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이 이모>라는 TV연속극이 있었다. 우리나라 안방극장의 황금기였던 90년대 드라마다.
금순이, 복태, 깡통 등 독특한 캐릭터들로 소시민의 애환을 그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우리네 어린 시절, 특히 엄마와 떨어져 사는 아이에게 이모는 애달픈 설움이자 엄마 품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진 이모에게는 사무치는 그리움과 희망이기도 했을 것이다.
극본을 쓴 김운경 작가는 같은 해 MBC에서 방영한 주말 드라마 <서울의 달>로도 시청률을 다락같이 올려놓았다. 역시 서울의 달동네를 배경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소시민의 모습이었다.
당시 시청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전문가들의 시각을 빌리면, <옥이이모>만큼 완성도가 높은 드라마도 흔치 않다고 했다.
시청자들을 쉽게 현혹시키려 등장인물을 과장되게 설정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흐름이 자연스러워 더욱 애절했는지도 모른다.
특히 줄거리에 걸 맞는 배경음악이 오래토록, 가슴 저리게 기억 저편에 흐른다.
그 중에서도 둔중하게 깔리는 첼로 음악 오펜바하(Offenbach)의 ‘자클린의 눈물(Les larmes de Jacqueline)’.
19세기 프랑스의 대표적인 오페레타 작곡가 오펜바하는 금방이라도 캉캉 춤이 눈앞에 전개될 듯한 <천국과 지옥> 그리고 ‘호프만의 뱃노래’로 우리에게 더 알려진 <호프만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쓸쓸하거나 애감에 젖을 때 듣는 ‘자클린의 눈물’. 묵직한 저음 위로 끓어오르는 슬픔의 선율이 여리게 혹은 세차게 끊일 듯 이어질 듯 반복되는가 하면, 가슴 저미는 애잔한 슬픔의 선율이 잔잔한 호수처럼 흐른다.
이 곡은 베르너 토마스(Werner Thomas)라는 젊은 첼리스트가 오펜바하의 미발표 곡을 찾아내어 ‘자클린의 눈물’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것.
42살의 나이로 요절한 비운의 여류첼리스트 쟈클린 뒤 프레(Jacqueline Du Pre·사진)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곡으로 알려져 있다.
주인공 자클린은 어릴 때부터 “우아한 영국 장미”라는 칭송을 받은 천재 첼리스트였다.
그녀는 23살의 꽃다운 나이에 유태계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다니엘 바렌보임’을 사랑하여 결혼했으나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26살 때부터 희귀병인 다발성 경화증을 앓게 되어 남편과 헤어지고 첼로에서도 손을 놓았다. 그러다가 42살의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그래서 더욱 절제된 슬픔의 선율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어쩌면 벅찬 기쁨과 아름다운 슬픔이 그녀의 몸 속 깊이 스며들었는지도 모른다.
이 곡을 1994년 SBS 드라마 <옥이이모>의 배경 음악으로 써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절묘한 선곡이 아닐 수 없다.
며칠 전 10달러짜리 미국 화폐 속 인물 알렉산더 해밀턴(미국의 초대 재무장관)의 눈에 눈물방울을 그려 넣고 <돈의 눈물>이라는 제목을 붙인 일간신문 일요판이 있었다. 추락하는 세계경제를 시각화 한 것이다.
<엄마들의 눈물>이라는 표제도 보였다. “애들 세뱃돈까지 펀드에 몰아넣었는데… 망했다”는 절망적인 푸념일 것이다.
눈물은 슬픔과 회한의 상징이어서 <용의 눈물>, <목포의 눈물>, 심지어는 로마시를 불태워 죄 없는 백성들을 불에 타 숨지게 한 네로황제의 눈물도 있다.
아무려나 찌든 삶에 허덕이며 남몰래 흘리는 소시민의 눈물을 닦아줄 지도자는 없는지, 지금은 바로 그것이 문제다.
<대한민국 대표 보험신문> 한국보험신문 정영수 고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