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의 근육 활동량이 늘어나다
"숨쉬기도 운동이고 어떻게든 움직이면 운동이라고 할 수는 있지. 물론 절도 몸을 굽혔다 폈다 하니까 운동이 되긴 하겠지? 그런데 그걸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겠어?"
절의 운동적인 측면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내는 프로그램을 한다고 했을 때 한 선배가 한 말이다. 맞는 말이다.
단순한 움직임이 아니라 건강에 효과적인 운동이 되려면 최소한 칼로리가 소모돼야 하고 뼈와 근육 발달에 도움이 돼야 한다. 그러나 절은 운동이라고 하기엔 너무 강도가 약해 보이는데다 무릎 관절만 지나치게 움직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과연 절이 효과적인 운동이긴 한 것일까?'
이 의문은 실험 기간 내내 따라다닌 고민이었다.
절의 운동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우선 절을 할 때 칼로리 소모량이 얼마나 되는지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에서 건강한 20대 남녀 각각 두 사람을 대상으로 108배를 하게 한 다음 칼로리 소모량을 측정했다. 이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난생 처음 100회 이상 절을 해보는 초심자들이라 절에 서툴렀다. 108배를 하는데 걸린 시간은 약 20분. 그동안 남성은 분당 7.2칼로리, 108배를 했을 때 평균 147칼로리가 소모됐다. 한편 여성은 분당 4.9칼로리, 108배를 했을 때는 96칼로리가 소모됐다.
그렇다면 다른 운동과 비교했을 때 절의 운동량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108배를 했을 때 운동량은 시속 6.5킬로미터 정도의 빨리 걷기 12분, 조깅 9분, 수영이나 자전거 타기 15분을 한 것과 같은 운동량이다.
빨리 걷기나 수영, 자전거 타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따라서 이런 운동과 마찬가지로 절도 단순한 관절 반복운동이 아니라 중강도의 유산소 운동이라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특히 절을 할 때 심박수의 움직임을 보면 여성의 경우 평균 123회, 남성은 138회였다. 이는 유산소 운동 시 가장 이상적인 심박수다.
미국스포츠의학회(ACSM)에 따르면 하루 적정 운동량은 최소 250~300칼로리다. 그러니까 남자의 경우 108배를 두 번, 여자의 경우 2, 3회를 하면 하루 운동량으로 충분하다.
가장 좋은 유산소 운동 가운데 하나로 알려진 걷기는 팔을 흔들면서 걷지 않으면 하체 쪽 근육만 강화시키는 운동이 된다. 그러나 절은 온몸의 근관절을 모두 수축 이완시킨다.
똑같은 운동이라도 근육을 최대한 다양하게 움직이는 운동이 좋은 운동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절은 온몸의 근육 활동량을 늘이는 운동이다.
이 실험을 맡은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성봉주 박사 역시 걷기와 비교해 볼 때 절이 훨씬 더 근육을 다양하게 움직여서 온몸운동 효과가 크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무엇보다 절은 걷기나 수영과는 달리 어디서나 할 수 있다. 팔을 앞으로 뻗어 엎드릴 수 있는 공간에 방석 하나만 있으면 장소나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다. 바로 이 점이 현대인들에게 절을 선택하게 하는 가장 매력적인 조건이다.
머리는 차가워지고 발은 따뜻해지다
운동마다 특별히 자극받는 부위가 있다. 걷기나 달리기는 하체에 집중되고, 수영은 전체적으로 몸의 근육을 움직이게 된다. 그렇다면 절을 했을 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절을 하는 동안 몸에 자극받는 부위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열감지 카메라로 108배를 하기 전과 하고 난 후 적외선 체열 촬영을 해보기로 했다. 열감지 카메라는 체열 측정이 가능해서 몸의 찬 부위는 푸른색을 띤다. 보통 손발의 색깔은 붉게 나타나는데 평소 손이나 발이 찬 사람들은 파랗게 나타나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열감지 카메라 촬영을 하면 운동 후 혈액순환의 흐름이 어느 정도 개선됐는지, 온도가 몇 도나 상승했는지 정확히 드러난다.
절을 하고 난 뒤 체열을 측정한 결과 주로 하체와 손바닥에 열이 나서 온도가 올라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온도가 많이 올라간 부위는 발바닥으로, 절을 하기 전보다 2도가 상승했다. 다음은 무릎으로 0.8도가 상승했고, 종아리도 0.5가 상승했다. 그런데 이마는 0.3도나 온도가 내려갔다. 이것은 절을 했을 때 상체의 온도는 내려가고 하체는 전반적으로 온도가 상승한다는 뜻이다.
한방에서는 우리 몸의 상체를 양으로 보고 하체는 음에 해당한다.
음양이 잘 조화를 이루면 양기는 밑으로 내려가고 음기는 위로 올라가는 수승화강(水升火降)이 된다. 머리가 차가워야 정신이 맑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반면 하체는 따뜻해야 한다. 하체가 따뜻하다는 것은 혈액순환이 그만큼 활발하다는 뜻이다.
108배를 하면 보통 손과 발에서 땀이 난다. 실제 체열 측정 결과를 보더라도 발바닥은 평균 2도, 손바닥은 1.3도 온도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마다 온도 상승폭의 차이는 있지만 손바닥과 발바닥의 온도가 올라간다는 것은 신체의 가장 끝부분까지 혈액순환이 좋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우리 몸에 생기는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가 혈액순환 장애다.
손발의 온도에 신경 쓰지 않고 살던 사람들도 이때부터는 손발이 차가워진다고 호소한다. 우리 몸에는 51억 개의 모세혈관이 있는데 그중 38억 개가 팔다리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 그래서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제일 먼저 손발의 온도가 떨어지고 저리는 등 적신호가 온다.
손발이 차면 만병의 근원이 된다. 실제로 건강이 나쁜 사람들의 공통점은 손발이 차고, 혈색이 나쁘다. 혈액순환이 순조롭지 못한 탓이다.
빈혈에서부터 뇌졸중까지 이런 질병의 원인은 혈액순환이 문제다. 그래서 육류보다 은행, 마늘, 부추, 토마토, 무청 같은 채소를 먹고, 등푸른 생선과 미역, 김, 현미, 시금치 등 혈액순환에 좋다는 음식을 찾는다.
어디 그뿐인가? 혈액순환에 좋다고 하는 약물도 부지기수다.
각종 혈액순환 장애 개선제에 건강보조식품까지, 혈액순환을 순조롭게 하기 위해 안달이다.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그 다음은 소화기능에 탈이 나고, 그 이후부터는 각종 질병이 도미노처럼 생긴다.
약보다 좋은 방법이 운동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혈액순환을 순조롭게 하는 운동, 그것이 무엇이든 한 가지는 하고 볼 일이다.
머리로 올라간 열이 내려오다
절을 할 때 우리 몸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촬영한 적외선 체열 측정 장면을 보면 몸의 각 부위별로 등고선처럼 온도가 색깔로 나타난다. 열이 나는 부위일수록 붉은색이 강하게 나타난다.
절을 반복할수록 발바닥과 종아리, 무릎 등 하체는 체열이 올라가지만 상체는 손바닥을 제외하고는 모두 온도가 내려간다. 특히 가슴 한가운데, 속이 답답할 때 가슴을 치는 그 부위, 바로 전중혈의 온도가 1.4도나 내려갔다. 이곳의 온도가 내려갔다는 것은 가슴속의 열이 그만큼 식었다는 뜻이다.
상체는 열이 내리고, 하체와 손바닥 같은 말초신경 부위는 온도가 올라가서 몸이 따뜻해진다. 보통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에 열이 난다. 아니 불이 나기도 한다. 얼굴까지 붉어지는가 하면 위로 혈압까지 상승해 위험천만한 상태가 되기도 한다.
현대인들은 대부분 열이 머리 위로 올라가서 문제가 된다. 현대병으로 자리 잡은 탈모 역시 머리로 열이 올라가서 생기는 질환 가운데 하나다. 뿐만 아니라 고혈압이나 뇌졸중처럼 머리로 열이 올라가면 각종 질병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절을 하면 최소한 상체의 열이 내리고 하체가 따뜻해지는 안정적인 상태가 된다.
그렇다면 비슷한 강도의 다른 운동과 비교했을 때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절을 하는 것과 같은 시간 동안 러닝머신을 탔다.
걷기는 우리 몸에 가장 좋은 운동 가운데 하나다. 걷기를 했을 때도 하반신은 절과 비슷한 온도 변화를 나타냈다. 그런데 중요한 차이가 나타났다. 바로 전중혈의 온도다.
전중혈은 심장의 피로상태를 알 수 있는 혈인데 우리 몸의 정중앙 선과 양쪽 유두를 잇는 선이 만나는 곳이다.
명치에서부터 위로 쭉 누르면 제일 아픈 곳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한의학에서는 기가 모이는 혈자리로 알려져 있다.
보통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을 하면 심장박동이 증가한다. 이때 스트레스를 받아 울화가 치밀면 전중혈이 자극을 받고 온도가 올라간다. 화병 환자들은 이 부위에 통증을 느낄 정도로 전중혈은 예민한 혈자리다.
러닝머신 위에서 걸었을 때 전중혈의 온도는 0.4도가 내려갔다.
그런데 절을 했을 때는 1.4도가 내려갔다. 전중혈의 온도가 내려간다는 것은 스트레스로 치민 화가 진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열 받고 화났을 때 절을 하면 화가 가라앉는다는 이야기도 될 수 있다. 직접 실험에 참가하는 일은 각자에게 맡긴다. 어쨌든 절이 화를 가라앉히는 데 탁월하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출처 월간 암(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