 곰친구』을 읽고서
이 동 주
누구나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있다. 나에게는 가족들이 키운 하얀 강아지와 고양이였다. 집 안에서 아이들이 모두 성장해서 허전할 때, 그 공간을 채워준 활기찬 기운이 반가웠다. 몸을 살짝 기대어 잘 때 살며시 손으로 쓰다듬어 주면 부드러운 촉감과 함께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반려견과 반려묘와 함께 지낼 때는 자연의 일부가 집안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그때 나는 순수한 본성의 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내가 열 살이었던 어느 날, 안개초등학교 3학년 교실 문 앞에 곰 한 마리가 서 있었다.
“학-교-다-니-고-싶-은-데, 그-래-도-돼-요?”
커다랗고 시커먼 곰이 느릿느릿 말했다. 한 자 한 자 길게 늘이는 말투였지만, 우리는 똑똑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곰이 말을 하다니! “왜 학교에 다니고 싶은데?” 젠추 선생님이 곰에게 물었다. “저기 나무에 앉아서 날마다 봤어요. 공부하고 노래하고, 엄청 재밌어 보였어요.” 젠추 선생님이 다시 물었어요. “왜 사람 글자가 알고 싶어?” “그러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잖아요?” 곰이 대답했어요. “너희는 곰이 무슨 생각 하는지 안 궁금해?” “궁금해.” 우리가 입을 모아 대답했어요. “똑같아. 곰도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 “너희들은 곰 친구가 우리 반에 오면 좋겠니?” 젠추 선생님이 우리를 돌아보며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 다섯 명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곰 친구가 생긴다니, 정말 끝내주는 일이었다.
“우리 3학년이 된 것을 환영한다.” 이렇게 곰은 우리 반 친구가 되었다. 곰 이름을 정할 때 ‘헤이곰’은 내가 지은 이름이었다. 곰이 학교 다니고 싶어 하는 게 귀여워서 나는 귀여운 이름을 지었다. “헤이곰이 좋아요.”라는 말에 나는 뛸 뜻이 기뻤다. 그렇게 우리는 헤이곰과 함께 학교를 다니고 책상에 앉아서 글자를 배우며 선생님이 출석을 부르면 힘차게 “네!”라고 대답했다.
교장 선생님은 처음엔 걱정하셨지만, 헤이곰이 학교에 오는 것을 허락하셨고, 전교생에게 안개마을 밖의 외부인이 오면 ‘헤이 헤이 헤이’라고 큰 소리로 말해서 알려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말하는 곰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고 연구소 같은 곳에 잡혀가서 실험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만의 비밀이 생겨서 좋았고 서로 눈에 보이지 않는 유대감이 생겼다.
곰은 토란잎에 상수리 열매를 도시락으로 싸 왔다. 우리는 서로 음식을 바꿔 먹기도 했다. 나는 헤이곰에게 화장실을 사용하는 법을 알려줬고, 샤오궈는 빨간 배낭을 곰에게 주었다. 샤오페이는 고기만두를 가져와 헤이곰에게 주었다. 부모님이 차 사고로 돌아가신 뒤로 웃는 법이 없고 말도 거의 안 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우리는 각자가 경험한 우스갯소리를 말하기도 했다.
젠추 선생님이 빌려온 『타이완 과일을 알아보자』라는 책에서 헤이곰이 말한 ‘햇살처럼 빛나는 열매’가 야생 비파임을 알 수 있었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는 서로가 헤이곰을 자기 집에 초대했다. 덕분에 헤이곰은 돌아가면서 친구들의 집에서 잠을 잤다. 그리고 헤이곰은 밤하늘이 보이는 숲속 나무집으로 우리 반 친구들을 초대해서, 모두가 나무 위로 올라가서 함께 별을 보며 잠을 잤다.
갑자기 여름 방학에 내린 폭우로 안개마을은 흙더미가 되어서 사라졌다. 갈 곳을 잃은 마을 사람들은 산 아래로 내려가 뿔뿔이 흩어졌다. 안개초등학교 아이들은 모두 도시 학교로 가야 했고, 그렇게 5년이 흘러간다. 헤이곰과 만나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우고 조금씩 성장했으며 사람과 곰의 서로 다른 생활 환경을 존중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누구는 꿀을 좋아하는 헤이곰의 이빨을 치료하는 치과의사의 꿈을 갖기도 하고, 지각 대장이던 꼬마는 의젓한 학생이 되었다. 헤이곰을 만난 이야기를 쓰고 싶어 작가를 희망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런데 헤이곰과 우리가 함께 찍은 사진을 누군가가 가지고 있었다. 사진을 주운 기자는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우리와 마을 사람들에게 헤이곰이 건강하게 지낸다고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할아버지와 상의 끝에 우리는 사라진 안개마을에 다녀오기로 했다. 샤오궈가 준 빨강 배낭을 메고 다니는 헤이곰이 사람들의 눈에 띄면 위험하니까...! 그 사실을 알려주기로 했다.
“마이, 잘 가.” 헤이곰이 나를 품에 안고 내 머리를 토닥이며 말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돌아서야 했다. 그 일 초의 순간, 나는 헤이곰과 함께 멀리멀리 가 버리고 싶었다. 숲으로 들어가 대자연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등 뒤에서 헤이곰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 마이.”
- 장유위 -
누구나 가슴에 간직했을 소중한 비밀 같은 곰친구 이야기에 내 머릿속 불필요한 생각들이 소리없이 사라졌다. 대신 어릴 때 키우던 따뜻한 체온의 가족처럼 소중했던 반려견과 반려묘가 생각났다. 책을 읽는 동안, 사람이 살아가면서 갖는 인위적인 마음을 내려놓고, 햇빛을 바라보며 물을 먹고 자라나는 식물처럼 순수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어서 안개마을의 사람들과 안개초등학교의 아이들은 헤이곰을 무척 사랑했을 것이다.
첫댓글 동주샘~ 빌제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