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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갈까.
그는 당장 갈 곳이 생각나지 않았다.
갑자기 그는 태극진군과 마귀성검 팽북문이 집마전에서 어찌 되었는지
몹시궁금했다. 그는 우선 그 일을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난점이 있었다.
어째 그가 다시 집마전으로 갈수 있단 말인가.
그 자신이 지닌 공력으로는 주여려의 적수가 되지 못하니 섣불리 나설 수도
없는일이었다. 지금 그에게는 오직 암중에 알아보는 수밖에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한 그는 즉시 몸을 날렸다.
강호에 배검지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재빠르게 알려졌다.
묵혈마종의 신검 묵룡검이 다시 강호에 나타난다는 것은 무림에 커다란 풍파를
몰고왔다.
강호의 인물이라면 그 누구도 검을 얻고자하는 욕심이 생겼다.
소림사에는 배검지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수많은 고수들이 물밀 듯이 몰려들었다.
소림사의 대문 앞에는 네 명의 승인이 서 있었다. 그들은 소림사를 찾은
목적을확인하고서 소림사로 들여보냈다.
신검은 강호인물들이 모두 갈망하고 있던 물건이었다. 소림사에서는
신검의쟁탈전이 벌어질 그날에 커다란 사건이나 생가지 않을까 하고
은근히걱정스러웠다.
소림사의 장문인 법해대사와 네 명의 고승은 달마원의 입구에 서 있었다.
그곳을찾은 손님들은 법해대사에게 문안을 드리고서 달마원의 대전으로 들어갔다.
전내에는 옥면협이 신안의 열을 차지하고 서 있었다. 그는 신검을 보호하는
직책을맡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 소림사에 모이는 고수들을 살폈다.
돌연 밖에서 한 줄기 냉랭한 고함이 들려왔다.
“집마전 문주께서 납시시오!”
문 앞에 서 있던 소림의 장문인과 대전에 있는 무림의 고수들은
일제히대경실색했다.
그들은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
한 명의 백의 복면인이 두 명의 복면인을 데리고 달마원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법해대사는 급히 마중을 나가며 인사를 했다.
“집마전주! 노승 인사 드리오……”
“장문! 우리 인사는 생략하기로 합시다.”
“전주께서 이곳에 오신 목적이 배검을 하기 위해서이오?”
집마대제는 거만스레 자세를 꼿꼿하게 펴고 냉랭히 대꾸했다.
“그래요. 장문께 묻겠는데 대답해 주시겠소?”
“뭐요?”
“신검이 어떻게 해서 귀 사에 있게 되었죠?”
“묵혈마종이 유서에 남기시기를 호검신이 신검을 본 사로 가지고 와서
수배하라고하셨소.”
“누가 호검신이오?”
“당년의 옥면협이오.”
“뭣이? 옥면협이라고?”
“그렇소.”
집마대제는 서슴치 않고 달마전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러자 법해대사는
급히달려가서 그녀의 길을 가로 막았다.
“잠시만……”
“무슨 일인가요?”
“호검신이 이미 말했듯이 이곳 배검하러 온 사람은 모두 올바른 마음을
지녔어야한다고 햐셨소. 그러니 진면목으로 대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신검에게
불공경하는것이 되고 말아요.”
“불경하면 어떻게 되죠?”
“참사를 당하게 될 것이오.”
“흥! 그럼 어디 두고 봅시다. 내가 어떤 참사를 당하게 되는지 말이에요.
장문!어서 비켜요!”
법해대사는 담담히 웃으며 비켜섰다. 주여려는 오만하게 고개를 쳐들고 유유히
걸어들어갔다.
옥면협은 주여려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건 왕문청이 바로 그녀의 손에
죽었다는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여려는 대전에 들어서자 냉랭히 웃으며 말했다.
“정말 대 성황을 이루었군요.”
경멸하는 듯한 그 말과 오만한 태도를 보자 옥면협은 울컥 화가 치밀었다.
주여려는 대전에 들어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고 신검이 놓인 신안 앞으로 곧장
걸어왔다.
대전에 있는 모든 무림 고수들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그 무렵, 주여려는 이미 신안에서 불과 1 장의 거리에까지 다가왔다.
그리고서도그녀는 여전히 더 바짝 다가갔다.
옥면협이 대뜸 대갈을 토했다.
“멈추시오!”
주여려는 멈칫 걸음을 멈추고는 오히려 냉랭히 쏘아봤다.
“왜 그러나요?”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려 하오?”
“신검을 한번 보려고 그래요.”
“배검의 시각은 아직 이르오!”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난 우선 신검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한번
확인해야겠어요.”
“감히 신검을 모욕하는 거요?”
“그래요. 그건 사실이에요.”
이때 문밖에서 또 냉랭한 음성이 들려왔다.
“비마방 방주 납시오.”
다음 순간이다. 외마디의 교갈과 함께 백의인영이 어른거리며 주여려가
갑자기신검에게 날아갔다. 주여려의 솜씨는 과연 비호와 같았다.
옥면협이 대갈을 쳤다.
“어딜 감히!”
흑영이 어른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 일은 실로 눈 깜짝할 사이의 일이었다.
주여려는 뒤로 여덟 걸음을 물러나서야 몸의 균형을 바로 잡았다.
옥면협이 커다랗게 소리쳤다.
“집마전주! 만약에 또 이런 악행을 저질렀다가는 먼저 당신을 벌해 주겠다는
것을명심하시오.”
이때 비마방의 방주 방방이 부방주인 은나찰을 데리고 대전으로 걸어 들어왔다.
주여려는 냉소를 뿜어냈다.
“흥! 귀하의 무공이 정말 놀랄 만 하군요. 좋아요. 배검할 때까지 기다리죠.”
그녀는 한 옆으로 물러났다.
방방은 대전으로 들어오더니 조용히 한 옆으로 가서 섰다.
이때 또 낭낭한 음성이 줄이어 들려왔다.
“야편복 납시오.”
“제등객 납시오.”
“남숙령 납시오.”
“지옥마화 납시오.”
“장생자과 현의검모도 납시오.”
“우청 납시오.”
순간, 옥면협 우충의 안색이 돌변했다. 우청은 바로 그와 능파선자와의
사이에서태어난 딸이었다.
우청은 이 호검지인이 바로 그녀가 찾는 아버지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녀는장생자과 현의검모, 그리고 지옥마화와 인사를 나눈 후 한옆으로 가서
섰다.
이때 달마원의 대전에는 많은 고수들이 모여 들었다. 그러나 유령문이
어찌된일인지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벌써 정오가 지나고 배검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대전에 모인 고수들은 모두들 짝을 지어 쑥덕거렸다.
한편 우청은 장생자를 향해 나지막이 물었다.
“그런데 왜 왕세열이 보이지 않을까요?”
장생자는 암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글쎄다. 왜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그러나 그는 꼭 올 것이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시선을 한 바퀴 돌리더니 손가락질을 했다.
“그런데 우 낭자! 저기 신안 옆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아느냐?”
“모르겠는데요……누군데요?”
“그가 바로 너의 부친이시다.”
“네에?”
우청은 대경실색하여 고함을 지르고 말았다.
그녀의 경악해하는 소리에 장내의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청은 놀라서 뛰는 가슴을 애써 진정하고 떠듬떠듬 물었다.
“저 사람이……바로 옥면협이란 말입니까?”
장생자는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그가 바로 옥면협이다.”
우청은 너무나 흥분이 되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그 얼마나 긴 세월을 두고 아버지를 찾아 헤매이었던가?
한데 아버지가 아직 살아 있었다니……그녀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는생각이 들었다.
“이게 꿈이 아닌가요?”
“진정해라 분명 꿈은 아니야……”
우청의 안색이 무섭게 변했다.
그녀는 지체하지 않고 대뜸 옥면협에게 다가갔다.
장생자가 급히 소리쳤다.
“우 낭자! 무슨 짓이냐?”
우청은 멈칫 걸음을 멈추고 냉랭히 말했다.
“전 그가 왜 우리 모녀를 떠났는지 따져야겠어요.”
“거기엔 분명 어떤 피치 못할 곡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따가 배검이
끝난후에 만나서 얘기하도록 해라.”
우청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윽고 고개를 끄덕이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돌연, 문밖에서 낭랑한 음성이 들렸다.
“왕세열 납시오.”
전내의 모든 사람의 안색이 일제히 변하여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왕세열은 태연자약한 자세로 문을 들어섰다.
전내에 들어선 그는 제등객과 야편복에게 인사를 하고서 장생자가 있는
곳으로다가갔다. 그는 장생자에게 인사를 올렸다.
“후배, 선배님께 문안드립니다.”
“왕 소협, 인사는 생략하기로 하자.”
왕세열은 다시 현의검모에게 절을 했다. 그때 왕세열은 원망에 찬 두 쌍의
눈동자가자신에게 쏠리고 있는 것을 의식했다.
왕세열은 시침을 떼고 곁눈질을 해서 지옥마와와 남숙령을 살폈다.
“왕 소협! 저 호검인이 누군가요?”
우청은 고대하고 있다가 급히 물었다.
“낭자의 부친이시오.”
“정말인가요?”
“그렇소.”
“그런데 왜 20 년 간이나 나타나지 않으셨을까요?”
“거기에는 깊은 사연이 있습니다……”
왕세열은 옥면협이 무정동에 들어갔었던 일을 우청에게 소상히 얘기해
주었다.얘기를 다 들은 우청은 이해가 가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었군요.”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나직이 물었다.
“진봉봉은 찾으셨나요?”
“그렇소.”
왕세열은 우청의 물음에 대답을 하고는 곧 지옥마화에게 걸어갔다. 그는
지옥마화와세 척의 거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매우 격동된 음성으로 그녀를
불렀다.
“진 낭자……”
지옥마화는 안색이 크게 변했다.
“왕세열! 저를 알아보시는군요.”
왕세열은 순간 가슴이 몹시 저려왔다.
“진 낭자! 내가 잘못했소. 나 때문에 너무나도 커다란 희생을……진
낭자왜……무엇 때문에 자기를 희생하여……”
왕세열은 목이 메어 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옥마화도 가슴이 찢어지는 듯 고통스러웠다.
왕세열이 어떻게 자신을 욕하고 모욕을 했건 간에 그녀는 변함없이 그를
사랑하고있는 것이다. 그녀는 잠시 어쩔 줄 물라 하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모두 아셨군요……흐흑……”
“그렇소. 모두 알고 있소. 왜…… 무엇 때문에 그런 엄청난 짓을……”
지옥마화는 애절하게 울먹거렸다.
“당신을……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에요……”
왕세열은 전신이 갑자기 감전된 것 같이 날카로운 전류가 전신을 타고
흐름을느꼈다.
“날 사랑하기 때문이라구……”
“그래요!”
그녀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내에있는 수많은 사람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려 있었기 때문에 차마 통곡은 할
수가 없어입술을 깨물어야 했다.
왕세열도 눈물을 글썽이며 애절하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나 왕세열은 무엇으로 보답을 한단 말이오?”
지옥마화는 터져 나오려는 통곡을 애써 억제하며 떠듬떠듬 말을 이었다.
“만약에……제가……그 보답을 받기 위해서였다면……당신을
위해……당신을위해……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거예요……”
이윽고 그녀는 참았던 눈물을 꾹 짜냈다.
왕세열은 그녀를 와락 부둥켜안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참았다.
그는참아야만 했다. 왕세열은 매우 괴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떨꾸었다.
“진 낭자! 당신은 나에게 너무나도 많은 것을……너무도 고귀한 것을
나에게주었소.”
“이해만 해 주신다면 됐어요. 더 이상 얘기할 필요도 없어요.”
사실이었다. 왕세열과 지옥마화의 사이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들에게는오직 잔혹한 현실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왕세열은 고개를 떨군 채 힘없이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혈해랑자가 이미 나의 손에 죽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소.”
“죽었다구요?”
그녀는 진저리를 쳤다. 일이야 어찌 되었건 그는 이미 그녀의 순결을
짓밟은남자였다.
“그는 죽었소. 날 탓하지는 않겠소?”
지옥마화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무언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렇다, 이제
와서누구를 원망할 수 있단 말인가. 하나 지옥마화는 자신의 처녀성을 앗아간
사람이라미움이든 사랑이든간에 그의 죽음에 가슴에 아팠다.
왕세열도 그녀의 그러한 심정을 알고 있었다.
왕세열은 쓸쓸히 남숙령에게 걸음을 옮겨갔다. 그것은 지옥마화와 더 이상
할얘기도 없거니와 대면조차 매우 서먹서먹했고 서로 더욱 고통만 줄
뿐이기때문이었다.
하지만 왕세열은 속으로 다짐했다.
자신은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라고……반드시 그녀를 아내로 맞아
들여야한다고……
그녀에게는 뜨거운 헌신적인 애정 밖에는 줄 것이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지옥마화에게 진정한 애정을 바쳐 그 무서운 과거를 잊고 만신창이가 된
상처를아물게 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왕세열은 남숙령의 앞으로 다가서며 나지막이 불렀다.
“남 낭자……”
남숙령은 묵묵히 긴 한숨을 뿜어냈다.
“말씀하세요.”
왕세열은 무색한 얼굴을 하고 나직이 말했다.
“내가 낭자에게 많은 죄를 짓고 있는 것 같소.”
“아니에요. 그것은 내가 좋아서였어요. 그러나 말해 둘 것이 있어요. 비록
우리는부부의 명분은 없지만 전 이미 아기를……”
“뭣이?”
왕세열은 금시 안색이 창백해지고 몸을 부르르 떨며 소리를 질렀다.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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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나무에 연 걸리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