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로테르담-쿠부스 오닝(Kubus woning)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은 제2차세계대전때의 폭격으로 시가지가 거의 파괴되어 새로 건설되다시피한 도시다.
전쟁의 피해를 입었다해도 네덜란드의 여느 도시들은 센트럼을 중심으로 수세기 전의 모습을 어느 정도는 간직하고 있기 마련이고
또 그런 옛 모습을 잘 간직해서 현재와 조화시켜나가는 것이 우리에겐 부러운 유럽문명이다.
그런데 이 로테르담이라는 도시가 전후 새로 건설되었다는 것을 네덜란드 사람들은 하나의 기회요소로 삼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계획가들에게는 보다 손쉬운 일일 수도 있다.
그렇게 따지면 우리나라의 도시 중 새로 건설되다시피하지 않은 도시가 있을까마는...
이들은 로테르담을 하나의 실험무대로 그들의 건축적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한다.
그래서 로테르담을 '현대 건축의 경연장'이라고도 한다.
중세도시니하는 역사적인 모습을 간직한 옛도심이 없으니 유럽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볼거리도 관광요소도 없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이걸 기회로 삼아 현대건축이라는 것을 관광요소로 내세운다.
그 중 가장 앞에 서 있는 것이 바로 '큐빅 하우스'다.
큐빅 모양의 집이라니....
흔히 '큐빅 하우스'라고 불리는 이 주택단지는 네덜란드어로 쿠부스 오닝(Kubus woning)이라고 불린데서 온 것인데
원래 이름은 빠알 오닝언Paalwoningen(Pole Dwellings), '기둥 주택'이라는 뜻이다.
메트로 브라크Blaak역 뒤로 보이는 큐빅하우스 단지
기존의 보행육교 위에 건설된 기둥식 주택
1984년 완공된 이 주거단지를 설계한 건축가 피트 블롬Piet Blom의 계획 개념은 ''큐빅'이 아니라 '기둥'에 주안점을 둔 것이었다.
1980년대 초에 로테르담 시에서 피트 블롬에게
이 주거단지 계획을 의뢰했을 때 계획의 전제조건은, 차량이 다니는 기존의 도로 위에 있는 보행교를 존치한다는 것이었다.
위의 사진을 보면 외부에서 본 큐빅하우스 단지 아래로 차량이 통과하는 걸 볼 수 있다.
'브라크의 숲' 주거단지는 51개의 큐브(38호의 주거용 큐브) , 아파트인 브라크 타워와 상업시설로 이루어져있다.
주거단지 안에 생활편의시설이 있다는 것이 당연하게 보이겠지만 당시 네덜란드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었다.
(지금도 보편적이지는 않다.)
네덜란드의 도시계획은 주거용도와 상업용도가 엄격히 분리된 지역제(zoning)를 택하고 있어서
보통 주거지역에서 상업시설을 보기는 힘들다.
우리에겐 너무나 보편적인 '복합용도'의 개념도 '압축도시'라는 새로운 개념이 나오기 전까지는 생소한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블럭형' '단지형' 계획을 시도했다는 점이 네덜란드 주택계획에서는 새로운 개념이었다.
네덜란드 건축가 피트 블롬(1934-1999)은
암스테르담의 건축학교에서 네덜란드 구조주의 건축의 거장인 알도 반 에이크Aldo van Eyck에게서 공부했고
헤르만 헤르츠베르허르Herman Hertzberger 와 함께 네덜란드 구조주의의 계보를 잇는 건축가이다.
피트 블롬은 암스테르담의 요르단 지구에서 태어나 자랐고 60년대 암스테르담을 달구었던 프로보 운동에도 참여했다.
그는 늘 자신의 고향인 요르단 지구와 같은 마을을 만들고 싶어했다고 한다.
요르단Jordaan 지구는 암스테르담의 운하띠 서쪽의 서민주거지역인데, 지금도 이 지역 골목을 걷다보면,
연필이라는 뜻의 Het potlood.주거동
건축가가 아무리 그럴듯한 건물 이름을 붙여 놓아도 사람들은 제 나름의 이름을 붙여준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유독 건물에 별명 붙이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큐브 하우스 주거단지의 랜드마크인 블라크토런(Blaaktoren, '블라크 타워'라는 뜻)은
그 모양이 연필 같다고 해서 원래 이름보다는 그냥 '연필'이라고 불린다.
이 주거단지 이후로 수목형 주택의 개념이 보편화되거나 변주된 경우는 없는 걸로 보면 하나의 건축실험으로 끝난 것으로 보인다.
보는 것과 그 안에 사는 것은 다른 문제이니까.
큐브를 지탱하는 기둥은 각 주호의 저장공간이다.
네덜란드의 일반 주택에 있는 지하실과 같은 용도인데 자전거를 보관하거나 창고로 사용한다.
1층은 거실과 부엌, 2층은 침실, 3층은 추가로 활용할 수 있는 다락방이라는 내부구조는 여느 네덜란드 주택과 같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하는 점도 마찬가지다.
여기는 경사가 더 심해서 노인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들은 살기에 어려울 것 같다.
창밖으로 보이는 큐빅의 지붕들과 하늘
1층의 거실
거실,침실,욕실이 있는2층 내부
큐빅 하우스 중 하나를 박물관처럼 일반에 개방하고 있는데(Kijk kubus), 입장료 2.5유로로 내부를 관람할 수 있다.
아무리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지만 주거용으로는 어떨지, 실용성을 덮어버릴만큼 상상력과 재미난 집이 더 매력적인 것일까 궁금했다.
창문 하나도 이렇게 정형인 게 없다.
3층 다락방, 생활공간이나 침실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
어떻게 계산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큐브 한 개당 바닥연면적이 100m2라고 한다.
한 세대용으로 그리 작다고는 볼 수 없지만 내부계단과 공간손실을 따져보면 그리 크다고도 볼 수 없다.
벽과 천장이 다 45도 각도로 된 내부는 훨씬 더 작게 느껴진다. 답답할 정도다.
침실
창문 하나도 이렇게 정형인 게 없다.
연필 주거동 입구
그 건축적 평가가 어떻든지 간에 큐빅 하우스는 건축학도가 아니라도 로테르담에 오면 한번쯤 들러보는 관광지가 되었다.
아, 신기하다, 이럴 수도 있구나, 하고 느끼게 해준다.
물론 나는 이런 답답한 집에 살고 싶지 않지만, 피트 블롬의 '숲''마을'이라는 주거단지의 개념은 성냥갑처럼 줄지어선 네덜란드의
다른 주거단지에도 적용되었으면 좋겠고, 한국에서는 건축학도들보다 건축주들이 많이 보고 갔으면 좋겠다.
정작 신기한 것은 큐빅 모양의 집이 아니라 한 건축가의 이상이 실현되었다는 것이다.
주거단지는 전철과 차량이 지나다니는 주요도로 위에 건축되었다.
주거단지 내부는 각 큐브의 기둥에 의해 생겨난 공간을 주민들이 자유로이 통과할 수 있는 구조이다.
르 꼬르비제의 근대건축 기본원칙이 떠오른다.
메트로 로템 브라크Blaak역
첫댓글 네덜란드에 이런 곳들이 있었다니...... 담엔 저도 한번 구경하러 가봐야겠네요...ㅋㅌ
무단복제 금지 풀어주시면 고맙겠어요.
사진도 건축물도 너무 훌륭해요~ 넘 멋져요. 감상 잘했습니다. ^^*
이 건물 tv에서 봤는데 직접 들어가서 찍으신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