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어둠 속에서 ‘어둠’이라고 중얼거린다 어둠은 숨죽인 철조망 아래에서 성큼 더 깊어지고 철망에 찢긴 바람소리만 귓전에 맹렬히 펄럭인다 ‘매복은 전술이야’ 누군가 어둠 속에서 또 한번 ‘어둠’이라고 신음한다.
완고한 어둠의 절벽 앞에서 우리의 의식은 시력을 잃고 절망한다 결박 당한 시야에는 불안한 빔들이 술렁이고 돌아오지 않는 자의 기다림에 귀 기울인다 군데군데 사람 키만큼 자란 선인장들의 맹열한 가시에 달빛을 잘라 내린다. ‘방심은 죽음이야’
눈을 치켜 뜨고 어둠 속을 노린다 박제 당한 짐승의 분노처럼 이글거리는 어둠의 큰 눈을 겨냥한다 어디쯤 일까 화약 냄새 저 편 혼미한 의식의 저 내면을 가르며 헬기가 날아오른다 죽음과 긴장한 기침소리 가득 싣고 떠오르던 ‘시누크’의 엔진소리 프로펠러에 감겨 하늘 가득 날아오르던 모래바람 몽롱한 의식은 바람 속에 잠이 들고 고향을 꿈꾼다.
깨여라! 파수병이여 헛된 골고다의 빈 무덤 지키는 파수병처럼 정글도에 목 꺾인 열대우림의 나무들 가시를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