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τξ Volume Three.
건물 사이로 비치는 햇빛 때문인지 약간 고개를 숙이고있던 남자가 고개를 들어 아린이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대가 이 집의 주인인가?"
그가 입을 연 건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
말투도 그렇지만 목소리의 깊이가 20살도 안 된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기에 아린이는 흠칫 놀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냉정을 되찾고 다시 입을 연다.
"아, 그래- 볼 일 있냐고?"
"...하숙을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왔다."
"아~그거.... 오빠가 낸 광고구나.."
약간(?) 너저분한 글씨로 쓰여있는 광고를 남자에게서 받아든 아린.
평생가도 절대 변하지 않을 천하의 악필이라 욕하며 다시 남자에게 눈을 돌린다.
"그래서 우리 집에 하숙하고 싶다?"
"그렇다. 안 되는가?"
"아니, 안 될거야 없지만 딱 봐도 귀하신 분 같은데 가출 같은 거 한 거라면 안 받아줘."
"...우습게 보지 말라."
"뭐?"
방금 전보다 싸늘해진 목소리.
"그대가 깔 볼 만큼 쉽게 살아오지 않았다."
두 사람의 대화가 언쟁으로 갈 것 같은 분위기가 되자 옆에 있던 민이가 급히 말린다.
"야야, 그냥 하숙 받으면 되지 왜 그렇게 시비질이냐."
"흥, 대신 조건이 있어."
차갑게 얼어붙었던 남자의 눈빛이 조금은 풀리자 아린이는 말을 잇는다.
"...눈 가리고 저-기까지 걸어가면 하숙 받아주지. 단, 벽에 안 부딪히고, 안 넘어지고."
그녀가 가르킨 곳은 약 100미터 정도 떨어진 전봇대 밑.
"송씨, 좀 위험하지 않아?"
"쉽게 살지는 않았다는데 그 정도도 못하겠냐."
아린이가 팔짱을 끼고 남자를 직시하자 남자는 머뭇거리지 않고 주머니에서 검은색 천을 꺼낸다.
아무 장치도 안 되있다는 걸 확인하라는 듯, 아린이에게로 천을 내밀자
아린이는 유심히 검은 천을 뜯어살핀다.
그리고는 만족한 듯 다시 남자에게로 건네자, 남자는 천으로 눈을 가리고는 출발한다.
저벅-저벅-
".......보통은...... 한 20미터 정도 지나면 방향을 바꾸기 시작하지."
"엥?"
"분명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어도 혹시 방향이 틀리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방향을 바꾸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불안감에 속도도 불안정해지지."
"아.. 그래? ........근데.."
"보.통.사.람.은 그러는데..... 아무래도 저 녀석... 보통은 아닌가봐?"
약간 차가운 듯한 미소를 얼굴에 띤 체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아린.
그녀의 말대로 보통은 아닌 것 같은 남자는 정확히 직선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약 70미터 이상을 전혀 막힘없이.
타악-
이윽고 목적지, 즉 전봇대 밑에 도착한 남자.
조급해 하지도 않고, 서두르지도 않는 태도로 천을 풀고 아린이와 민이를 바라본다,
아니, 정확히 바라보는지도 몰랐다.
해를 등지고 있던 탓..
정말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의기양양한 미소라도 짓고 있었을까.
아니면 한조각 감정도 내비치지 않는 무표정이였을까.
"헤에-제법인데?"
어느새 다가간 아린이가 툭 던지듯 내뱉은 말.
남자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천천히 입을 뗀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아왔으니....."
스쳐 지나갈 때 얼핏 보인 그의 표정.
...........
.......
....
..
웃고 있지 않았다. 슬퍼보이지도 아니하였다.
..........
......
....
..
................한 조각 감정도 내비치지 않는 무표정.
.....................
..............
..........
......
...
.
그의 첫인상은.. 말이 없고. 웃음이 없고. 표정이없으며. 감정조차 없는...
*
[…나를 위해 잠시만 잠들어 있어라……]
................
..........
......
....
..
"누나-"
화사한 아침이다.
은상고에 입학하게 된 민열은 다른 때보다 1분정도 일찍 일어나
누나인 아린의 방문을 두드리며 그녀를 부른다.
잠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들리더니 끼익- 거리며 방문이 열린다.
"....꼭두새벽..."
"은 아니지!! 무려 6시 57분이라고~"
"..........."
"입학식 올거지? 9시 30분에 강당~ 교실에서 디비 자지 말고."
무엇이 그리 신난건지 졸려서 아무 생각이 없는 누나를 앞에 세워두고 재잘재잘 떠들어대는 민열.
눈으로 봐서는 별 차이 없지만 누나보다 약 2cm정도 더 큰 민열은
방학 사이에 176cm인 누나의 키를 제낀 것을 은근히 좋아하고 있다.
세상만사 다 귀찮은 그녀의 동생 답지 않게
새삼스레 입학이란 것이 긴장되어 평소보다 1분 정도 일찍 일어난 것일까.
달칵.
"얼레?"
옆 방문이 경쾌하게 열리더니 한 남자가 좀비처럼 부시시 걸어나온다.
"강빈이 형, 좋은 아침-"
약간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던 강빈이라는 남자는 천천히 민열이에게 고개를 돌린다.
"............좋은..... 아침....."
사방으로 뻗친 검은 머리와 몽환의 세계를 헤매고 있는 듯, 초점 없는 검은 눈동자.
민열이는 저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고 웃기 시작한다.
3년동안 변함없는 이 집의 하숙생인 강빈이.
올해로 은상고 3학년인 그는 민열이처럼 흥분되기는 커녕
빨리 졸업해서 원없이 자고 싶은, 아린이와 비슷한 소원을 가진 건장한 청소년이다.
"....몇.....시..."
"큭... 7시 3분이에요, 3분~ 어서 준비해야 한다고요-"
"아..."
그의 얼굴에 갑자기 생기가 돌더니 문을 닫고 들어가버린다.
아린이와는 달리 상당히 학교를 좋아하는 그는
학교에서만큼은 자지 않는다는 그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빨리 잠이 깨야 한다.
카랑캉캉-
"어어, 벌써 아침 먹을 시간이야?"
금속이 날카롭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민열이의 반응을 보아서는 아마도 아침식사를 알리는 소리인 듯.
"누나, 세수하고 내려와~ 밥 식기전에."
"빌어먹을......"
고작 몇 분 취침시간이 날라갔다고 신랄하게, 살벌하게 동생을 욕하는 아린.
민열이는 뒤통수가 심히 따가운 것을 느끼며 부리나케 1층으로 내려간다.
"구드 모르닝♡"
"저주 주문 같아, 민수현."
"아, 정말 너무하네~"
짱구가 대문짝만하게 그려진 앞치마를 두르고 한손에는 국자를,
다른 손에는 후라이팬을 들고 있는 수현이라는 아이.
방금전의 금속음은 이 아이가 낸 것이지 싶다.
약간 긴 감청색 머리를 질끈 묶은 체 고동색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고 있는데
마치 불구대천 원수의 약사발에 치명적인 독극물을 넣고 잔뜩 기대하고 있는 듯한...
"여어, 은교 안녕?"
민열이는 맞은 편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여자아이에게 즐겁게 인사를 건넨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교복에 달린 명찰에는 권은교 라는 이름이 적혀있었고
은교라는 아이는 화악-달아오른 얼굴을 가리려고 고개를 숙인다.
"푸하, 완전 고구마 됬네~아, 홍시인가? 고구마는 노란색이니까..."
혼자 궁시렁거리는 민열이의 밥사발에 밥을 한 가득 퍼주며
맛있게 먹으라며 활짝 미소 짓는 수현이.
참으로 순수해보이는 미소이나 한편으로는 굉장히 음흉해보이는 그의 미소.
덜커덩-
열심히 밥을 퍼먹는 민열이 옆에 누군가가 앉는다.
숟가락을 입에 문 체 고개를 들던 민열은 화들짝 놀라며 벌떡 일어난다.
"혀...형?!"
"........"
"언제 왔어?!!"
"수현아, 해장국 좀 끓여라."
민열이의 말을 아무렇지 않게 쌩 까며 퀭한 눈을 비비는 한 남자.
민열이와 많이 닮은 걸 보아 친형제인것 같은데 참으로 냉담한 형님이시다.
그러나 그도 그럴 것이..
"너, 송민열 너 나한테 말 걸지마!!!"
물 한잔 쭈욱- 들이킨 남자는 탁 소리가 날만큼 컵을 세게 내려놓더니
별안간 민열이에게 버럭 소리를 친다.
옆에서 숨죽이고 밥먹던 민열이는 또다시 화들짝- 놀라며 형을 바라본다.
별다른 저의가 없는 말 같았는데 민열이는 그 말에 숨어있는 속뜻을 알았는지 머뭇거리며 대답한다.
"형, 진짜 고의가 아니였다고-"
"아무리 내가 과일 좀 보내달라고 졸랐다지만 마가린 처바른 딸기를 보내?!!"
"나도 내 손에 마가린 묻었는지 몰랐단 말이야!!!"
"잔인한 새끼!!! 나한테 말 걸지마!! 쳐다도 보지마!!!"
"주열이 형!!!"
막 다 끓인 해장국을 받아들고 2층으로 올라가버리는 주열.
그는 송씨집안의 둘째로 멀리 있는 경찰대에 다니기에 집에서 살지는 않는다.
하숙 하는 집은 과일을 잘 먹지 않아서 지난 겨울,
과일 좀 보내달라고 했더니 민열이가 그야말로 마가린을 처바른 딸기를 보내준 것이다.
그 후, 단단히 삐져서 일주일에 한번은 꼭 하던 전화 한 통도 안 하더니
마침 어제, 주변에서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고는 집에 들어 온 것이다.
"아.. 정말... 고의가 아니였는데..."
소심하기로 유명한 그의 형이다.
*
똑똑-
"야, 밥 먹어."
어떻게 발로 똑똑 소리가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발로 방문을 두드리고 있는 아린.
어제, 하숙테스트(?)를 통과한 남자는 자기가 지내게 될 방만 확인하고는
곧바로 나가더니 새벽 3시가 넘어서 들어왔었다.
돈이 가득한 돈 보따리를 10개 이상 짊어들고...
경악한 아린이가 어디서 났냐고 물었을때, 그는 힐끗 돌아보더니 단 한마디만 하였다.
".......도박."
지금 그 지나치게 당당한 남자가 있는 방의 방문을 아주 아니꼽게 걷어차대는 아린이.
그러나 대답은 커녕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아 방문을 힘차게 열어제낀다.
"귓구멍 틀어막혔..."
버럭 소리를 지르려던 아린이는 숨이 턱턱- 막혀 하던 말을 미처 끝내지도 못한다.
"헉....뭐,뭐야, 이게...."
감히 범할 수 없는 기운에 아린이는 눈앞이 가물가물하고 다리조차 휘청거린다.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니 창가에 누군가가 앉아 있다.
"저, 저건...."
어깨에 왠 고양이를 얹은 체 창밖을 멍-하니 보고 있는 남자.
암적색의 털을 가진 자그마한 고양이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아린이를 발견하고는 급히 앞발로 남자를 건드린다.
그에, 남자는 흘깃- 뒤를 돌아보는데...
어제의 그 남자랑은 사뭇 다르다.
....................
...............
...........
.......
....
..
진한 보라색의 짧은 머리는 은은한 연보라색이 되어 일어서면 종아리까지 내려올 길이가 되어있고,
분위기는 조금 더 날카롭고, 서늘하고..... 인간이 아닌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콰당-
앉아있던 의자가 뒤로 넘어갈 정도로 급히 일어난 남자는
손을 두어번 공중에서 휘젓더니 알아들을 수 무언가를 중얼거린다.
"키르지에, 페르. 루키아이르자이데."
그의 중저음 목소리가 아득하게 끝나자 방 안에 가득하던 기운이 조금은 사그라든다.
아마도... 무언가를 해제하는 주문인듯.
"뮤리안, 이실더, 디아스페리나 이케일센드. 헐룬."
고대 룬처럼 들리는 그 주문이 끝나자마자 한 줄기 어두운 빛이 남자를 감싼다.
........................
................
.........
.....
..
잠시 후, 그는 어제 대문 앞에 서있던..... 인간 같은 모습으로 돌아와있었다.
"헉....헉....."
가쁜 숨을 내쉬는 아린의 앞에 눈깜짝할 사이에 다가온 남자.
"어찌....어찌하여 그대가 이 방안에 들어올 수 있는가?!!"
다짜고짜 버럭- 소리를 지르는 남자.
어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당황한 목소리에 오히려 아린이가 더 당황하고 만다.
"뭐?"
아린이가 무어라 대꾸하기도 전에 남자는 다시 소리를 지른다.
"마계의 결계 속에 어찌 인간인 그대가 들어 올 수 있냔 말이다!!!"
안녕하세요, [악령·惡靈] 입니다.
이렇게 긴 글을... 하루에 두 편이나.. 적으니..
손과 허리가 남아나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하루나 이틀에 한편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배경은 '민트 민' 님꼐서 수고해주신것이고요
가능하면 각 편마다 배경을 바꾸고 싶은.. 지나친 바람입니다.^^
댓글 써주시면 감사하고요,
더운데 건강 조심하십시요.
첫댓글 잼있네 지금 담편이 보고싶어
댓글 감사합니다. 손과 허리가 심하게 아파와서 오늘 다음편은 무리일지 싶네요
아린이는 어떻게 결계속에 들어왔을까??~다음편 무지~ 기대되여!!
아아, 숯달이님, 댓글감사합니다^^ 배경이 검은색이면 닉네임이 안보여서 불편하군요..
잘봤어! 역시 길구나 ㅋ^^ 검은배경에 흰글씨라서 더 잘보여~
마린이누나... 독자분들 닉네임이 안 보여서 힘들어요..댓글 고마워요
재미있었어요^^ 마계의 결계속으로 들어 올 수 있다는건 아린이도 마족>??>?ㅋㅋㅋㅋ여튼 잘보고 가요^^
댓글 감사합니다^^ 다음편에 그 이유가 나올것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혹시 아린이가 마황제가 찾던 사람일까요??? 마황제가 찾는게... 물건인지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ㅎㅎ
하하, 물건인지 사람인지..;; 그건 아~주 뒤에 나올거에요.<-아마도..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