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삼십년은 더 지난것 같은 만남
한동네 예쁘장한 꼬맹이로 유심히 잘따르던 그녀였는데
청춘에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만고풍상으로 살다보니
어느날 그녀가 시집갔단다
젊어서 꼴짐을 지고 나갈라치면 졸졸 따라와 찔래꽃도 꺽고
딸기도 따서 입에 넣어주던 그저 어린 꼬맹이 였는데
친근하게 대해주는 동네 이웃집 오빠가 좋았던지
한동안 옆에서 놀던아이.
그런 그녀에게 크로바 꽃을 역어 머리에 꽃아주며
꽃님아! 꽃님아! 하고 불러주면 그렇게 좋아하던아이
물이 많은 개울을 건널라치면 징검다리도 못건너 울상짓던
등에 업혀 건너며 좋아라 등어리 치던 그아이가...
잘따르던 그녀가 장성해 가면서 점차 여자티를 내더니
군대갔다오니 제법 숙녀가 되어 있었다
무심한 나는 내 소꼽친구 초등학교 동창을 평생에 반려자로 맞이하는날
꽃가마 뒤를 주적주적 따라가던 이 오빠를
동네 어귀 호두나무옆에서 아무말없이 바라보던
그녀와 눈길을 마주쳤을때 그때 그 원망의 눈길이 예사롭지 않아 보이기는 했었다
"쟤가 ? 날?"
오랜세월이 흘렀구나.
너도 늙고 나도 늙고.
풍문에 어느 폭군같은 남편만나 어렵게 산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안쓰러워했는데
오늘 갑자기 만날줄이야!
"마음좋은 사람을 만나 숨어 살고 있는데 전남편과
이젠 정리를 해야 할것 같아서 오빠 여기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어요"
조용한 느티나무아래서 차한잔 갖고 마시며 한동안 말없이
우린 그렇게 앉아있다가 한숨석인 그녀의 하소연을 들었다.
내를 찾아온들 무신뾰족한 수가 있을가마는
아는대로 중언부언 조언해주니 잘았다며
일어선다
"오빠는 공부해야 한다더니 출세하셨네?
오빠가 나를 많이 이뻐해줘서 오빠어렷을적에 참 좋아했는대!
오빠가 나한테 딸기따다주고 찔래 꺽어다주고"
쑥스러움으로 겸연쩍게 웃으며 말한다
"내도 순애를 얼마나 이뻐했는데!"
그래서 또한번 쑥스럽게 웃었다
"그 꼬맹이가 이렇게 벌써 눈가에 주름이 잡히니.......ㅎㅎㅎㅎ"
"오빠 저도 낼모래 50이예요 ㅎㅎㅎㅎㅎㅎㅎㅎ"
"그렇던가? 허허허!"
이 착한 순애에게 눈물이 있다니...........
또 언제 만날런지는 모른다
"기운내고 열심히 살아!"
"네 오빠도 건강하게 사세요 "
다만 어디가든 행복하기만 하여라
힘없이 걸어가는 그녀의 등뒤에서 난
그렇게나 빌어볼수밖에............
첫댓글 ㅎㅎㅎ저두 지난 일요일 초등학교 동창생 만나보았습니다 감회어리드라구요,
택수 친구의 글을 읽을라치면 꼭 동영상을 함께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림이 너무나 선명하게 그려진다니까요.ㅎㅎㅎ
자상한 친구님의 글은 언제나 미소를 머금게 하지요 즐감하고 가요 꽃님이 친구 앞날에 늘 행복이 같이 하기를...
무어라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은데 글재주가 없어서... 친구의 글을 접하면 흐뭇한 마음으로 떠납니다 ..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무어라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은데 글재주가 없어서... 친구의 글을 접하면 흐뭇한 마음으로 떠납니다 ..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나이 들어서 만나면 감회가 깊더라구요. 어릴때 좋아했던 남자아이가 이젠 환갑을 눈앞에 둔 초로의 중년... 서로 보고 웃지요 우리 나이 많이 먹었다 그치 친구야. 우리는 어른이다 그치. 아프지 말고 살자
젊어서는 꿈에살고 늙으서는 추억으로 산다고 누가 그랬든가.아름다운 추억을 느끼게 하는 글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