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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진도초등학교 총동문회 원문보기 글쓴이: 56이세진
봄은 아직 멀었더라 – 촉대봉,매봉,화악산,석룡산
1. 석룡산 서봉에서 바라본 화악산
이제 정상은 머리 위로 30m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사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급한 데다 눈까지 쓰고 있
었다. 날씨가 악화하고 눈이 공중에서 회오리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상이 눈앞이니 그대로 있을 수 없었다. (…)
급사면에 몸을 수직으로 세워 두 팔로 빗질하듯 눈을 치우고 피켈로 얇은 얼음을 까냈다. 그 밑에 스펀지 같은 바위
면을 찾아 구멍마다 눈을 주먹으로 다져 넣어 우리의 체중을 받칠 수 있게 했다. 30m인 줄 알았던 거리가 실제로는
80m가량 됐다. 하도 수직이어서 거리가 짧게 보였던 것이다. 우리는 심하게 회오리치는 눈보라에 갇혀 눈을 뜰 수
없었지만 4시간 가까이 고된 작업을 했다. 영하 5도 추위에서 눈에 파묻혀 작업하다 보니 옷이 철갑을 두른 것 같았
다. 눈앞의 정상을 생각하지 않았더라면 이렇듯 미친 듯이 작업하지는 못했으리라. (…) 6월 6일 오후 5시 30분 우
리는 먼저 손을 정상에 올려놓고 다음에 발로 디뎠다. 눈보라 속에 한 걸음 내디디자 앞이 허공인 것을 알았다. 완전
히 허공에 매달린 마지막 커니스의 끝이었던 것이다.
―― 발터 보나티(Walter Bonatti, 1930~2011), 『내 생애의 산들(Berge Meines Lebens)』 ‘론도이 북봉 등정
1961년’(김영도 옮김, 조선매거진, 2012)에서
주) 론도이 북봉(5,820m)은 페루 안데스산맥의 와이와시 산군에 솟은 5,820m의 장대한 산이다. 산이 아름답지만
날카로운 설릉과 수직에 가까운 빙벽이라 등정하기 매우 까다롭고 위험하다고 정평이 나 있다. 게다가 지형의 복잡
하고 날씨가 변화무쌍하다고 한다.
▶ 산행일시 : 2026년 2월 22일(일), 흐리고 이슬비, 바람, 오후 늦게 갬
▶ 산행코스 : 홍적종점,홍적고개,△524.6m봉,촉대봉,매봉,실운현,화악산(북봉),삼일봉,방림고개,석룡산,아랫대골,
삼팔교,용수동종점
▶ 산행거리 : 도상 21.7km
▶ 산행시간 : 10시간 13분(07 : 25 ~ 17 : 38)
▶ 갈 때 : 가평역에서 화악리 가는 15-4번 군내버스 타고 홍적종점에서 내림
▶ 올 때 : 용수동종점에서 15-5번 군내버스 타고 가평역으로 가서 전철 타고 옴
▶ 구간별 시간
06 : 40 – 가평역
07 : 25 – 홍적종점, 홍적고개 1.7km
07 : 50 – 홍적고개(紅績--, 390m)
08 : 09 – △524.6m봉, 촉대봉 4.7km, 홍적고개 0.6km
10 : 27 – 촉대봉(燭臺峰, 1,167m), 휴식( ~ 10 : 37)
12 : 07 – 매봉(1,436.3m)
12 : 40 – 실운현(實雲峴), 점심( ~ 13 : 00)
14 : 17 – 화악산 북봉(1,459m), 휴식( ~ 14 : 27)
14 : 56 – 삼일봉(1,299m)
15 : 26 – 방림고개, 삼팔교 5.1km, 석룡산 0.8km
15 : 43 – 석룡산(石龍山, 1,147m), 휴식(15 : 53)
16 : 04 – 1,150m봉, 삼팔교 4.1km, 석룡산 정상 0.3km
16 : 30 – 930m봉
17 : 17 – 조무락골(鳥舞樂-), 삼팔교 1.1km
17 : 38 – 삼팔교, 용수동종점, 산행종료, 버스 출발(18 : 40)
19 : 28 - 가평역
2. 산행지도
▶ 촉대봉(燭臺峰, 1,167m)
경춘선 공휴일에 춘천 가는 첫 전철을 타고 가평역에서 내려, 06시 40분발 화악리 가는 첫 버스를 타고 홍적종점에
서 내린다. 이래야 오늘 산행코스를 소화하는 데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 이다음 화악리 가는 버스는 09시 25분에 있
다. 가평역 버스정류장에는 내내 나 혼자다. 이러는데 화악리 가는 버스가 제시간에 올까, 불안하여 몇 번이고 벽에
붙어 있는 버스운행시간표를 들여다본다. 15-4번 군내버스는 정시에 출발한다. 버스기사님에게 고맙다는 인사가
저절로 나왔다.
버스는 택시처럼 달린다. 도중에 2명이 타고 내리기는 했다. 오늘 일출시간이 07시 11분이다. 날은 오전에는 흐리고
비가 내리다 오후에 조금 갠다고 했다. 목동터미널 지나자 날이 희뿌옇게 밝아온다. 그러나 그뿐이다. 하늘은 우중
충하여 금방이라도 비가 뿌릴 듯하다. 산간마을 산비탈 농로를 이슥하니 지나 홍적종점이다. 버스는 나를 내려주고
건들레 종점을 향하여 내려간다. 홍적종점에서 홍적고개까지 1.7km, 대로는 산허리를 연신 구불대며 올라간다.
대로에는 눈이 없다. 오가는 차량도 없다. 완만한 오르막이다. 그러나 준령처럼 오른다. 홍적고개(紅績--). 해발
390m이다. ‘자암고개’라고도 하며 붉은 흙과 돌로 토성을 쌓아 홍적고개란 이름이 유래하였다고 한다. 홍적리의
동쪽 산들이 모두 ‘덕(德)’자가 들어간 몽덕산(蒙德山), 가덕산(加德山)의 예를 들면서 붉은덕이 또는 높은 언덕이란
뜻으로 언덕의 ‘덕’자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적(積)’자로 어원이 변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홍적고개에 오르는 동안 으슬으슬하게 찬 대기에 충분히 예열하였다. 겉옷 벗는다. 홍적고개가 그간 몰라보게 번화
하였다.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여러 깃발이 나부끼고, 몽덕산 방향에는 등산안내도가 있다. 내가 근년에 여기를 온
것은 태풍 루사가 한반도를 휩쓸던 2002년 9월 1일이었다. 그때 몽가북계를 가려고 가평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왔었다. 그때도 혼자였다. 그때 가평터미널 앞 해장국집에서 우연히 광인, ksh(캐이), 단풍, 권태진 님을 만났었다.
그들은 미리 와 있었다. 그들이 나의 밥값을 계산해주었다. 그 고마움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때의 추억을 잠시 회상하고 촉대봉을 향한다. 낡은 나무계단을 오르고 풀숲길이 이어진다. 송전탑이 나오고 등로
가 덤불숲에 막혔다. 여기저기 쑤셔보다가 멀찍이 왼쪽 사면을 비켜 길게 돌아 오른다. 능선에는 인적이 뚜렷하다.
왼쪽은 울창한 잣나무 숲이고, 오른쪽은 참나무 숲이다. 이곳 잣나무는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될 것을 염려하였는
지 방제하였다는 표찰을 달았다. 요즈음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 한 그루가 발견
되어 비상이 걸렸다.
강남구 전역(산과 근린공원은 물론 아파트 단지 내까지)에 있는 소나무 상태를 일일이 예찰 점검하고 그 수량을
크기별로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외부용역으로 빠짐없이 방제약을 주사하기 위해서다. 잣나무도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다고 한다. 다만 스트로브잣나무와 리기다소나무는 제외된다.
등로는 방화선 풀숲 길이다. 방화선 벗어난 키 큰 나무숲으로 전망은 가렸다. 언뜻언뜻 나뭇가지 사이로 촉대봉과
그 동릉이 보인다. 한바탕 거친 숨 토해 되똑한 △524.6m봉을 오른다. 화악지맥 종주꾼들의 산행표지기가 반갑다.
뭇 산에서 낯익은 준.희 님의 표지판도 나뭇가지에 달려 있다. 삼각점은 ‘춘천 406, 2008 복구’이다. 화악지맥은 한
북정맥 도마봉(885m)에서 동쪽으로 분기해서 석룡산, 화악산 북봉, 매봉, 촉대봉, 몽덕산, 가덕산, 북배산, 계관산,
물안산, 보납산을 넘어 가평읍 자라목에서 그 맥을 다하는 45.3km의 산줄기이다.
짧게 내렸다가 길게 오르기를 반복한다. 곧추선 긴 오르막의 연속이다. 등로 한가운데는 수북이 쌓인 낙엽이 미끄러
워 갓길에 난 옅은 발자국계단으로 오른다. 능선은 걷기에 아주 좋다. 땀이 날듯하지만 바람이 시원하여 상쾌한
기분이 든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일기예보가 맞아 들어간다. 이슬비인가? 진눈깨비인가? 맨 살갗이 차갑다. 어깨에
둘러 멘 카메라 가방부터 비닐봉투로 감싸고, 조금 가다 배낭커버 씌우고, 조금 더 가다 비옷을 입는다.
안개 속에 든다. 어차피 조망이 없을 바에는 이런 안개 속을 걷는 게 낫다. 주변의 원근 흑백농담의 그윽한 풍경이
환상적이다. 헤르만 헤세의 ‘안개 속에서’가 참으로 그럴 듯하다.
안개 속을 거닐면 참으로 이상하다.
덤불과 돌은 외롭고
수목들도 서로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다 혼자이다.
나의 생활이 아직도 밝던 때엔
세상은 친구로 가득하였다.
그러나, 지금 안개가 내리니
누구 한 사람 보이지 않는다.
(…)
안개 속을 거닐면 참으로 이상하다.
살아 있다는 것은 고독하다는 것.
사람들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모두가 다 혼자이다.
얼추 고도를 높이자 등로 곳곳이 빙판이다. 왼쪽(남쪽) 사면은 눈이 녹았으나(그래도 땅은 땡땡 얼었다), 오른쪽(북
쪽) 사면은 백색 설원이다. 못된 습관이다. 동네 담벼락에 말라붙은 나팔꽃 줄기인데도 혹시 덕순이가 아닐까 하고
다시 보곤 하니, 산중 분위기가 썩 좋은 사면을 곁눈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덕순아, 제발 꼭꼭 숨어라. 네가 눈에
띄면 너 죽고 나도 죽는다.’ 하고 당부하며 간다. 내 먼저 생사면의 잡목 숲을 헤쳐 덕순이를 애써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큰바위’와 맞닥뜨린다. 직등하기 어렵다. 오른쪽 사면을 돌아가는 눈밭 발자국이 보인다. 지나간 지 오래된 발자국
이다. 그에 내 발을 맞추려니 푹 꺼진다. 이다음 바위에서는 지레 왼쪽 사면으로 돌아 넘으려는데 도리어 오르기 까
다롭다. 직등하는 편이 나았다. 995m봉을 오른다. ┫자 갈림길이다. 이정표에 왼쪽은 화악리(화악분교) 2.8km이
고, 직진은 촉대봉 정상 1.4km이다. 북서진하여 사모바위는 개구멍 지나 왼쪽 사면으로 돌아 넘고, 일로 북진한다.
안개는 지척도 분간하기 어렵게 자욱하다. 바람이 제법 세게 일기 시작한다. 눈길이 잦다. 특히 바위지대 내릴 때는
빙벽이거나 슬랩은 살얼음이 끼어 무척 조심스럽다. 병풍바위는 오른쪽 사면을 길게 돌아 넘는다. 그리고 더 오를
데 없어 촉대봉 정상이다. 오석의 아담한 정상표지석이 반긴다. 데크전망대가 있으나 만천만지한 안개라 조망은
무망이다. 배낭 벗어놓고 휴식한다. 정상주 탁주 독작한다. 술맛이 쓰디쓰다.
3. 촉대봉 가는 길, 멀리는 촉대봉 동릉
4. 멀리는 촉대봉
5. 안개 속에 든다
6. 분위기 좋은 사면이지만 땅이 땡땡 얼어 그냥 지나쳤다
7. 이슬비가 내렸다
9. 촉대봉 정상
10 촉대봉 아래, 눈은 깊고 사방은 안개가 자욱하다, 믿을 건 나침반이다.
▶ 매봉(1,436.3m), 화악산 북봉(1,459m)
촉대봉 정상에서 곧바로 오른쪽 내리막길은 집다리자연휴양림 쪽으로 갈 것이다. 매봉 쪽은 좀 더 직진하다 바위지
대에 막히고, 오른쪽 사면의 내리막길로 가시라 뭇 산행표지기가 안내한다. 설벽이다. 아이젠 꺼내 찬다. 살금살금
내리고 눈 깊은 설원이다. 일단 깊은 발자국을 따라 내린다. 얼레, 노거수인 신갈나무 근처에서 발자국이 끊긴다.
이곳저곳 더듬어본다. 내려온 길을 다시 올라가서 주변 살피기를 서너 차례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 같다.
사방은 안개 자욱한 백색지대다. 눈은 무릎까지 찬다. 몇 번 돌아다녔더니 방향이 헷갈린다. 믿을 건 나침반이다.
나침반을 꺼낸다. 북진이다. 사면 누벼 능선을 오른다. 깊은 눈과 잡목 특히 덩굴 숲을 뚫기가 고역이다. 오늘 산행
준비가 소홀했다. 이렇게 눈이 깊을 줄을 생각하지 못했다. 스패츠와 핫팩을 준비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눈이 등산
화 안으로까지 들어와 양말이 젖으니 발이 시리고, 눈 속을 헤치느라 장갑은 젖어 손 또한 시리다.
덩굴 숲을 뚫느라 몇 번 힘쓰다 보면 지친다. 덩굴에 걸려 엎어지면 그대로 한동안 쉰다. 조난이 먼 데에 있지 않고
바로 곁에 있는 것만 같다. 스스로 냉정하고 침작하자 다짐한다. 가까스로 바위지대 벗어난 능선에 오른다. 선답의
한 사람 발자국이 보인다. 오래된 발자국이라 그에 발맞추기보다는 눈이 얕은 데를 골라 간다. 바람이 등 떠민다.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1,158m봉 오르고 반공에 솟은 매봉이 보인다. 눈으로는 가까워도 발로는 멀다.
펑퍼짐한 설원이다. 굳이 선답의 발자국을 찾으려 하지 않고 내 발걸음으로 간다. 매봉이 가까워지자 가팔라진다.
아이젠 한 발 한 발 설벽 찍어 오른다. 마침내 매봉 산허리 도는 군사도로에 올라선다. 이슬비는 멎었다. 바람이 세
게 분다. 안개가 아주 조금씩 걷히기 시작한다. 실운현 건너 화악산이 환영처럼 보인다. 아이젠 벗는다. 실운현까지
2km가 넘는다. 내리막 헤어핀도로다. 오늘 산행 중 거저먹는 등로이기도 하다.
구불대는 도로를 잰걸음 하여 내리니 어지럽다. 이윽고 ╋자 갈림길인 실운현이다. 흐린 날씨에 바람만 힁행하는
쓸쓸한 고개다.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 따르면 실운현(實雲峴)은 화천군 사내면 지역의 옛 이름인 실운현(實雲縣)
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실운’은 조선 후기 지금의 사내면에서 복거(卜居)하던 곡운(谷雲) 김수증(金壽增)을 가리키
기도 한다. 해발고도 1,050m. 준령이다. 군사도로(4.3km) 따라 중봉을 올라 곧장 조무락골로 하산하고 싶은 생각
이 없지 않았지만, 이제 날이 개려는 판에 그랬다가는 후회막심 할 것이라 생각을 고쳐먹고 감연히 북봉을 향한다.
바리케이드 옆을 통과하여 군사도로를 약간 오르면 오른쪽에 너른 헬기장이 나오고 헬기장에 들어 서진하는 북봉능
선을 잡는다. 뭇 산행표지기와 눈 속에 한두 사람의 발자국이 안내한다. 고맙다. 한 피치 올라 교통호 건너고 언덕배
기에 바람을 피해 점심밥 먹는다. 오늘도 김밥 한 줄이다. 김밥이 간편식으로는 아주 그만이다. 입맛이 도통 없지만
먹지 않으면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 탁주 안주 삼아 먹는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매봉이 준봉이다.
아이젠을 다시 찬다. 발목 덮은 눈길이다. 설벽이 나온다. 밧줄은 눈 속에 묻혔다. 이래야 산행하는 맛이 나기는 한
다. 매년 8월말 경에는 이곳에 우리나라 희귀식물인 닻꽃과 금강초롱 등의 야생화를 보러왔다. 오늘은 그때와 전혀
다른 눈 덮인 산을 오른다. 등로는 가파르게 오르다 잠깐 주춤하여 가쁜 숨 돌리고 다시 가파르게 오르곤 한다. 교통
호가 지나는(어떤 교통호는 눈으로 평정되어 그런 줄 모르고 지나다 눈 속에 파묻히기도 했다) 1,406m 고지에 올라
서면 조망이 약간 트인다.
조금 더 올라가면 왼쪽 사면 아래 대피소(?) 같은 낡은 건물이 보이고 눈길 한 사람 발자국이 그리로 갔다. 대피했으
리라. 울창한 숲속에 들어 한 피치 바짝 오르면 야트막한 안부이고 오른쪽 짧은 슬랩 오르면 화악산 북봉이다. 화강
암의 아담한 정상표적이 있다. ‘경기태극종주 최고봉 화악산 상봉 1,459m 무한도전 클럽’이라고 새겼다. 상봉은 그
들만의 작명이 아닌가 한다. 예전에는 화악산을 중앙의 신선봉(1,456m), 동쪽의 매봉(응봉, 1,436m), 서쪽의 중봉
(1,446m)을 합하여 삼형제봉이라고 불렀다.
14. 매봉 군사도로에 올라서서 돌아본 촉대봉
15. 매봉 군사도로에서 바라본 화악산,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17. 화악산 북봉 오르는 길, 저래 보여도 설벽이다.
18. 화악산
19. 매봉
20. 촉대봉
21. 화악산 북봉 정상
22. 화악산 북봉에서 바라본 화악산 정상
▶ 석룡산(石龍山, 1,147m), 삼팔교
날이 맑으면 사방 조망이 좋을 둣한데 오늘도 글렀다. 잠시 서성이다가 방림고개를 향한다. 이때는 알지 못한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강풍이 분다. 하늘은 어둑하고 주변 벌거벗은 나무들의 울부짖는 소리는 천지를
진동케 한다. 눈이 깊다. 무릎까지 빠지기 예사다. 지난 1월 4일 광인 님이 용수동 가는 버스에서 만난 사람과 둘이
서 석룡산을 넘어 이곳을 올랐다고 했다. 그때는 눈길에 아무런 발자국이 없었다고 한다. 아무도 가지 않은 눈길을
러셀 했을 그 고역이 상상이 간다. 나는 그리 못하겠다.
무엇보다 눈에 묻힌 등로를 제대로 찾아간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때의 발자국일까? 두 사람의 그것이
다. 가파른 내리막 슬랩을 만난다. 나뭇가지에 매단 고정자일이 낡아 나를 지탱할 수 있을까 염려하여 슬랩 옆 잡목
을 붙잡고 간신히 내린다. 쌓인 눈이 일률적으로 푹신하던지 아니면 딴딴하던지 하면 그에 알맞은 발걸음을 하겠는
데, 눈 표면이 딴딴하다가도 갑자기 꺼지면 앞으로 나아가려는 관성에 제동이 걸리고 그만 고꾸라지고 만다. 그때마
다 허우적거려 일어난다.
삼일봉이 바로 앞인데도 발걸음으로는 아득히 멀다. 삼일봉. 널따란 눈밭이다. 사방에 키 큰 나무숲이 둘렀다. 북쪽
삼일리로 내리는 능선 눈길은 아무도 가지 않았다. 서진한다. 설원을 지나다 직등하기 어려운 암릉지대를 연속해서
만난다. 선답의 발자국이 없었더라면 지나가기 무척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 암릉은 오른쪽 설사면으로
길게 돌아 넘고, 두 번째 암릉은 오른쪽 설사면을 돌다 중간에 올라서 암릉을 내린다.
방림고개. 험로는 끝났다. ┫자 갈림길 왼쪽은 조무락골로 내려 삼팔교로 간다. 5.1km. 직진은 석룡산(0.8km)를
넘어 그 남서릉을 타다 아랫대골로 내려 삼팔교로 간다. 5.2km. 당연히 석룡산을 오른다. 완만한 오르막이다. 눈이
얕고 여러 사람이 오갔다. 거친 숨 한 번으로 석룡산 정상이다. 전에 보지 못한 너른 데크쉼터가 있다. 이 쉼터에도
바람이 세게 불어 머물지 못하고 바위벽에 기대 잠시 휴식한다. 석룡산 정상에서 0.3km 가면 예전에 석룡산 정상
노릇을 하던 서봉격인 1,150m봉이다.
뚝 떨어졌다가 가파른 너덜지대 긴 한 피치 오르면 1,150m봉 정상이다. 정상에서 조망이 나뭇가지에 가렸다. 정상
을 오르기 직전 외돌괴 모양의 우뚝한 암봉이 거칠 것 없는 경점이다. 배낭 벗어놓고 바람이 잠시 소강한 틈을 타서
달달 기어오른다. 다행스럽게 안개가 걷혔다. 화악산의 북쪽 전모를 가까이서 바라본다. 장대하다. 후련하다.
이 모습을 보려고 새벽부터 그렇게 서둘렀다.
1,150m봉은 Y자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화악지맥이 시작하는 도마봉(6.3km)으로 가고, 왼쪽은 하산하는 삼팔교
4.1km이다. 하산한다. 바위지대를 지난다. 완만한 슬랩을 핸드레일 붙잡고 내린다. 등로 왼쪽으로 약간 벗어난
1,100m봉이 경점이다. 들른다. 조무락골 건너 화악산 중봉, 애기봉, 수덕산 연릉과 명지산, 그 뒤로 연인산과 칼봉
이 ‘너 거기에 있느냐?’ 하고 나를 알아보는 것 같다.
쭉쭉 내린다. 부드러운 숲속 길이다. 이정표 방향표시대로 내린다. 930m봉 직전 안부에서 왼쪽 사면으로 내린다.
임도와 만난다. 임도를 좋아하지 말라고 했는데 임도 따라 가자니 조금은 불안하다. 그래서인지 산모퉁이에 이정표
는 왼쪽 엷은 지능선을 내릴 것을 안내하고 그리로 핸드레일 붙잡고 내린다. 다시 울창한 잣나무 숲속 임도와 만나
고 이정표와 뭇 산행표지기는 임도를 버리고 왼쪽 골로 갈 것을 안내한다.
아랫대골이다. 나로서는 처음인 석룡산을 오가는 주등로이다. 언니통봉 연릉 뒤로 솟은 명지산의 또 다른 모습을
바라보며 내린다. 조무락골로 내려선다. 그 쾌활하던 계류는 골골 코 골며 동면중이다. 이곳도 오가는 사람이 없다.
이곳도 아직은 겨울이다. 차디찬 골바람에 낙엽은 방향 없이 흩날린다. 삼팔교 지나고 용수동종점이다. 가평역 가는
버스는 18시 40분에 출발한다. 1시간 정도 남았다. 카카오택시 사정을 알아보았다. 45분 후 도착, 요금 40,700원이
다. 그렇다면 버스를 기다리는 게 낫다. 용수동종점 칸막이 벤치는 전열이 들어와 엉덩이가 뜨뜻하다. 이러면 노숙
인들 못하랴 싶다. 가로등은 불을 밝힌다.
24. 애기봉
25. 눈길
26. 설원
28. 석룡산 정상
29. 화악산 정상과 중봉
30. 가운데는 명지산
31. 멀리 왼쪽부터 칼봉, 연인산, 명지산
33. 명지산
34. 삼팔교 아래 계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