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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안반도에서 해안 어디서건 겨울바다의 정취를 한껏 누릴 수 있다. |
신경준의 '산경표'에 '금북정맥'의 끄트머리에 자리잡고 있는 '안흥진'은 백두대간의 속리산 천황봉(1058m)에서 서해로 서해로 내달리던 금북정맥이 내포지방 지나 바다로 빠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빚어놓은 땅이다. 그곳의 안흥항은 서해 끝의 작은 어촌이지만 백제 시대에는 당나라와의 교역으로 크게 번창했던 항구였다. 본래 안흥항 서쪽 바다는 물길이 험해 난행량이라 불렀는데, 조난사고가 계속 나자 이름을 안흥량이라 바꿔 평안한 항해를 기원했다고 한다.
▲ 물 빠져나간 빈 갯벌에서 고기잡이 배들이 출항을 고대하고 있다. |
만약 운 좋게도 해질 무렵 이곳을 찾았다면 겨울 바다를 물들이는 저 낙조를 가슴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 이어 어둠이 찾아든 선창가 주막집에선 짠 바람에 실린 뱃사람들의 질펀한 입담이 정겹게 퍼지고. 그러나 항구를 벗어나면 반도의 해안은 어디나 적막하다. 몇 개의 노란 나트륨 등 불빛이 인적 끊긴 작은 갯마을이 어둠의 바다에 익사하는 것을 막아줄 뿐이다.
어느새 발밑까지 들어찬 밀물은 하염없이 철썩거리는데, 거세게 불어오는 차가운 해풍…. 그래도 그 바람에선 계절의 징검다리를 밟고 봄으로 건너가고 있는 서해 바다의 포근한 몸짓이 느껴진다.
▲주변 볼거리
안흥항엔 이곳 방어를 위해 세운 안흥성과 뱃사람들 등대 구실을 하는 태국사가 있다. 전하는 바에는 안흥항에 보기 좋은 성을 쌓고 호화로운 집들을 짓게 한 이는 조선 태조 이성계라 한다. 명나라 사신들이 안흥항에 왔을 때 “이성계가 임금이 되더니 조선이 살기 좋아졌다”는 말을 들으려고 한 일이라고. 여하튼 십여년간 주민들의 노역으로 성안에 삼백 채쯤의 호화주택이 지어졌던 안흥성은 태조의 의도대로 널리 알려져 명나라에선 “조선에 가거든 안흥성을 꼭 보고와야 한다”는 말까지 생겼다고 한다. 성안의 건물은 동학혁명 때 거의 소실되었고, 지금은 동서남북 네 개의 문만 남아있다.
▲숙식
먹거리를 해결하기엔 그래도 전통 있는 안흥항이 가장 무난하다. 안흥항 횟집에 가면 우럭 등 푸짐한 생선회를 맛볼 수 있다. 만리포엔 등대가 있는 선창쪽에 횟집이 좋고, 둘레엔 식당과 여관도 많다. 연포에는 서해리조트(041-673-0506), 레저하우스호텔(041-673-0566) 등 숙박시설들이 있으며 상가와 식당들도 깨끗하다.
▲찾아가는 길
수도권에서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는 게 가장 빠르다. 최근에 개통된 서해대교를 건너 32번 국도를 타고 당진∼서산∼태안까지 간다. 태안 읍내에서 계속 32번 국도를 타고 2.3km쯤 달리면 만리포와 안흥항으로 가는 삼거리. 우회전해 32번 국도를 따라 14km쯤 가면 만리포가 나오고, 좌회전해 620번 지방도를 따라 9km 가면 왼쪽이 연포, 계속 직진해 6km 더 가면 안흥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