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으로 시작한 담배가 내 목숨을 앗아갑니다”
원로 코미디언 이주일씨가 폐암을 앓고 있다는 소식은 많은 국민에게
충격을 던졌다. 작년 말 산소공급기에 의존해 TV 화면에 나타난 그의
모습에서 새삼 흡연 해독의 심각성을 실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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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암 투병 중인 코미디언 이주일(왼쪽)씨와 성대를 절제해 필담으로 대화하는 조정희씨. 두 사람 다 흡연이 암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
정치활동을 접고 코미디언으로 복귀한 뒤 제2의 전성기를 꿈꾸어 왔던 그는 어느날 갑자기 의사로부터 폐에 암세포가 자라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단지 몸이 좀 이상해서 병원을 찾은 그에게 담당의사는 폐암 진단과 함께 “주변을 정리하라”고 했고 그 말을 들은 이씨는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것 이상을 느꼈다.
이씨의 발병 원인은 다름아닌 술과 담배. 연예인으로서 고된 일정을
소화해 내야 하는 생활 속에서 그는 끊임없이 술과 담배를 찾았다. 그를 가까이서 지켜본 한 후배는 이씨가 깨어 있는 동안은 늘 담배를 찾았고 바로 그런 일상적인 습관이 병을 유발하고 키운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자신의 몸 속에 암세포가 퍼지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된 지 두어 달 만에
호흡 곤란으로 산소공급기 신세를 지게 된 이씨는 자신을 문병 온 사람들에게 “당장 담배를 끊으라”고 충고하고 있다. 방송에서도 그는
“일곱살 된 외손녀가 클 때까지 건강하게 사는 것이 소원”이라면서
TV를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담배를 많이 피우면 저처럼 됩니다. 담배 끊으세요”라고 말해 금연을 통한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담배 많이 피우면 저처럼 됩니다”
이주일씨뿐 아니라 담배로 인해 하루 아침에 건강한 삶을 잃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 볼 수 있다. 지난 94년 후두암 판정을 받고 2년 뒤 후두를 완전히 드러낸 김광수씨 역시 담배 때문에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다. 올해 54세인 김씨는
22세 때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해 25년여 동안 흡연을 지속해 왔다.
한때 사업에 실패한 뒤 하루 두 갑 이상 피울 때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하루 한 갑 정도 흡연을 했다는 그는 담배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막연한 생각은 했어도 암에 걸릴 거라는 생각은 꿈에서조차 하지 않았다. 담배를 끊으라는 주변 사람의 이야기도 늘 건성으로 듣기만 했다.
결국 그는 담배가 원인이 된 후두암을 앓게 되었고 호흡이 곤란할 지경에 이르게 되면서 숨을 쉬기 위해 후두를 완전히 드러냈으며 목 안에 소리를 내기 위한 기구를 설치했다. 지금 그는 담배를 피우는 주변
사람들에게 금연을 권유하고 있다. 아무런 거부감 없이 습관처럼 찾았던 담배는 이미 자신의 목소리를 가져가 버렸고 이제는 건강까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고 만 것이다.
올해 57세인 조정희씨는 이보다 더 절박한 상태다. 99년 조직 검사를
통해 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2000년 첫 번째 수술을 시작, 2년
동안 네 차례나 수술을 받았다. 그의 병명은 정확히 하인두암이었고
처음 병을 알았을 때 약물을 통한 항암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후두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69년 군대에 입대하면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이후 하루 한 갑에서
많게는 한갑 반을 30년 가까이 피웠다는 조씨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암 선고를 받기 전까지 자신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사실을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 그는 어느날 평소와는 달리 몸이 조금 좋지 않은
느낌이 들어 병원을 찾았다가 자신의 몸 속에 암 세포가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의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후두 수술을 받은 후 모두
제거된 것으로 알았던 암 세포가 이미 그의 폐에 전이된 상태였던 것이다. 작년 11월까지 여섯차례 방사선 치료를 받은 그는 현재 모든 치료를 중단한 상태다. 병원측에서는 결과를 지켜보는 것 이외에는 더
이상 방법이 없다는 암담한 이야기만 전했다. 치료제도 따로 없어 약조차 쓰지 못하고 있는 그는 그러나 삶에 대한 절박한 마음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다.
상황버섯을 비롯, 암에 좋다는 보조식품을 섭취하는가 하면 집 근처
산에서 꾸준히 운동도 하고 있다. 또 후두 수술을 하면서 잃어버린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되찾기 위해 발성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병원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마련한 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해 말하는 법을 배우기도 했지만 병이 더욱 악화된 상태라 지금은 독학하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한다.
■ 간접흡연 피해도 무시 못해
그러나 그는 일반인들과는 거의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이며 그를 돌보고 있는 가족들과 겨우 의사 소통을 하는 정도다. 일단 의사를 나눌 수
없으므로 그동안 안타까운 마음으로 용기를 주었던 지인들도 이제는
더 이상 그를 찾지 않고 있다. 사람들과의 교류가 완전히 단절되면서
자신의 처지가 더욱 암담해졌다는 그는 “멋으로 피우기 시작한 담배, 그리고 낭만적이라고 생각하면서 내뿜었던 흰 연기는 어느덧 내
몸을 니코틴 중독으로 물들게 하면서 건강을 잃고 목소리까지 빼앗아
갔다”면서 “암과 싸워온 지난 2년은 그야말로 고통과 고독의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 최건 박사는 “담배에 함유된 발암물질은 구강암과 후두암, 폐암뿐만 아니라 식도암과 위암, 방광암까지 일으킬 수 있다”면서 “담배를 피우면 모두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암 세포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당연한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최 박사는 “선천적으로 약한 세포를 가진 사람일 경우 보통
사람보다 직·간접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된다”면서 간접흡연에
대한 피해도 무시할 수 없음을 지적했다. 실제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간접흡연의 영향을 받아 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스타에서부터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담배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때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많은 흡연자들이 자신의 고통을 거울삼아 같은 불행을 겪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김정덕 자유기고가 orikimjd@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