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라 넉넉한 마음으로 컴앞에 앉아 예전에 내가 무슨 글을 썼을까 하며 뒤적이다보니 다른것은 차치하고 눈에 확 들어오는 글이 하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느낌을 주고있네요.우째 그때나 지금이나 감정이 똑 같을까 신기해 합니다. 요즘 글 쓸 시간이 없어 좀 아쉬워 하던차에 예전 글이나 읽으며 재 충전이나 해 볼까 합니다.글도 자주 써야 감을 잃어버리지 않는가 봅니다.
4년전 어느날 쓴 글입니다.그때가 아마 청도에 adsl 이 갓 들어온 때인 모양입니다.
년말년시라서인지 이런 감정이 그립습니다.
배경음악: 창해일성소(滄海一聲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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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인터넷이 참 좋기는 좋습니다.
금년초에 isdn에서 adsl로 바꾸고 난뒤에는, 여유있는 시간에 방송사의 녹화 프로그램을 이것저것 찾아서 감상을 하기도 합니다. 몇 년전 까진 중국에서 이렇게 한국방송을 인터넷으로 볼수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가끔 접하는 뉴스로는, 한국에선 초고속 인터넷망이 잘 되어 있어, 다양한 컨텐츠를 안방에서도 마음대로 즐길수 있다고 합니다. 역쉬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여.하면서 氣가 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시무룩하기도 합니다. 이거이거 내가 이러다가 지식의 열등인이 되지나 않을까. 이러다가 한국의 빠른 흐름을 따라가지를 못하지나 않을까. 모든것이 갈수록 후진되 버리진 않을까.되국인이 되 버리진 않을까.. (그러니까,사람은 선진국에 가서 살아야 하는겨..)
중국 온 지도 벌써 한 강산이 변했습니다.처음 중국에 들어와서 그때 유행하던 가요들을 10년이 후딱 지난 이 싯점에서 다시 들으면,희안하게 가슴이 뭉클해 옵니다.90년대 초에 유행하던<梅蘭梅蘭我愛니><大約在冬季><眞心眞意過一生><니現在還好마?><月亮代表我的心><在水一方><明天니是否依然愛我><我曾用心愛着니>등등..
지금은 이런 노래를 택시안에서 카셋트에서나 가끔 듣습니다.
이 노래를 다시 듣노라면,매케한 석탄냄새가 납니다. 온 담벼락에 떡칠을 해논 붉은 구호가 떠오릅니다. 인민군 복장의 교통순경의 교통정리 손짓이 있습니다. 여자 전차운전수가 긴 막대기로 탈선된 전차와 전선의 접선부분을 맞출려는 모양짓이 힘겹습니다. 길거리마다 해방트럭이 멈춰 서있고, 본네트아래에 있는 구멍에 ㄹ자 공구를 넣고 힘껏돌려 시동을 겁니다. 한산하고 황량한 그속에 내가 있었습니다.
8월 19일에 kbs에서 방송한 [가요무대]를 며칠늦기는 했지마는, 잠도 잘 안오고 해서 거의 새벽에 가까운 시간에 혹 좋은 노래라도 있나 싶어 검색해 보았습니다. 요즘은 저녁에 손님과 술을 한잔만 해도, 잠이 잘 오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한밤중에 뒤 마려운 강아지 모양 뭐 할게 없나 하고 거실을 왔다 갔다 안절부절을 못합니다. 아마 술먹고 책을 읽을수 있는 사람은 나 말고 또 있을려나 몰라.
70년대후반에서 80년대초까지 활동했던 통기타가수들이 대거 출연해서 한여름밤의 음악회를 하고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련한 포크송의 잔치입니다.갑자기 과거로 붕~떠 갑니다. 이태원의<솔개>,금과은의<빗속을 둘이서><봄날은 간다>,라나에로스포의<사랑해>,유심초의<사랑이여>, 장은아의<고귀한 선물><이거리를 생각하세요>,장재남의<빈의자>,김세환의<모래위를 맨발로>. 등등.
그냥 쭈구리고 앉아서 도저히 들을 수가 없어서, 벌떡 일어나 마이크 잡는 폼도 잡고, 나무젓가락 두드리는 폼도 잡고 하면서 꽥.꽥..열심히 따라 부릅니다.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그 무엇이 가슴을 아스라~하게 쥐어짜면서 손에 잡힐 듯 잡힐 듯 다가오면서도 그것이 뭔지를 확연히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그냥 좋습니다. 왜 있잖아요, 상쾌한 기분은 아니고 그렇다고 기분 나쁜것도 아니고, 무겁게 가슴을 짓 누르면서도 그것을 떨쳐버리기 아쉬워 일부러 그 아픔을 즐길려고 하는 기분.(표현이 제대로 되었나 모르겠네.)
일부러 방문을 다 닫았었는데, 좀 시끄러웠나 봅니다. 방문이 열리는 느낌이 있어 후다닥 책상앞에 앉습니다. 부끄러버서.
"한잔 무거스면 곱게 자지, 주책 바가지는.ㅉㅉ.."
"흥이 감당 모타게 나는가 보제, 온 집안이 울리게.."
"왜? 회사에 뭔 일이 있는감. 속 풀 길이 업써? 혼자 속 주저앉히고 있는겨?"
궁시렁 궁시렁 대면서 내 곁에 오더니, 갑자기 딱 입을 다뭅니다.눈 주위에 맺힌 이슬을 보고 증상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모양입니다.아무말 없이 부엌에 들어가서, 시원한 음료수에다 닭똥집 볶은것과 참기름접시를 내어와서는 내 옆에 쭈구리고 않습니다.
입술을 삐죽이며…….
"왜? 옛날 생각이 많이 나는가 보제?"
하며 손수건을 건네줍니다.
“♬~너의 맘 깊은 곳에..하고싶은 말 있다면..”으로 시작하는 <빗속을 둘이서>는 그 옛날 나의 연애편지 줄거리로도 사용했었습니다. 물론 집사람 만나기 전입니다. 5총사 라 명명된 떨거지들이 매일 수업은 안 들어가고 학교앞 카페에 죽치고 않아 여학생 흉이나 보고, 캠핑계획.미팅주선계획을 짜기나 했습니다. 하나같이 장발입니다. 군사독재 시절이다보니 장발단속에 걸리면 여지없이 구류감입니다. 그당시 경찰만 잘 피하면, 장발의 멋은 영원했었습니다.
수성못 옆에는 유원지가 있습니다. 여름 한철 장사해서 겨울을 나는 동네라 겨울철에는 손님이 없어 각 식당마다 그 넓은 홀이 텅텅 비어있습니다. 막걸리와 요리재료를 우리가 사 가면, 장소를 빌려줍니다. 밤새도록 놀아도 좋습니다. 젓가락, 냄비,빈병 속에 숫가락, 가마솥 할것없이 손에 잡히는 것은 모두 장단 맞추기 용입니다. 난타공연이 최근에 인기 끈 것은 아닐겁니다.
레파토리는 맨날 뻔합니다.
“ 낙또옹 강 강빠아 라-아아미 치마폭을 스-치이이면…엇싸.엇싸. ~♬”(처녀뱃사공)
“ 별처럼 아름다운 사랑이여, 꿈처럼 행복했던 사랑이여”(사랑이여)
.“ 우리는 말 안하고 살 수가없나, 날으는 솔개처럼..” (솔개)
.“ 이 빗속을 걸어갈 까요..둘이서 말 없이 갈까요..” (빗속을 둘이서)
.“ 얼마나 기다리다 꽃이 됐나. 달밝은 가을 밤에 홀로피여..” (달맞이 꽃)
.“ 저 푸른 초원위에~♪…ㅈ ㅣ 라ㄹ 하고 ㅈ ㅏ 빠 져 ㅆ 네~♬… (님과 함께)
이렇게 즐기던 추억들이 이제는 근 20수년이 지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그때의 그 아름다운 젊음과 추억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사는게 아닌가 합니다. 그때의 그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 그때 그 시절에 나의 친구가 되어 줘서 고맙습니다. 그때 님들과 함께 한 추억이 없었다면 나는 벌써 이 되국에서 드라큐라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10년,20년 후에는 오늘의 또 다른 추억을 또 갖고 갈 것입니다. 사람에겐 언제나 “추억”이란 물건이 있어서 인생을 낭만스럽고 즐겁게 만드는가 봅니다. 그런 아름다운 추억이 없었다면 나는 진짜 버얼써 드라큐라가 되었을 것입니다. 자꾸 거슬러 올라갈려는 것을 보니 나도 이제 나이를 먹어 가는 갑습니다.
가요무대(2002-08-19)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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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8.24
첫댓글 .“ 저 푸른 초원위에~♪…ㅈ ㅣ 라ㄹ 하고 ㅈ ㅏ 빠 져 ㅆ 네~♬… (님과 함께)" 요거 리바이벌 빅히트 예감. 푸~하하하하~~
으히히..상하이 트위스트보다 좀 신곡이지요?
오랠수록 좋은것...포도주와 친구 그리고 '추억'이라 해도 될까요? 시간의 징검다리를 건너면 슬픈추억들 조차도 그리운 추억이 됩니다. 또 10년 후 20년후 꺼내 볼 추억거리를 위해 지금 고운추억 많이만들어놓아야겠네요.
추억은 먹고 내일은 꿈꾸며 사는게 인생일까요?
아련한 추억이련만~ 왜 눈물이 날라카노...지금의 수성못,앞산공원,청천유원지,그런 낭만없습니다. 너무 많이 변했지요...세월이라는게....스프링님,또한 모든 회원님들 새해 복 마니마니 받으시이소~~ 멀리..광조우에서...
아~~대구사람 이구나.많이 변했겠지요? 안 가본지가 벌써 20년이 넘어가는데..누구실까?나이도 나와 같고..친구가 아닐까 몰러~ㅎㅎ
20년 뒤에요 ? 뭐.. 그때도 지금 같겠죠 뭐 .. 히 히 // 우리는 .. 우리는 .. 안 늙을겁니다. 이런 마음을 가진 이상.. 오 !! 즐거운 인생, 오 ! 즐거운 마음 ! 야
하모요...영원한 젊음은 없다는 사람 쥐 패 버릴까요?ㅋㅋ
아련한 옛시절을 떠올리며.. 가슴뭉클해지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감정이 ...그나마 퍽퍽한 우리네 삶을 정화시켜주는듯 하기도 합니다..목이 쉬도록 불러보고 싶은 노래!! 많디요 !!!
많이 잃어버리고 지나가지요? 세월이 하도 수상해서...
어제는 시간도 없고 하여 제목만 보고 나중에 볼양으로 넘어 갔습니다. 옛글을 다시 올린다는 것은 보통 재미난것이 아니거든요~ 지금 찬찬히 읽어보니 글 내용이 좋아 한숨에 넘어 갑니다. 역시 스프링님! 예전 학생때의 모습과~ 혼자서 온갖 폼을 잡고 노래 부르는 모습이 떠오르면서 괜시리 웃음이 납니다.
서울모임 사진을 보니 평수가 있어서인지 금반 눈에 뜨이데요.아고~며칠되었다고 보고싶네..언제 오시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