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한동훈 법무부장관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 뉴시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이 제기했던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가짜 뉴스로 판명난 상황에서 또 다시 방송에 출연해 큰소리를 쳤다. 자신과 ‘협업’했다는 유튜버들이 가져온 제3자의 허위 주장을 공적(公的) 자리에서 공개하고도 “가짜뉴스가 아니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민사 소송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김 의원은 지난 19일 공개된 쿠팡플레이 예능프로그램 ‘SNL 코리아’의 ‘맑눈광이 간다’ 코너에 출연해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관해 입을 열었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심야에 김앤장 변호사 등 30여명과 청담동 고급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불렀다는 주장이다. 그 자리에 동석했다는 여성 첼리스트 A씨가 그날 새벽 남자 친구와 통화에서 그렇게 말했다는 녹취가 근거였다. 녹취는 남자친구가 ‘더탐사’를 통해 공개했는데, 실제로는 A씨는 당일 술집을 일찍 빠져나와 숙박업소에서 머물렀고, 이를 숨기기 위해 대통령 이야기를 지어낸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김 의원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유튜버와 협업했다며 녹취 속 이야기를 공표했다가 그해 11월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자 이 문제에 대해 사과까지 했다.
그런데도 김 의원은 9개월여가 지난 19일, 방송에 나와 다른 소리를 했다. 그는 자신이 이 문제로 민·형사 소송을 당한 것과 관련 한 장관에게 “부탁드린다. 어느쪽이든 빨리 결론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0개월이 되도록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민사소송 10억원짜리는 한번도 재판이 열리지 않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또한 ‘한 장관에게 영상 편지를 띄워 달라’는 진행자의 말에도 “제가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지 10개월이 됐는데, 왜 아직도 결론을 안 내리고 있냐”며 “이 문제 질질 끌게 아니라 빨리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힘 있는 한 장관이 힘 좀 써달라”고 했다. 한 장관은 당시 김 의원을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하면서 동시에 10억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넣었다.
하지만 김 의원의 한 장관 상대 이러한 ‘민원’은 번짓수가 틀렸다는 지적이다. 소송 기일을 잡고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법무부가 아닌 법원의 권한으로, 법무부는 이에 개입할 수 없다.
여당 관계자는 “마치 법무부가 자신이 없어서 소송을 지연하는 것처럼 들리도록 시청자를 호도한 것”이라고 했다.
방송에서 김 의원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청담동 술자리’ 가짜뉴스로 자신이 정치권 안팎에서 ‘허위사실 제조기’ ‘양치기 소년’ 등의 별명으로 불리는 것과 관련해 “제보자가 분명히 있고 제보자 녹취가 있는 상황에서 그 근거를 가지고 한 장관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라며 “그런 것까지 허위사실, 가짜뉴스라고 말하는 건 내게 덮어 씌우려는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이 김 의원에게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법조계 관계자는 “허위 사실임이 드러난 상황에서 다시 의혹이 사실인 것처럼 주장한 것으로, 명예훼손의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될 수 있고, 국회가 아닌 방송이어서 면책 대상 발언도 아니다”고 했다.
이밖에도 이날 방송에서 김 의원은 한 장관이 “야당을 쥐잡듯 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앞서 한 장관을 ‘깡패’에 비유한 이유에 대해 “검찰 수사를 너무 무자비하게 하고 있다”며 “그래서 깡패는 깡패인데 ‘검은 뿔테 쓴 깡패’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