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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 지금 태백산엔 '여름의 전령' 철쭉 가득'신의 나라'물들이는 연분홍 순정…6월 9∼12일 '철쭉제'신록의 물결 일렁이는 산기슭에 붉은 철쭉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면 계절은 이미 깊은 봄. 이 철쭉들이 지고 나면 숲은 비로소 여름으로 들어서리라.
태백산 철쭉은 동해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에 씻긴 듯 수수한 산골 아낙을 연상시키는 연한 분홍빛이다. 철쭉이 군락을 이룬 정상 주위의 능선엔 삼국시대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온 천제단(天祭壇·중요민속자료 288호)이 있어 이 철쭉들은 마치 ‘신(神)의 나라’를 물들이는 순정처럼 여겨진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의 신비한 자태와 어우러지는 연분홍 춤사위도 압권. 게다가 때 맞춰 피어나는 자주빛 얼레지 같은 야생화들도 봄날의 즐거움을 한껏 돋워준다. 여기에 맑은 날이면 동해의 푸른 물결을 감상할 수 있어 좋고, 특히 장엄하게 솟아오르는 ‘태백 일출’을 곁들이면 더 없이 감동적이다. 이런 까닭에 태백산 철쭉 트레킹은 여느 산과는 또다른 감동을 동반한다. 천제단과 망경사 사이에 있는 단종비각에선 억울하게 죽어간 뒤 태백산 산신령이 된 조선 단종의 슬픈 사연도 들을 수 있다. 또 동해의 용왕신이 거주한다는 망경사 용정(龍井)도 트레킹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명소. 이 샘물은 ‘한국의 명수 100선’ 가운데 으뜸으로 꼽힐 정도인데, 개천절날 태백산 천제를 지낼 때 제수(祭水)로 쓰고 있다. 태백산 오르는 길은 당골·백단사·유일사코스 세 곳인데, 대부분 경사가 완만해서 걷는 데 자신 없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연분홍 철쭉을 감상할 수 있다. 철쭉은 천제단과 장군봉 사이의 백두대간 능선에서 특히 군락을 이루고 있다. 당골∼망경사∼천제단∼당골(4시간 30분)은 가장 일반적인 회귀 코스고, 유일사매표소∼유일사∼ 장군봉∼망경사∼당골(4시간)은 장군봉 일대의 주목과 어우러진 연분홍 철쭉꽃을 자연스레 감상할 수 있는 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백단사매표소∼반재∼망경사∼ 천제단∼유일사(3시간 30분)도 능선의 철쭉을 보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는 코스다. 태백산 철쭉은 전국의 여러 철쭉 명산 가운데 대체적으로 늦게 피는 편. 올해는 5월 말에 피어나 6월 초쯤에 만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기온이 변하면 예측이 빗나갈 수 있으니 출발 전 현지에 문의하는 게 좋다. 태백산 철쭉제는 6월 9일부터 12일 사이에 태백산도립공원, 구문소 일원에서 열린다. 태백산 관리사무소(033-553-5647), 태백시 관광문화과(033-550-2225).
숙식 태백산 입구의 당골 집단시설지구에 있는 태백산민박촌 (033-553-7460, 553-7440)엔 총 73가구의 민박집이 밀집해 있다. 근처엔 신토불이식당(033-552-7075), 산골식당(033-553-7676) 등 산채비빔밥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도 많다. 서학골에 있는 너와집(033-553-9922)의 너와정식은 깔끔한 맛이 일품. 취향에 따라 각종 산열매주를 곁들이면 좋다. 찾아가는 길 승용차로는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거쳐 서제천 인터체인지로 나온다. 38번(5번 공용) 국도를 타고 제천∼송학∼영월을 지나 석항리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31번 국도로 갈아타고 중동을 지나 화방재를 넘으면 곧 태백산도립공원이다. 서울서 4시간쯤 걸린다. 열차편은 청량리∼태백행이 무궁화호 6차례, 새마을호 2차례 있다. 철도청 홈페이지(www.korail. go.kr)에 들어가면 태백행 열차 시간·요금·소요시간 등을 자세히 조회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