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어학회의 발전
이극로
*출처: 이극로(1935). 조선어학회의 발전. ≪한글≫ 25호. 조선어학회. 1쪽. 재수록: 조준희 엮음(2019). ≪이극로 전집 Ⅱ: 남한 편≫. 소명출판. 33쪽.
이제 조선어학회라 하면, 해내 해외를 물론하고 조선말을 연구하는 학술단체로 뚜렷하게 알리어진 것이 사실이다. 이 학술단체는 어떻게 되어 왔나. 간단히 적으려 한다.
조선 사람도 현대 문명의 맛을 본 뒤로 문화의 기초인 말과 글을 먼저 정리하여야 될 것을 깨달았다. 이것을 먼저 알고 나선이는 세상이 다 아는 바처럼 돌아가신 주시경 선생이다. 선생이 동무들을 데리고 한글연구에 조직적으로 움즉이게 되었으나,상당한 연구실 한 간을 가지게 못되었고, 다만이 십여 년을 책보에 싸서 돌아다니는 연구회가 되었었고,그 뒤로도 늘 그리고 지내어 왔다. 그리다가 이제로 육 년 전에 비로소 서울 수표정 사십이번지 조선교육협회 집안에서 방 한 칸을 얻어 가지고 곁방살이로 문패를 붙이게 되었다. 그 뒤로 우리는 사전(解典)편찬, 잡지 간행, 철자법통일안작성, 이 밖에 여러 가지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장산사 사장 정세권(鄭世權)씨로부터 서울 화동 일백이십구 번지 이층 양옥 한 채를 조선어학회 회관으로 감사히 제공하게 되었다. 그래서 올해 칠월 열하로 날에 이 집으로 회관을 옮기게 되었다. 조선어학회가 딴 문패를 붙이고 독립한 호주가 된 것은 창립 이후 이번이 처음 일이다. 이 학술단체가 독립한 호주가 되도록 성장한 것은 오직 조선어학회 회원의 노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이미 과학적 사업에 대한 조선사회의 많은 동정이 있은 까닭이다. 끝으로 우리 조선어학회는 조선 사회에 대하야 특별히 정세권씨에 대하여 감사함을 마지아니하는 동시에,우리는 적은 힘이나마 더욱 정성을 다하야 여러분의 바라는 바를 이루도록 힘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