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세열은 이것을 보고 대갈일성을 터뜨렸다.
“감히……”
왕세열은 번개같이 오른손을 뻗어 매괴혈신을 잡아갔다.
사망마희는 흠칫 놀라며 급급히 소주를 밀어 젖혔다.
왕세열은 손을 들어 대뜸 소주의 빰을 갈겨갔다.
“매괴혈신, 내가 이처럼 악랄한 줄이야……너는 너의 어머니까지
죽일작정이냐?”
매괴혈신은 두 눈을 앙칼지게 뜨고는 대들었다.
“그녀는 내 어머니가 아니에요!”
사망마희는 마치 어떤 거대한 쇠뭉치에 얻어맞은 듯 온몸을 한 차례
부르르떨었다.
“뭐, 뭣이라고?”
매괴혈신은 사망마희를 노려보며 부르짖었다.
“당신은 내 어머니가 아니에요. 제 어머닌 돌아가셨어요. 당신은 가짜예요!
당신은가짜예요!”
“으흑흑……”
사망마희는 그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대성통곡을 터뜨렸다.
왕세열은 분노를 금치 못하고 소리쳤다.
“그분은 당신의 어머니요. 당신은 왜 부인을 하는 거요?”
“싫어요. 아니 저는 죽어도 승인하지 못해요!”
“당신 정말 죽고 싶은 거요?”
왕세열의 얼굴에 갑자기 살기가 짙어졌다. 그러나 매괴혈신은 조금도 두려운
빛을보이지 않고 가슴을 쭉 펴는 것이 아닌가.
“실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죽여 보아라! 내가 그렇게 겁을 낼 줄 알았더냐?”
왕세열은 너무 화가 치민나머지 이가는 소리가 다른 사람의 귀까지 들릴
정도였다.그때 태극진군이 갑자기 끼어들며 그를 만류했다.
“이손을 놓게! 그녀는 이신대법에 걸린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게!”
이 말을 듣는 순간 왕세열은 씩씩거리며 분노를 누르고 매괴혈신을
앞으로밀어젖혔다. 매괴혈신은 비틀거리며 뒤로 한 자 가량 물러났다.
태극진군은 한숨을 내뿜으며 사망마희를 위로했다.
“사망마희, 너무 슬퍼하지 마시오. 이것은 모두 하늘의 뜻인 것 같소.”
사망마희는 온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슬픔을 안고 어쩔 줄을 몰랐다.
“오오……하늘이시여, 어쩌면 이리도 가혹한 운명이 있단 말입니까?
세상에……”
“그러나 우린 기필코 소주를 본래대로 복원시키고야 말거요. 자, 이젠
그만진정하시고 묵경이 그의 손에 들어갔으니 우린 다시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없소.”
사망마희는 그제야 통곡을 그쳤다. 그녀는 태극진군을 똑바로 주시하며 얼굴에
그어떤 굳건한 빛을 떠올렸다.
태극진군은 그녀의 정서가 가라앉도록 잠시 기다렸다가 입을 떼었다.
“묵경에 기재된 무학을 모두 익혔소?”
“불과 삼 분의 이 정도예요. 묵경에 기재된 무학은 정말 오묘하기 짝이
없어보통사람이라면 일생동안을 참오해도 다 못할 거요.”
태극진군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 말을 듣고 있다가 물었다.
“유령노조라면 얼마 쯤 걸려야 그 뜻을 참오할 수 있을 것 같소?”
사망마희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대꾸했다.
“글쎄요……유령노조는 천성적으로 타고 난 기재이니 아마 한달이면 절반
이상은참오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시간이 없군. 자, 갑시다.”
왕세열이 땅에 쓰러져 있는 현의검모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녀는 어떻게 할까요?”
“그녀는 내상이 심할 뿐 아니라 극독에까지 중독이 되어 회복시킬 수 없는
것같소.”
사망마희가 앞으로 나섰다.
“제가 해보겠어요.”
“그렇게 해보겠소?”
태극진군이 물러나자 사망마희는 양손에 운공을 하며 천천히 땅바닥에
앉았다.그리고는 두 손을 현의검모의 혈문에 올리고는 한 가닥 내가 진거를
주입시켰다.
이렇게 약 반지진이 지나자 요상은 끝났다.
현의검모는 반짝 눈을 뜨고 깨어나더니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시선이막 사망마희에게 닿자 그녀는 급히 물었다.
“사망마희, 당신이 나를 구해준 것인가요?”
“그래요.”
“그렇다면 묵경으로 저를 바꾼 것인가요?”
역시 사망마희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현의검모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미처
말을꺼내지 못했다.
“어……어떻게 그럴 수가……”
“괜찮아요. 부인은 제게 바다보다 깊은 은혜가 있지 않아요? 그런데 내
어찌당신이 죽는 것을 보고만 있으라는 말인가요? 더구나 내 딸아이 때문에
영부와문인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것은 하늘의 뜻이기에 결코 당신을 원망하지 않아요.”
이 말을 듣자 사망마희는 더욱 괴로웠다.
“하지만 제게도 책임은 있어요.”
현의검모는 갑자기 자기의 왼손을 내려다보며 이를 부드득 갈았다.
“내 살아있는 한 유령노조 그 자를 결코 그냥 두지 않을 거예요. 나의 이
왼손으로그의 열 개의 생명과 바꿀 거예요.”
“그리고 당신이 중독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당신을 구할 수
있었던거예요.”
“저의 상처를 치료해 주신 것만도 깊이 감사를 드릴 것인데……어찌
그럴수가……”
이어 왕세열은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태극진군에게 물었다.
“노선배님, 선배님께 해약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태극진군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없네.”
“아니 전날 제게 주지 않았습니까?”
태극진군은 현의검모를 쳐다보며 대꾸했다.
“그것은 옛날 다른 사람이 내게 준 것인데 쓰고 두 알이 남아 있던 것이네.
하지만난 그녀를 데리고 치료를 하러갈 수는 있네.”
“그렇다면 우리 지금 즉시 떠나기로 해요.”
사망마희가 깊은 수심에 찬 표정으로 태극진군과 나머지 세 사람을 쓸어보았다.
“그렇다면 어서 떠나도록 하세요. 부디 제 딸을 잘 보살펴 주시고요.”
태극진군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인, 염려마시오.”
그는 땅에 쓰러져 있는 현의검모를 부축하여 앞서 걸어 나갔다.
왕세열은 매괴혈신을 쏘아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자, 당신도 같이 갑시다!”
그는 매괴혈신을 데리고 태극진군의 뒤를 따라갔다.
“으흐흐흐……”
그때 갑자기 한 음침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더니 이어 지금 안에서는 관
뚜껑이열리는 것 같은 음산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왕세열이 깜짝 놀란 음성으로 외쳤다.
“앗, 큰일났군요. 유령노조가 이미 활로를 봉해버린 것 같군요!”
태극진군은 안색이 변하더니 이내 침착을 되찾은 어투로 대꾸했다.
“음, 그런 것 같구나. 하지만 아무 염려하지 마라. 우린 꼭 나갈 수
있을것이다.”
말을 끝내고 그는 다시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곳이 바로 출구다.”
왕세열이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서며 말했다.
“놈이 출구를 이미 봉했군요.”
태극진군이 고래를 끄덕이자 왕세열은 매우 조심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다면 이제 또 어떻게 하지요?”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두 사람의 공력으로 충분히 이 석벽을 뚫을
수있을 것이다.”
“아니, 길을 막은 이 석벽을 뚫는다고요?”
“그렇다. 그것 외에는 이제 다른 방법은 없다.”
“좋습니다.”
왕세열은 즉시 오른손에다 공력을 끌어올리고는 석벽을 향해 1 장을 퍼부어 갔다.
펑!
다음 순간 지측이 흔들릴 것 같은 폭음이 터지며 자갈이 사방으로 날았다.
석벽은한쪽이 허물어지면서 생각보다 많은 손상을 내는 것이었다.
뒤이어 태극진군도 1 장을 뻗어내었다.
몇 번의 폭음 소리가 터지더니 석 자 두께의 무시무시하던 석벽이 이들의
힘을당해내지 못하고 커다란 구멍을 냈다.
왕세열은 이것을 보자 기쁨을 금치 못하고 외쳤다.
“선배님! 이제 됐습니다!”
“그렇구나. 이제 우린 나갈 수 있네.”
태극진군 역시 기쁨을 금치 못하고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암도를 벗어나자 두 사람은 위로 올라가는 돌계단을 밟았다.
이윽고 그들은 밖으로 나왔다. 두 사람이 고개를 들이밀고 나온 곳은 바로
대전의신단 아래였다.
태극진군이 승리의 코웃음을 날리며 입을 떼었다.
“우린 드디어 지하 암도를 벗어났네!”
태극진군도 말을 끝낸 후 즉시 대전 밖으로 걸어 나갔다.
대전을 나온 후 갑자기 태극진군은 몸을 돌리며 매괴혈신을 향해 싸늘한
음성으로입을 떼었다.
“소주, 너는 다시 유령노조에게 돌아가라.”
매괴혈신은 뜻밖이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요?”
“우린 이제 네가 필요 없다. 그러니 그만 돌아가 유령노조를 위해
힘이되어주어라.”
“좋아요.”
매괴혈신은 태극진군을 쏘아보며 싸늘하게 코웃음을 날리더니 곧 몸을 돌려
대문밖을 향해 질주해 갔다.
왕세열은 매우 의아스럽다는 듯 물었다.
“노 선배님, 어째서 그녀를 보내는 것입니까?”
태극진군은 사라져가는 소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무거운 어투로 입을 떼었다.
“그녀를 신변에 두면 오히려 좋지 않을 것 같네. 그녀가 수시로 우리를
죽이려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게. 자칫했다가 아까 그녀의 어머니 경우처럼 우린
정말그녀의 손에 죽을지 모르네. 그런 위험을 안고 생활하느니 차라리 그녀를
돌려보낸후 다음 방법이나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네.”
왕세열은 태극진군의 이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잠시 생각을 굴려본 후 왕세열은 천천히 입을 떼어 물었다.
“그럼 이제 우린 어디로 가죠?”
“먼저 사람을 찾으러 가야지. 자, 나를 따라오게.”
말을 끝내고 태극진군은 앞장서서 달려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무림함성을 나온 후 쉬지 않고 앞으로 질주해 갔다.
약 1 리쯤 달렸을까. 갑자기 태극진군이 우뚝 걸음을 멈추더니 경악을 터뜨렸다.
“아니!”
왕세열 역시 놀라서 그 자리에 우뚝 섰다.
“이럴 수가……”
두 사람은 의아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두 사람의
얼굴은한결같이 놀란 빛이 떠올라 있었다.
태극진군이 한참 후에야 입을 떼었다.
“자네도 속이 이상한가?”
“그렇습니다. 기경팔맥에서 한 가닥 열류가 급속도로 치밀어 오르는
것같습니다.”
“자네 역시 그랬군.”
“그렇다면 우리가……”
“우린 다시 그의 독에 중독이 된 것이다.”
왕세열은 그만 안색이 확 변하고 말았다. 태극진군은 으드득 이를 갈며
분노가치밀어 어쩔 줄을 몰랐다.
“유령노조, 실로 악랄하기 그지없는 놈이로구나. 우리도 알지 못하는 순간에
독을펼치다니……우리는 지하를 빠져나왔으면서도 그의 독수를 대하지 못
하는구나,그런데 이번에 중독된 것은 전번보다 더욱 악랄한 것 같으니……”
왕세열은 울화가 머리꼭대기까지 치밀었다.
현의검모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어디가 편찮으신가요?”
태극진군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대꾸했다.
“우린 중독이 되었단 말이오.”
“중독이요?”
“그렇소……”
태극진군은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왕세열과 동시에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이것을 본 현의검모는 그만 경악을 지르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태극진군과 왕세열은 배를 움켜쥐고 몸부림쳤다. 어느덧 콩알 만한 땀방울이 쉴
새없이 그들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육신이 오그라지는 듯한 몸부림. 그 고통은 실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소름이끼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현의검모는 여전히 어쩔 줄을 모르고 그 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그때 왕세열과 태극진군의 입에서 한 가닥 선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현의검모는더욱 놀라며 당황했다.
휘익!
그때 갑자기 눈앞으로 예리한 바람이 몰아치며 한 흑영이 달려오더니 대뜸
왕세열과태극진군의 혈도를 찍는 것이 아닌가.
두 사람은 혈도를 찍히는 즉시 정신을 잃어 버렸다.
현의검모는 극도의 놀라움으로 미처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하고 나타난
흑영을쳐다보았다.
눈앞에는 한 흑의소녀가 손에 비파를 든 채 다소곳이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나타난흑의 소녀는 다름이 아닌 바로 지옥마화였다. 그녀의 안색은 이때 매우
침통하게변해 있었다.
“저 두 분은 어떻게 된 거죠?”
현의검모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대꾸했다.
“중독이 된 거예요.”
“누구에게……”
“바로 유령노조……”
현의검모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지옥마화의 안색이 싹 변하더니 이를
갈았다.
“자, 두 분을 지키고 계세요. 제가 얼른 가서 해약을 가져올 테니까요.”
이 말을 남긴 후 지옥마화는 유령문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갑자기현의검모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크게 소리쳤다.
“잠깐!”
지옥마화는 몸을 날리려다 말고 급히 돌아섰다.
“무슨 가르침이라도……”
현의검모는 안색이 싹 변해서 말했다.
“낭자는 그곳에 가지 못해요.”
“무엇 때문이죠?”
현의검모는 땅에 쓰러져있는 두 사람을 가리켰다.
“당신의 무공과 이 두 사람의 무공과 비하면 어때요?”
“그건 안심하세요.”
지옥마화는 입에서 말을 뱉어내기 무섭게 몸을 날렸다. 그녀의 작은 몸은 눈
깜짝할사이에 수장 밖으로 튕겨나가고 있었다.
현의검모는 그녀를 제지 하려고 했지만 이미 때가 늦어 그만두었다.
현의검모는 지옥마화가 그곳에 들어가면 필시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것이라고생각되어 그녀를 만류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으니 현의검모는
천천히몸을 돌려 왕세열의 몸을 만져 보았다.
왕세열의 몸은 마치 불덩어리처럼 달아올라 옆에 있는 사람까지도 호흡장애를
받을정도였다.
현의검모는 낯빛이 흐려진 채 깊은 절망에 빠졌다.
“이 일을 어쩌면 좋다는 말인가…….”
현의검모가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고 있을 때 지옥마화가 돌아왔다.
그녀가 떠난 지 약 반 시진이 지난 후였다. 그것은 실로 현의검모로 하여금
너무나뜻밖의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지옥마화는 품속에서 두 알의 흰 알약을 꺼내더니 왕세열과
태극진군에게복용시켰다.
현의검모가 궁금함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물었다.
“낭자, 정말 해약을 얻은 거예요?”
“해약은 아니지만 잠시 그들을 구할 수는 있을 거예요.”
“어떻게 해약을 얻었어요?”
“그건 잠시 후에 말씀드리겠어요.”
지옥마화는 약을 두 사람에게 먹인 후 두 사람의 혈도를 풀어주고 나서 다시
전신의혈도를 주물러 주었다. 이렇게 잠시가 지나가 지옥마화는 행공을 끝내고
자리에서일어났다.
“두 분께선 곧 깨어나실 거예요.”
현의검모는 아직도 궁금증을 버리지 못하고 물었다.
“대체 어디서 해약을 얻었나요?”
지옥마화는 잠시 생각을 굴리더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얘기하자면 길어요. 그러나 간단하게 말씀드릴게요. 제 아버님께선
유령노조와아주 절친한 친구 사이에요. 그런데 유령노조와 저의 어머님 사이엔
무슨 일이 있어아버님께선 그만 어머님을 죽이고 말았어요. 그리고 아버님은
행방불명이 되셨죠.그런 연유가 있는 까닭에 유령노조는 제게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항상 제말이라면 무슨 일이든지 잘 들어주셨죠. 그래서 저는 이
해약도 쉽게 얻을 수있었던 거죠.”
현의검모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었군요……”
“하지만 이들이 먹은 것은 진짜 해약이 아니에요.”
“그렇다면?”
“유령노조가 말하기를 태극진군과 왕세열이 중독된 독은 심독(深毒)이라고
했어요.누구라도 중독 되면 몸이 불덩어리처럼 달아올라 한 시진 안에 절명을 하고
만다는거예요. 그리고 그는 단지 이 독을 시전할 줄만 알 뿐 해약은 없다고
했어요.”
“그렇다면 결국 죽는 거나 마찬가지가 아녜요?”
“아니에요. 지금 두 분께서 복용한 것은 독의 발작을 저지시키는 것으로,
아마열흘 안까지는 죽지 않을 거예요.”
“열흘이 지나면?”
“열흘이 지나도록 해약을 얻을 수 없다면 공력을 상실하고 만답니다.”
이때 왕세열과 태극진군은 천천히 깨어나기 시작했다.
왕세열은 눈을 뜨자마자 지옥마화를 보고는 그만 깜짝 놀랐다. 왕세열의
감정은어느덧 지옥마화에 대한 사랑이 미움으로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왕세열은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났다.
지옥마화는 근심스런 빛으로 입을 떼었다.
“좀 어떠세요?”
왕세열은 그녀를 차갑게 쏘아보며 입을 떼었다.
“당신이 날 구했소?”
“그래요.”
“누가 당신더러 나를 구하라 했소? 어서 이 자리에서 없어지지 못하오?”
그의 표정은 더없이 싸늘했다.
지옥마화는 그 말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은 아픔을 느끼며 안색이
하얗게질렸다.
“내……내가 당신을 구한 것이 잘못인가요?”
“나는 죽어도 당신의 구원을 받고 싶지 않소.”
지옥마화는 얼굴이 싹 변하며 뒤로 한 걸음 주춤 물러났다.
“왕세열, 당신이 이처럼 배은망덕한 사람일 줄이야.”
“아니 감히 본인을 욕해……”
지옥마화의 표정이 얼음장같이 싸늘하게 변하며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그래요. 난 당신을 욕할 뿐 아니라 당신같이 배은망덕한 사람을
죽이기까지하겠어요. 왕세열, 나 진봉봉이 대체 당신에게 잘못한 게 뭐 있어요?”
“없소.”
“없다면서 무엇 때문에 내가 당신을 구원한 것을 그리도 핍박하나요?
왜싫어하느냐 말예요?”
“나는 아무튼 당신의 은혜가 입기 싫단 말이오.”
“이 말은 분명히 당신의 입에서 나온 거예요.”
“했소!”
“그렇다면 나는 당신을 죽이겠어요.”
지옥마화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런 가혹한 대우를 받자 극도로 노여움이
치밀어몸을 퉁기는 동시 장을 퍼부었다. 위맹한 바람소리를 내며 뻗어 나온 이
장은빠르고 능란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왕세열은 급히 몸을 날려 한쪽으로
피했다.
“받아랏!”
지옥마화는 일격이 실패를 하자 날카롭게 고함을 지르며 몸을 날려
그에게덮쳐갔다.
태극진군이 정신을 차리고 날카롭게 외쳤다.
“멈춰라!”
이 외침에는 무한한 위압이 담겨져 있어 지옥마화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멈추었다.그러나 여전히 그녀의 얼굴은 살기에 가득 차 있었다.
태극진군은 왕세열에게 다가오며 나무라는 어조로 말했다.
“이 낭자께서 우리를 구해 주었는데 자넨 어째서 감사 할 줄도 모르는가!”
왕세열은 격동된 어투로 대꾸했다.
“선배님, 저는 죽어도 그녀의 도움을 입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건 자네의 일방적인 잘못이 아닌가?”
지옥마화가 대뜸 그 말을 받았다.
“이런 배은망덕한 사람은 차라리 강호에서 없어지는 게 좋아요!”
지옥마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들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는 숲
너머에서하나의 차가운 음성이 들려나왔다.
“그래요. 그는 죽어 마땅해요!”
지옥마화는 그 음성이 누구의 것인지 알아보기도 전에 재차 몸을 날려
왕세열에게덮쳐가며 비파를 휘둘렀다.
왕세열은 이것을 보자 크게 외쳤다.
“진봉봉, 정말 싸우려는 거요?”
지옥마화는 대꾸조차 하지 않고 날카롭게 3 초를 공격해냈다.
“좋소. 그렇다면 나도 가만있지 않겠소!”
왕세열은 고함을 치며 2 장을 공격해냈다. 하지만 왕세열은 중독이 되어
공력이미처 회복되지 않아 2 장을 공격해낸 후 몸을 비틀거렸다.
왕세열이 몸을 비틀거리는 순간 지옥마화는 맹렬하게 일장을 퍼부었다.
펑-
그때 커다란 폭음이 터져 나오며 왕세열의 몸은 실 끊어진 연처럼 1 장
밖으로날아갔다. 왕세열은 땅바닥에 모질게 떨어진 후 즉시 몸을 일으켰으나 이내
한모금의 선혈을 토해내고 말았다.
지옥마화는 화가 치솟은 김에 다짜고짜 일장을 격출해냈으나 왕세열이 피를
토하는것을 보자 그만 안색이 창백해지며 넋을 잃었다.
태극진군 역시 안색이 크게 변했다.
“오호호호……”
지옥마화 진봉봉은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광소를 터뜨리며 몸을 날려 마구
앞으로달려가는 것이었다. 사라져가는 그녀의 그림자에 따라 멀어져 가는
웃음소리는사람의 간장을 뒤집는 듯 들려왔다.
태극진군은 그 자리에서 넋을 잃은 채 섰다.
이때 머리카락은 어깨까지 늘어뜨린 회의소녀가 천천히 숲 속에서 걸어
나왔다.그녀는 우청이었다.
태극진군은 그녀를 보자 정신이 드는 듯 급히 입을 열었다.
“우 낭자, 바로 낭자였구려.”
“그렇습니다. 노선배님.”
태극진군은 왕세열을 쳐다보며 우청에게 물었다.
“이것이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낭자는 알겠는가?”
우청은 입술을 깨물고 있다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저는 자세히는 몰라요. 그러나 저 두 사람은 예전엔 여인들이었죠. 하지만
왕소협이 대체 무엇 때문에 지옥마화를 이처럼 미워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군요.”
이때 왕세열이 천천히 다가왔다. 그는 입가에 피를 닦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우 낭자, 내가 어째 죽어 마땅한 가요?”
우청은 싸늘하게 말을 꺼냈다.
“그래요. 당신은 죽어 마땅해요.”
“어디 그 이유를 말해보시오.”
우청은 표정을 굳히며 한자 한자 뱉어냈다.
“당신은 배은망덕한 사람임에 틀림없어요. 만약 지옥마화가 없었더라면
당신은아마 오늘날까지 살지 못했을 거예요.”
“당신 그 말이 대체 무슨 뜻이오?”
“왕세열, 나는 전날 당신에게 지옥마화를 잘 대해주라고 했지요?”
“물론 그랬소.”
“당신은 그녀를 위해 도대체 뭘 해 주었죠?”
왕세열은 그 말에 은근히 울화가 치밀어 반박했다.
“그런 그녀는 나를 위해 도대체 무엇을 했소? 아니 그것은 그만 두고라도
그녀는아무와 놀아나는 그런 창부 같은 여자요!”
우청은 날카롭게 소리치더니 두 눈에 절망을 뿜어내며 섬섬옥수를 들어
왕세열의따귀를 갈겼다. 그러나 갑자기 중도에서 손을 멈추며 그녀는 날카롭게
소리쳤다.
“지옥마화가 창부라고?”
“그렇소.”
“누가 그런 소릴 했죠?”
“등곤이오.”
“등곤? 호호호호!”
갑자기 우청은 미친 듯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왕세열은 안색이 싹 변해 버럭 소리를 쳤다.
“무엇 때문에 웃는 거요?”
우청은 아직도 웃음을 거두지 못하고 겨우 말을 꺼냈다.
“당신 왕세열이 바보라 웃고 있는 거예요. 그래, 그 혈해랑자의 말을
믿는다는말인가요?”
“그렇다면 아니란 말이오?”
우청은 웃음기를 싹 거두며 안색을 굳혔다.
“왕세열, 내 당신에게 솔직히 말해 주겠어요. 지옥마화는 전날 당신을 구하기
위해혈해랑자에게 몸을 바치고 사망전과 바꾸었어요.”
“뭐라고?”
이 말을 들은 왕세열은 마치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듯 몸을 한차례 떨었다.
첫댓글 즐감입니다.
즐독입니다
즐감
즐독하였습니다
즐감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