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귀와 손으로 전시장에 들어서면 생각보다 글이 많다. 작가의 연대기를 소개하는 경우도 많고 미술사조별 어록과 가치관을 텍스트로 확인할 수 있다. 전시장에 이미 제공되는 힌트들이 많기 때문에 귀가 가벼운 우리는 이 힌트들을 찾으면서 감상을 하기만 하면 도슨트를 듣지 못해도 알찬 감상을 할 수 있다.
▲ 오디오 도슨트를 못 빌렸어 / 그림: 윤건호
[문화매거진=윤건호 작가] 적당한 바람과 적당한 온도의 주말, 느슨한 햇빛을 쬐며 나들이 겸 미술관을 찾았는데 오디오 도슨트를 못 빌렸다면?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도슨트가 몇시부터 시작인지, QR코드나 링크로 제공되는 도슨트가 있는지를 확인해보고 전시장으로 들어간다.
도슨트는 어디까지나 해설의 역할이기 때문에 크게 낙심할 것없다. 감상을 위해 온 것이지 정보를 얻으려고 전시장을 찾은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물론 정보를 얻으면 더 좋지만.)
가벼운 귀와 손으로 전시장에 들어서면 생각보다 글이 많다. 작가의 연대기를 소개하는 경우도 많고 미술사조별 어록과 가치관을 텍스트로 확인할 수 있다. 전시장에 이미 제공되는 힌트들이 많기 때문에 귀가 가벼운 우리는 이 힌트들을 찾으면서 감상을 하기만 하면 도슨트를 듣지 못해도 알찬 감상을 할 수 있다.
감상에 들어가며 리플렛, QR코드, 벽에 적힌 글과 캡션들은 빠짐없이 확인한다. 리플렛에는 전시 서문과 간략한 대표작 소개, 작품 배치도를 확인할 수 있다. 순서에 따라 감상할 동선을 생각하고 시간이 없다면 대표작 위주로 감상하기로 한다.
제공되는 글과 정보를 읽어보며 전시의 주제와 작가에 대해 천천히 파악하기 시작한다. 작가가 어떤 것에 관심이 있고 어떤 생각들을 작업하고 있는지 파악하면 절반은 파악한거나 다름없다.
감상하다 보면 작품 캡션에 헤드셋 아이콘이 있는 작품들이 있다. 그 작품들은 오디오 도슨트를 제공할 만큼 주요한 작품이라는 뜻이니 눈여겨 감상해본다.
전시장을 찾은 모두가 그 작품에 집중할 때 간혹 전공자들이나 친구들끼리 왔거나 미술인들이 몰리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그런 경우 그 작품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다양하고 심도 있는 식견들이 많이 오가는 편이 많아 듣다 보면 꽤 좋다. 몰래 엿들을 것 없이 그저 들리는 것을 버리지 않으며 감상을 이어간다.
듣고 보고 걸으면서 전시장을 배회하다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영상을 발견한다. 이 타이밍에 다리가 아프면 잠시 앉아 쉬어도 되고 정보를 얻기 위해 감상을 한다. 하지만 나는 대체로 영상의 중간부터 보게 되는 경우가 많아, 잠시 쉬고 미련 없이 일어나는 편이다.
제목이 ‘무제’인 작업은 연도와 시기를 확인한다. 메모해도 좋고 사진을 찍어도 좋다. 무제작은 확고한 의도가 담겨있거나 요동치는 혼란이 담겨있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즉, 작가의 작업 당시 환경과 감정에 어떤 변화라든지 극적인 무언가가 있었다는 것이다. 기점이 되는 사건들이 배경 되었을 수 있으니 나중에라도 검색해보면 재밌는 서사를 발견할 수도 있다.
도슨트가 없으니 호기심 대마왕이 되어보고 알차게 감상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