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산을 가지 않을때 들판으로 나오는 이유는 운동과 명상에 있다. 오후의 들판에 섰다. 어디선가 은은하게 색소폰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가니 농로에 누군가가 승용차를 세워두고 차안에서 악기를 연주한다.
요즘은 그게 중년의 멋이다. 내가 그곳을 지나치는 순간 연주되는 음악은 (약간 음정이 불안정했지만) 젊은 시절에 많이 불렀던 가수겸 탈렌트인 김상국씨의 노래 '불나비 사랑'이었다. 오랫만에 추억 더듬으며 따라 불러보는 가사엔 애절함이 묻어났다.
사랑, 밥먹여 주는 것도 아니라지만, 사람들은 또 그것에 따라 살고 죽는다고도들 하니 중독성은 강한 것임에 틀림이 없어보인다.
불나비 사랑/김상국
1. 얼마나 사무치는 그리움이냐
밤마다 불을 찾아 헤매는 사연
차라리 재가 되어 숨진다 해도
아~ 너를 안고 가련다 불나비 사랑
2. 무엇으로 끄나요 사랑의 불길
밤을 안고 떠도는 외로운 날개
수많은 세월 속에 멍들은 가슴
아~ 너를 안고 가련다 불나비 사랑
어느 철학자에 의하면 사랑은 맹목적이라고 하였다. 맹목성은 무조건성과 통한다. 사랑은 이유와 조건을 따지며 계산하지 않는다.
사랑은 계급과 인종, 사회.경제적 지위 고하를 무시한다. 주고받는 등가교환의 법칙을 무시한다.
김소월의 작품 가련한 인생 중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가련한, 가련한, 가련한 인생에
첫째는 살음이다. 살음은 곧 살림이다.
살림은 곧 사랑이다. 그러면.
사랑은 무엔고? 사랑은 곧
제가 저를 희생함이다.
그러면 희생은 무엇? 희생은
남의 몸을 내 몸과 같이 생각함이다.
...사랑을 함도 죽음, 제 마음을 못죽이네.
살음이 어렵도다. 사랑하기 힘들도다.
누구는 나서 세상에 행복이 있다고 하노!'
이는 '네 아웃을 네몸같이 사랑하라.' 라고 기독교에서의 가르침과 상통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작가의 글처럼 눈감는 그날까지 모든 생명있는 것들을 사랑하려고 노력해야겠다. 더구나 감정이 강하게 남아있는 곳일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