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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되찾은 어머니
[ Demeter ]
출전 | 그리스 신화: 데메테르, 로마 신화: 케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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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메테르는 풀과 나무, 과일과 곡물을 주관하는 여신이다. 그리스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풍요의 여신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딸 페르세포네와 함께 농민들에게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데메테르는 올림포스 신족 가운데 최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는 12신 중 하나였지만, 신들의 거처인 올림포스에 살지 않고 자신이 맡은 역할 때문에 주로 시칠리아 섬에 거주했다고 한다.
데메테르는 식물을 상징하는 녹색 옷을 몸에 두르고 있었으며, 논과 밭에 씨앗을 뿌려주는 축복을 내리기 위해 세계 각지를 떠돌아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성격은 꽤나 변덕스러웠다. 기분이 좋으면 풍년이 들었고, 나쁘면 흉작이 들었기 때문에 그녀의 기분은 농민들에게 생사가 걸린 중요한 문제였다.
데메테르는 티탄 신족인 크로노스와 레아 사이에서 태어난 두 번째 자식으로, 제우스에게는 누나였다. 그녀는 나중에 동생 제우스의 구애를 받아 페르세포네라는 아름다운 소녀를 낳았다.
데메테르는 외동딸 페르세포네와 관련된 이야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녀의 모성이 잘 드러나 있는 이 유명한 일화를 소개해보도록 하자.
데메테르는 다른 신들과 떨어져 시칠리아 섬에서 살았다. 그래서 외롭다고 생각하던 차에 최고신이자 동생인 제우스가 찾아왔다. 그와 관계를 맺은 데메테르는 어여쁜 딸을 하나 낳았다.
그때까지도 아름다웠던 시칠리아 섬은 꽃의 여신 페르세포네의 탄생으로 더욱 아름다운 섬이 되었다. 물론 데메테르는 페르세포네를 너무나 사랑했다. 하지만 농작물을 관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나 시칠리아 섬에만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다. 잠시 섬을 비우게 된 데메테르는 님프들에게 페르세포네를 잘 보살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그 사이에 큰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어느 날 페르세포네는 평소때처럼 님프들과 함께 꽃바구니를 들고 들판으로 나갔다. 그녀는 섬 곳곳에 피어 있는 진기한 꽃을 찾아다녔다. 그녀는 샘 근처에 이제까지 보지 못한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1백 개의 꽃송이를 가진 노란색 수선화였다. 너무나 기뻐 탄성을 지르며 달려가는 순간 땅이 갈라지며 마차가 솟아올랐다. 검은 말이 끄는 마차에는 저승 신 하데스가 타고 있었다. 그는 순식간에 페르세포네를 납치하여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버리고 말았다.
하데스는 페르세포네가 어렸을 때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다가 언젠가 어른이 되면 아내로 맞이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어머니 데메테르는 도무지 그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페르세포네를 납치한 다음 데메테르를 설득해보기로 계략을 꾸몄던 것이다.
그리스에서 딸이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를 들은 데메테르는 급히 시칠리아로 돌아왔지만, 사랑하는 페르세포네는 어디에도 없었다.
데메테르는 딸을 찾아 긴 방랑의 길을 나섰다. 하지만 지상 어디에서도 딸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피로에 지친 그녀는 신들에게 자신의 딸이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신들은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데려갔으며, 제우스도 그것을 묵인했다고 알려주었다.
사건의 진상을 알게 된 데메테르는 땅의 여신이라는 자신의 역할을 거부하고, 그리스 전역을 불모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무서운 저주를 내렸다. 그래서 대지에서는 더 이상 싹이 돋아나지 않게 되었고, 열매는 익기도 전에 떨어졌으며, 포도나무는 말라 죽어갔다.
사건의 심각성을 깨달은 제우스는 몇 차례나 데메테르를 설득했지만 아무 효과가 없었다. 데메테르는 자신의 딸을 돌려줄 때까지 저주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는 수 없이 제우스는 하데스에게 페르세포네를 돌려보내라고 명했다.
하데스 역시 최고신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페르세포네를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페르세포네는 돌아오는 길에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하데스가 준 네 개(일설에는 여섯 개)의 석류 열매를 받아먹었다고 한다. 이는 하데스의 마지막 저항이었다. 사실 저승의 음식을 입에 넣은 자는 그 주인의 소유가 된다는 규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페르세포네 역시 이런 규칙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리하여 페르세포네는 자신이 먹었던 석류의 개월 수(4개월)만큼 저승에서 하데스와 함께 살아야만 했다. 데메테르도 저승에서 혼자 외롭게 살아가는 하데스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 조건만큼은 받아들였다.
데메테르는 페르세포네가 세상 밖에 있는 8개월 동안은 풍요의 신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 하지만 딸이 저승에 내려가 있는 나머지 4개월 동안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기간에는 식물이 성장을 멈추고, 때로는 땅 위로 흰 눈물이 내려 대지를 뒤덮었다.
이런 사건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세상은 1년 내내 따뜻했다고 한다. 언제나 꽃이 피었으며, 과일과 곡물은 계속 열매를 맺었다. 하지만 페르세포네가 납치된 이후 데메테르가 일을 하지 않는 4개월 동안은 겨울이 되었다. 따라서 농민들은 페르세포네가 저승에서 돌아오는 봄을 손꼽아 기다렸다가 다시 농사일을 시작했다.
에오스
사랑의 저주를 받은 새벽의 여신
[ Eos ]
출전 | 그리스 신화: 에오스, 로마 신화: 아우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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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제우스를 비롯한 올림포스 신족은 티탄 신족을 쓰러뜨리고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 그들은 티탄 신화도 함께 받아들였는데, 티탄의 태양신 헬리오스와 달의 여신 셀레네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올림포스 신족의 신화 속에는 티탄의 신화를 원형 그대로 받아들인 것도 있다. 따라서 티탄이면서도 올림포스에서 환영받은 신도 존재했다.
새벽의 여신 에오스도 그런 신 가운데 하나였다. 그녀는 히페리온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히페리온은 초대 태양신으로 가이아와 우라노스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었다. 그는 누이 테이아와 관계를 맺어 2대 태양신 헬리오스와 달을 주관하는 셀레네, 그리고 에오스를 낳았다. 이들 세 남매는 모두 빛을 상징하는 신이다. 히페리온은 자신의 역할을 자식들에게 분담시킨 후 신화의 무대에서 은퇴했다. 이후 올림포스 시대가 되면서 헬리오스와 셀레네도 신화에서 퇴장했지만 에오스만은 그 존재를 허락받았다.
에오스는 밤의 장막을 보랏빛으로 물들이며, 태양신을 선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녀는 아침을 상징하는 흰 날개와 밝은 빛을 나타내는 금빛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으며, 사랑스러운 미소로 사람들(특히 남성)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그리고 그녀는 바람의 신들인 제피로스(서풍)와 노토스(남풍), 보레아스(북풍), 에우로스(동풍)를 비롯하여 헤스페로스(저녁별) 등 많은 자식들을 낳았다.
다른 신들과 비교해볼 때 신화 속에서 에오스가 맡은 역할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군신(軍神) 아레스의 눈에 띄면서 슬픈 전설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자신의 애인 아레스가 에오스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에오스에게 아레스가 아닌 다른 자를 사랑하게 하는 저주를 내렸다.
에오스는 신이 아닌 인간을 사랑의 상대로 선택했다. 에오스는 여러 남자를 사랑했지만 언제나 그 결말은 비참했다. 신은 영원한 삶을 지닌 존재였지만, 에오스가 사랑했던 인간들은 늙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 중 트로이의 왕자 티토노스와 나눈 격렬한 사랑은 지금까지도 널리 알려져 있다.
어느 날 에오스는 여느 때처럼 밤의 어둠을 걷어내고, 사랑하는 티토노스가 기다리고 있는 트로이를 향해 긴 보랏빛 궤적을 그리며 날아갔다. 티토노스는 어두운 밤하늘의 빛나는 별처럼 아름다운 젊은이였다. 사랑에 눈이 멀어 마음이 흐트러진 에오스는 인간으로 변신하여 그와 사랑의 밀어를 나누었다. 그런 그녀의 바로 뒤에 언제나처럼 태양신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두 연인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다음날, 새벽의 여신이 잔뜩 기대를 품고 트로이로 날아가자 티토노스는 양손을 넓게 벌리면서 그녀를 맞이했다. 둘은 짧은 시간 동안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다시 헤어졌다.
신과 인간의 사랑은 상당히 낭만적인 느낌을 갖게 하지만 그 결말은 비참한 것이었다. 에오스가 자신이 신이라고 이야기하자 티토노스는 그제야 모든 것을 깨달았다. 연인의 정체가 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왕자는 그 사랑을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헤어져 돌아가는 에오스의 등뒤에서 스스로 다짐하듯 이렇게 외쳤다.
"설사 당신이 신이라 할지라도 내 사랑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오!"
에오스는 기쁨에 겨워 한 가지 큰 결심을 했다. 그녀는 아버지 히페리온1)에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고 이렇게 간청했다.
"티토노스가 신이 될 수 있게 해주세요. 만약 그것이 안 된다면 저를 인간으로 만들어주세요."
"어느 쪽이든 모두 가능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네가 그토록 원한다면, 그 젊은이에게 신의 능력 중 한 가지만 주도록 하마."
에오스는 당연히 불사의 힘을 원했다. 그래서 그 다음날 아침, 에오스는 은마차를 타고 연인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대여! 당신께서 원하신다면 저와 함께 영원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트로이를 떠나야 합니다."
에오스의 말에 티토노스는 왕자의 지위를 버리고, 에오스의 마차를 타고 신의 나라에 들어갔다. 그는 드디어 사랑하는 연인을 영원한 반려자로 얻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극은 그때부터 일어났다.
"에오스, 그대는 언제까지나 젊고 아름다울 것이오. 하지만 당신에 비하면 나는······."
티토노스는 확실히 불사의 생명을 얻었지만 불로(不老)까지 얻은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해가 갈수록 늙어갔지만 결코 죽지는 않았다. 점차 쇠약해지는 연인을 불쌍하고 가엾게 여긴 에오스는 그 모습을 보는 것조차 너무 고통스러워 그를 돌로 만든 방에 가두어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른 후 다시 방문을 열어보니 티토노스의 모습은 그곳에 없었다. 다만, "에오스! 에오스!" 하며 구슬프게 우는 한 마리의 매미만 벽에 달라붙어 있을 뿐이었다.
1 히페리온: 올림포스 시대의 신화에는 최고신인 제우스로 되어 있다.
메두사
아테나에게 미움받은 미녀
[ Medusa ]
출전 | 그리스 신화: 메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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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가 창조될 때, 가이아 여신은 많은 신들과 함께 여러 괴물도 만들어냈다. 그런 괴물 중 고르곤이라는 종족이 있었다. 이들은 추악한 얼굴에 독사의 머리와 멧돼지의 이빨, 그리고 금빛 날개를 가지고 있으며, 보는 사람을 돌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을 가진 불사의 존재였다. 고르곤은 세 자매로 장녀는 스테노(강한 자), 둘째는 에우리알레(멀리 뛰는 자), 그리고 셋째가 메두사(여왕)였다.
하지만 이들 세 자매 중 메두사만은 착한 마음씨와 아름다운 용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언니들과 달리 불사의 존재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만은 괴물이 아닌 여신으로 간주되었다. 특히 그녀의 머리카락은 대단히 아름다워서 그 소문이 순식간에 올림포스에 퍼졌다. 하지만 아테나는 이런 사실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누구의 머리카락이 더 아름다운지 겨루어보자고 제안했다.
결과는 메두사의 승리였다. 괴물과의 대결에서 진 아테나는 몹시 화가 나 메두사를 원래 모습인 고르곤으로 바꾸어버리고 말았다. 뜻하지 않게 부당한 벌을 받게 된 메두사는 언니들과 함께 섬으로 들어가 고통과 번민의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하지만 메두사의 불행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졌는데, 최후에는 페르세우스에 의해 죽음을 맞는 비운의 주인공이 되고 만다.
아르고스의 공주였던 다나에는 제우스와 관계를 가져 신의 자식을 낳았다. 이 아이가 바로 페르세우스이다. 이 남자아이는 늠름한 젊은이로 성장하여 아테나 여신의 인도에 따라 여러 괴물을 쓰러뜨리는 모험 여행에 나서게 되었다.
여신이 일러준 최초의 적은 당연히 메두사였다. 여기에 아테나가 가지고 있던 원한이 개입되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분명 어떤 작용을 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페르세우스는 여러 신들에게서 마음대로 날 수 있는 날개 달린 신발, 몸을 보이지 않게 하는 하데스의 투구, 메두사의 목을 칠 때 쓸 금강낫(또는 칼)과 자른 머리를 담을 자루를 빌려 긴 여행길에 올랐다.
회색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고, 밤낮의 구분도 없으며, 마치 죽음처럼 고요한 세계. 그곳이 바로 메두사가 사는 섬이었다. 페르세우스는 메두사의 눈에 띄면 돌이 되어버린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방패에 비친 모습에 의지해 조심스럽게 섬을 수색해나갔다. 그러던 중 마침내 고르곤 세 자매의 그림자를 발견했다.
페르세우스는 그 중 눈에 띄게 털 색깔이 다른 한 마리에게 다가가 금강낫을 높이 쳐들었다. 하지만 일순간 그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메두사는 선명한 무지갯빛 날개와 바다의 요정 같은 미모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테나에게 부당한 처벌까지 받은 그녀는 괴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연약하고 평온해 보였다.
하지만 자신이 쓰러뜨릴 수 있는 괴물은 불사의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은 메두사밖에 없었다. 메두사의 머리를 가져가지 않으면, 아테나 여신을 배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아르고스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아름답지만······ 이건 단지 괴물일 뿐이다!"
페르세우스는 메두사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온 자루에 담아 섬을 떠났다. 이 메두사의 머리는 나중에 하늘을 지탱하는 티탄신 아틀라스와 안드로메다의 여왕을 공격한 바다의 괴물, 페르세우스와 그의 어머니 다나에를 괴롭힌 아르고스의 왕 폴리덱테스를 돌로 만들어버리는 무기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아테나에게 건네져 영원히 세상의 빛을 볼 수 없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키르케
전설의 마법사
[ Circe ]
출전 | 그리스 신화: 키르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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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케는 티탄 신족의 태양신인 헬리오스와 바다의 요정 페르세(바다의 신 오케아노스의 딸) 사이에서 태어났다. 정확하게 말하면, 키르케는 여신이 아닌 반신(半神)이라고 할 수 있다.
키르케는 아이아이아 섬에 살았으며, 그의 궁전은 사자와 호랑이, 이리 같은 맹수들이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맹수들은 모두 키르케의 마법에 걸려 모습이 변한 인간1)들이었다. 이 섬에 도착한 사람들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키르케의 궁전으로 들어가게 된다. 키르케는 그들을 반갑게 맞이하며, 술과 음식을 대접한다. 흥이 오른 사람들이 경계심을 푼 틈을 타 키르케는 마법을 걸어 그들을 늑대나 사자, 멧돼지로 만들어버렸던 것이다.
탐험가 오디세우스는 수많은 영웅들과 함께 모험 여행에 나서게 된다. 이들 일행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아이아이아 섬에 상륙했고 대원의 절반 이상이 키르케의 마법에 걸려 멧돼지로 변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게 된다.
이때 위기에 빠진 일행을 구하기 위해 헤르메스 신은 마법의 약초인 몰루를 건네준다. 몰루를 가지고 있으면, 키르케의 마법은 아무런 효과를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자신의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허둥대는 키르케에게 오디세우스는 칼을 들이대며 멧돼지가 된 대원들을 다시 인간으로 돌려놓으라고 위협했다.
"마법을 풀어주면 모두 섬을 떠나겠다."
하지만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의 제안을 거부했다. 오디세우스는 그렇다면 마법을 풀더라도 이 섬에 남아 있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키르케는 대원들에게 걸었던 마법을 모두 풀어주었다.
이 일을 계기로 키르케와 오디세우스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키르케의 외로움도 잠시 동안은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다시 모험에 나선 오디세우스는 결국 섬을 떠나게 된다.
키르케는 마법사인 동시에 약사이기도 했는데, 그녀가 만든 약은 못 고치는 병이 없다는 평판이 있었다. 그래서 이런 소문을 듣고 아이아이아 섬으로 향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라우코스라는 남자가 키르케를 찾아왔다.
그는 뜻하지 않게 물의 요정의 유혹에 이끌려 인어가 되었는데, 우연히 물가에서 만난 스쿠라라는 소녀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하지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나타난 그라우코스의 모습에 놀란 소녀는 이내 도망치고 말았다. 그래서 그라우코스는 스쿠라도 인어가 되면 자신을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키르케를 찾아가기로 했다. 키르케라면 사람이 인어로 변할 수 있는 약쯤은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라우코스를 대하는 키르케의 태도는 매우 냉랭했다.
"도망가는 여자를 굳이 붙잡을 필요가 있을까요? 당신 정도의 남자라면 분명 연모하는 여인이 있을 것입니다. 스쿠라를 잊어버리고 새로운 연인을 찾아보시지요."
그라우코스를 연모하는 여인, 그것은 바로 키르케 자신이었다. 자신이 연모하는 상대가 사랑의 열매를 맺기 위해 도움을 청하러 찾아오자 이렇게 은근히 암시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라우코스는 키르케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의 머리 속에는 오로지 스쿠라만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키르케는 그라우코스의 집착에 몹시 화를 내며 내쫓은 다음 혼자 구슬프게 울었다. 그리고는 '인간을 인어로 변하게 할 수 있는 약'을 만들어 그에게 건네주었다. 하지만 이 약은 인어가 아닌 추악한 바다의 괴물로 변하게 하는 약이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그라우코스는 기쁜 마음으로 연인에게 달려가 스쿠라의 몸에 약을 끼얹었다. 그러자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스쿠라는 마치 몇 종류의 동물이 합쳐진 듯한 기괴한 형상의 괴물로 변해버렸던 것이다.
1 원래는 키르케의 연인이었으나, 그녀에게 싫증을 냈기 때문에 맹수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목차
무지개를 상징하며, 올림포스 최고의 여신 헤라의 시녀 역할을 맡은 여신이다. 이 여신은 언제나 주인 곁에 떠 있다가 명령이 떨어지면 세계 속으로 날아갔다. 이리스는 중재의 여신으로 알려져 있으며, 헤라를 비롯한 모든 신의 사자로 활약했다. 그리스의 신으로는 아주 드물게 선량한데다 사람들을 매우 좋아했다. 하지만 제우스와 아프로디테의 불륜을 헤라에게 알리지 않아 크게 혼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우는 모습을 본 헤라는 슬며시 미소 지으며 어떤 처벌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헤라가 자신이 미워하는 상대에게 벌을 내리지 않은 것은 올림포스 사상 최초였다고 전해진다.
출산을 주관하며, 헤라의 하녀와 같은 역할을 맡은 여신이다. 또 헤라의 분신이라고도 하며, 신화 속의 여러 가지 사건에 등장한다. 예를 들면 제우스의 아들 헤라클레스가 태어날 때 그녀는 헤라의 사자로 출산을 방해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위협을 받아 방해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일설에는 화로를 주관하는 여신 헤스티아의 조수였다고도 전해진다.
모이라
운명을 주관하는 세자매
[ Moira ]
출전 | 그리스 신화: 모이라, 로마 신화: 모에라에/파르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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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존재하는 것일까? 존재한다면 과연 어떤 형태로 존재할까?"
오랜 옛날부터 세계 각지의 여러 신화에서는 이러한 주제들에 관해 여러 가지 설이 존재해왔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모이라라는 세 여신이 운명을 주관한다고 믿었다.
흔히 인간의 운명은 '실을 꼬아서 만든 끈'에 비유되기도 하는데, 이 끈을 엮거나 길이를 정하는 일 등이 이들 세 여신이 맡은 역할이었다. 세 자매 중 첫째 클로토는 실을 엮고, 둘째 라케시스는 그것을 인간 개개인에게 나누어주며, 셋째 아트로포스는 실을 끊어버리는 등의 각기 다른 역할을 가지고 있었다.
세 자매는 티탄 시대 초기의 신들인 에레부스와 닉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모이라는 운명의 신이었기 때문에 미래를 예지하는 통찰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티탄과 올림포스의 신들이 세계의 패권을 놓고 싸움을 벌일 때 재빨리 올림포스 쪽에 가담했다고 한다.
원래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은 최고신 제우스에게 주어진 역할이었다. 제우스가 인간 각 개인의 운명을 결정한 다음 모이라에게 알려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인간의 운명과 관련된 사항을 제우스 혼자 결정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점차 그 역할을 모이라에게 넘겨주었다. 여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제우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명확한 기준 없이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행사했기 때문에 인간의 운명이 그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다.
모이라는 운명을 주관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은 신이었지만, 의외로 이들에 관한 이야기는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다. 다른 신들과 인간들의 이야기 속에 조금씩 등장할 뿐이다. 하지만 이처럼 드러나지 않는 신비함이 이 세 여신이 누렸던 인기의 비결인지도 모른다.
승리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는 '싸움에서 승리를 알려주는 신', '운명의 사자(使者)'로 생각되었다. 니케는 전쟁을 주관하는 아테나 여신을 위해 봉사하는 시녀로서 보좌역을 맡고 있었다. 올림포스의 제우스상이나 파르테논의 아테나상은 한쪽 손에 승리를 상징하는 니케상을 들고 있다. 전쟁터에서는 승자의 기쁨 속에서 탄생하며, 패하여 죽는 병사의 의식 속에서도 나타난다. 어느 경우든 그 모습은 대단히 아름다우며, 흰 날개를 가지고 있다. 또 머리카락은 불에 탄 것처럼 금빛이라고 한다.
데메테르의 딸이며, 명계의 왕 하데스의 아내. 하데스에 잡혀가기 전에는 꽃의 여신이었다.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마법의 그림 도구로 적당한 들꽃에 채색을 하면, 그 꽃은 곧바로 그녀가 칠한 색으로 피어났다. 여러 가지 꽃이 존재하는 것은 페르세포네가 다양한 색으로 칠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여신은 원래 명계의 여신 헤카테와 동일시되기도 했다. 헤카테는 그리스 신화 이전부터 존재해온 오래된 명계의 신이다. 놋쇠로 된 날개와 갈고리 같은 손톱을 가지고 있으며, 성격은 매우 잔혹했다. 맡은 역할은 지옥에 떨어진 사자(死者)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었다.
복수의 여신. 하지만 에리니스와는 종족이 다른 복수의 여신이며, 복수의 의미도 전혀 다르다. 이 여신은 언제나 자매인 티케와 함께 움직인다. 티케는 운명의 여신이었지만, 제멋대로 행운과 불운을 나누어주었다. 재능과 기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마음에 드는 인간에게는 산처럼 큰 행운을 안겨주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운만을 주었다. 하지만 행운을 얻은 인간이 교만해지거나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행운을 나누어주지 않으면 벌을 받았다. 그래서 이 여신은 정의로운 분노와 공정함의 상징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