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떤 참가자가 낭창낭창한 목소리와 초롱초롱한 눈매로 멋지게 발표를 하면,
심사위원이 “뻔뻔하게 발표를 잘한다”고 웃는 얼굴로 칭찬합니다.
웃는 얼굴로 말하니 기분 좋게 돌아가지만, 옆에서 듣기에 썩 좋은 표현은 아닙니다.
‘뻔뻔하다’는 말은 ‘잘못이 있어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는 뜻이니,
그 참가자는 뻔뻔한 게 아니고 다만 자신감에 넘쳤을 뿐이지요.
그 어렵다는 오디션을 통과했거나 힘든 심사를 거쳐 당선됐으니 부러웠겠지요.
대개의 사람들은 부끄러움이 많아 쳐다보는 이가 많으면 상대방 눈을 보며 말하지도 못합니다.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건 가루약 먹는 것보다도 싫어했지요.
지금까지도 피할 수 없으면 미리 원고를 써가서 코를 박고 읽을 때가 많습니다.
어눌하고 딱딱하니 분위기를 가라앉히기 일쑤고요.
옹졸하고 비겁하여 뭐 하나 잘못한 게 있다 싶으면, 연락을 끊고 잠수를 탈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뻔뻔한 사람이 ‘부럽습니다’
개구리가 파리 잡아먹듯이 돈을 날름날름 해먹거나 주윗사람에게 대신 글을 쓰게 하는 사람이 부럽습니다.
한 줌 권력을 사리와 사욕을 채우는 데 쓰는 이들의 승승장구가 부럽고요.
비리와 탐욕이 들통나도, 평정심과 고운 자태를 잃지 않는 모습이 정말 부럽습니다.
자신의 허물을 덮으려는 마음이야 누구에겐들 없겠습니까?
그 마음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게 능력이 맞습니다.
자기한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면 뻔뻔할 수 없을 테니까요.
잘못이 없거나 타인이 모를 거라는 확신이 있어야만 뻔뻔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뻔뻔함은 숨기지 못하고 얼굴에 드러납니다.
‘얼굴이 두껍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의 ‘후안무치’나 ‘쇠로 만든 낯가죽’이란 뜻의 ‘철면피’란 말도
얼굴에 드러난 뻔뻔함에 주목하는 말입니다.
‘체면’과 ‘면목’, ‘낯 두껍다’ ‘낯 부끄럽다’란 말도 ‘얼굴’이 사람 됨됨이가 드러나는 통로라는 걸 보여줍니다.
지금은 뻔뻔한 세상 천지입니다.
반면교사로 삼기보다는 함께 검게 물들고 있으니 가히 '근묵자흑'이라 할만 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