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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 줄 아니? 친구와 싸우고 누가 먼저 사과하나 기싸움 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엇나가지 않게 스스로를 지키는 사람이야"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은사님이 계십니다. 한마디 말로 삶의 방향을 잡아주셨던 분이지요. 사춘기의 사막 한가운데를 지나던 그때, 제가 잠시 기대어 쉴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위로를 건네주셨습니다. 세상을 탓하고 상황을 비관하며 흔들리던 저에게 무심한 듯 던진 한마디는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게 한 동력이 되었습니다.
당시 중학생이던 저에게 선생님의 국어 시간은 신세계였습니다. 교과서와 교과서 밖을 넘나드는 수업은 작은 틀에 갇혀 있던 저에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었지요. 법정 스님의 `무소유`도 선생님의 입을 거치면 드라마처럼 흥미로웠습니다. 무엇보다 "너는 참 자존감이 높은 아이구나"라고 말씀해 주셨을 때, 저는 왈칵 눈시울이 붉어질 만큼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매일 오르내리던 마음의 파도 속에서 누군가 나를 알아봐 주었다는 사실은, 훗날 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크고 단단한 `닻`이 되었습니다.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지만, 늘 `조금 더 멋진 사람이 되면 그때 찾아뵙자`며 미루곤 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어 우연히 선생님의 소식을 듣고 떨리는 마음으로 편지를 썼습니다. `선생님의 한마디가 삶의 중심을 잡아주었다`는 고백을 담았지만, 왠지 부끄러움에 결국 우체통에 넣지 못했습니다. 대학생이 되어 동창회에서 전해 들은 부고 소식에 저는 아득함을 느꼈습니다. 부치지 못한 편지와 표현하지 못한 마음들이 머릿속에서 빙빙 돌았습니다. 미루지 말고 말씀드릴 걸, 하는 뒤늦은 후회만 남았습니다.
교사가 되어 아이들과 지내다 보니, 아이들이 `표현`에 얼마나 서툰지 매 순간 느낍니다.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안다 해도 표현해 본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어버이날이나 스승의 날은 이렇게 서툰 마음을 밖으로 꺼내어 볼 수 있는 소중한 `연습의 날`입니다.
선배 교사들은 제자들에게 작은 사탕 하나라도 건네며 마음을 표현했을 때 돌아오는 선순환의 기쁨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저 또한 그 가르침을 이어받아 찾아오는 졸업생들에게 작은 선물을 건네고 답장을 씁니다. 까맣게 잊을 법도 한데 시간을 내어 찾아오는 아이들이 참으로 대견하고 고맙기 때문입니다.
초코 과자 광고 문구처럼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격언처럼, 나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나누어야 합니다. 나를 드러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소통에 익숙한 요즘 아이들에게 서로의 눈을 보며 마음을 전하는 일은 분명 쉽지 않습니다. 의사소통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7%에 불과하고, 말투와 표정, 몸짓 등 비언어적 요소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메라비언의 법칙을 떠올려 봅니다.
가상공간을 넘어 현실에서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경험, 표현했을 때 돌아오는 따뜻한 선순환의 경험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싶습니다. 올해 스승의 날에도, 아이들의 마음을 응원하기 위해 좋아하는 과자를 잔뜩 쌓아두고 예쁜 엽서를 고르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