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EDR 감정 결과 나와
감정인 "시속 110㎞에서 '풀 액셀' 5초 밟았으면 시속 116㎞↑ 추정"
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에서 일어난 차량 급발진 의심사고 현장.(뉴스1 DB)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차량 급발진 의심사고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주요 근거자료로 쓰일 차량 사고기록장치(EDR)의 신뢰성을 의심케 하는 감정 결과가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2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이른바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의 운전자 A씨와 가족들이 차량 제조사를 상대로 낸 7억6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심리를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에서 진행한 사고기록장치(EDR) 감정 결과가 최근 나왔다.
감정인은 "단편적인 자료만으로 볼 때, 시속 110㎞ 주행 중 가속 페달을 최대로 해 5초 동안 작동시켰다면 차량의 당시 기어비(단수)와 발진가속 성능에 따른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5초 후에 적어도 시속 116㎞보다 높은 상태가 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앞서 원고 측 소송대리인은 "사고 5초 전 차량 속도가 110㎞/h인 상황에서 분당 회전속도(RPM)이 5500까지 올랐지만, 마지막 속도는 겨우 6㎞/h 증가한 116㎞/h에 불과했다"며 사고기록장치의 신뢰성 증명을 위한 감정을 신청한 바 있다.
감정인은 EDR에 기록된 충돌 5초전 속도가 최종위치(배수로)에서의 기록이라고 전제하고 EDR 감정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고차량의 경우 37초 동안 급가속 하며 675m를 주행하며 처음 모닝 차량을 비롯, 도로 중앙분리대, 전신주, 배수로 등 총 4차례 충돌했다. 이에 EDR기록의 마지막 시점이 4곳 중 어느 곳인지에 따라 가정은 달라질 수 있다.
차가 멈춰선 최종위치인 배수로에 부딪혔을 때를 마지막 시점으로 전제한 감정인은 "충돌 0~5초 사이의 전체 이동거리는 약 157m, 평균가속도는 초당 0.33m 정도로 평균가속도가 절반이하 상태로 분석된다"면서도 "단순하게 가속페달을 최대로 작동시킨 최대 가속 상황이었다면 시속 110㎞에서 5초가 지난 경우 최소 시속 125㎞ 이상 정도는 됐을 것"이라는 감정결과를 내놨다.
'5초 후 충돌 시 차량의 속도가 최소한 시속 140㎞가 넘었을 것인지의 여부'에 대한 질문에 감정인은 "시속 110㎞의 고속 주행 중 5초 동안 가속페달을 최대로 밟는 등의 최적 조건에서는 시속 140㎞를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사고차량의 동력학적인 구조적인 특성과 사고 직전의 차량주행 상황에 따라 다를 수 도 있으므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단서를 달았다.
또 "RPM이 상승하기 시작하며 모닝 차량을 추돌한 것도 제시된 EDR 기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충돌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추정된다"는 추가 확인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추가 확인의 여지가 있지만, 이 같은 EDR 감정결과를 근거로 삼아 원고 측은 추후 진행될 재판에서 EDR 기록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함과 동시에 A씨의 '풀 액셀' 등 페달 오조작이 아닌 것으로 입증됐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강원 강릉에서 일어난 차량 급발진 의심사고로 아들을 잃은 이모씨가 해당 사고 민사소송 첫 변론기일 참석을 위해 23일 춘천지법 강릉지원에 들어서고 있다. 2023.5.23/뉴스1 윤왕근 기자
다음 재판은 EDR 감정과 함께 진행되는 음향분석 감정이 50일 정도 소요되는 데 따라, 감정이 모두 끝난 9월 안팎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해 12월 6일 오후 3시 56분쯤 강릉시 홍제동 한 도로에서 A씨가 몰던 소형 SUV가 배수로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동승자 이모군(12)이 숨지고, A씨가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에 사고 당시 운전자 A씨가 지난 3월 강릉경찰서를 찾아 관련 조사를 받기도 했다.
한편 이 사고로 숨진 아이의 아버지 이씨는 '자동차 제조사가 급발진 결함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며 국민동의 청원을 신청, 5만명 동의 요건을 충족해 국회 소관위원회인 정무위로 회부돼 제조물책임법 개정 논의가 이뤄질 수 있게 됐다.
또 강릉을 지역구로 둔 권성동 국민의힘 국회의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도 해당 사고 관련 언급을 통해 제도 개선 필요성을 주장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