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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벨리우스 : 교향곡 1, 2, 5, 7번
레너드 번스타인 /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 프로덕션 노트 ===
번스타인의 미완성 시벨리우스 사이클
번스타인 마니아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값진 영상이 Blu-ray로 발매되었다. 번스타인은 1980년대 후반 빈 필하모닉과 더불어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전집에 착수했었다. 1986년 교향곡 2번을 시작으로 매년 한 작품씩 무지크페라인 홀에서 콘서트 실황으로 진행될 계획이었으며, DG와 Unitel에서 각각 CD와 영상물로 출반되었었다.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1990년 2월 교향곡 1번의 녹화가 완료된 이후 더 이상 이 사이클은 진행되지 못했다. 그해 10월 14일 72세를 일기로 번스타인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것은 시벨리우스의 일곱 교향곡들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들인 1,2,5,7번의 녹음이 완료되었다는 점이다. 번스타인의 강렬한 카리스마와 빈 필의 비단결 같은 소노러티가 조화를 이룬 이 미완성의 시벨리우스 사이클은 음반으로서도 크게 호평을 받았던 번스타인 만년의 역작이었다. 그 감동이 영상을 통해 또 다시 우리 곁으로 생생하게 찾아 올 것이다. 번스타인의 팬들은 물론, 시벨리우스 애호가들이라면 반드시 갖춰야할 필수 아이템으로 적극 추천한다.
Symphony No.1 in e minor, Op.39
Symphony No.2 in D major, Op.43
Symphony No.5 in E flat major, Op.82
Symphony No.7 in C major, Op.105
=== 작품 해설 === <다음클래식백과 / 정이은 글>
교향곡 1번, Op39
장 시벨리우스(1865~1957)
초연 : 1899년 헬싱키 자작콘서트 시벨리우스 지휘
편성 :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바순 2, 호른 4, 트럼펫 3, 트롬본 3, 튜바, 팀파니, 큰북, 심벌즈, 트라이앵글, 하프
시벨리우스의 첫 번째 교향곡인 이 작품은 1898년에 착수되어 이듬해 초반에 완성된 곡으로 ‘교향곡 작곡가’로 발전된 시벨리우스의 작곡기법 등을 엿볼 수 있다.
교향곡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원숙한 첫 교향곡
시벨리우스가 이 곡을 완성했을 때 그의 나이는 33살이었다. 이 작품은 1899년 4월 26일 작곡자 자신의 지휘와 헬싱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초연되었고 〈교향곡 1번〉은 초연 즉시 엄청난 성공을 가져왔다. 〈교향곡 1번〉은 시벨리우스의 작품 세계 중에서도 전통적인 음악 세계에 충실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이미 시벨리우스는 〈교향곡 1번〉을 쓰기 10년 전에 〈레민카이넨 모음곡〉과 〈쿨레르보〉를 통해서 자신의 음악세계에 큰 획을 긋기도 했다. 시벨리우스에게 있어 중요한 이 두 작품은 모두 핀란드의 신화를 모아놓은 《칼레발라1) 》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되었다. 이후 《칼레발라》 없이는 시벨리우스의 작품을 이야기하기 힘들 정도로 시벨리우스 작품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 된다.
《칼레발라》를 토대로 만들어진 〈쿨레르보〉가 대규모 작품에 대한 시벨리우스의 야심찬 기획을 잘 보여주었다면, 그로부터 10년 후에 만들어진 이 첫 번째 교향곡에서 긴 시간을 통제하는 시벨리우스의 능력은 더욱 발전된 것으로 보인다. 〈쿨레르보〉 이후 시벨리우스는 대규모의 작품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공부를 철저히 했을 뿐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를 어떻게 대규모의 형식 안에 녹여내는지,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서있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33살에 발표된 그의 〈교향곡 1번〉은 시벨리우스에게 ‘교향곡 작곡가’로서 이 장르에 발을 들여놓게 된 기념비적인 작품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유년 시절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찾기 시작한 작품이 되었다.
하나의 쌍을 이루는 시작 악장과 마지막 악장
특히 이러한 대규모 작품의 유기적 응집성을 구축하는 모습은 1악장에서 잘 드러난다. 이 악장은 그가 이전까지 작곡한 어떤 다른 곡들보다도 매우 질서정연하게 짜여 있다. 1악장의 시작부분에서 등장하는 클라리넷의 솔로는 사실 이 작품의 초연 때는 없었던 부분이었다. 시벨리우스는 이 곡을 초연한 직후 몇몇 부분들을 수정했고, 인상적인 클라리넷의 솔로는 이 수정작업에서 비롯된 것이다. 전체 악장은 이 클라리넷의 주제로부터 2악장에서 시벨리우스 자신이 차이콥스키와 보로딘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느린 악장이 보여주는 색채와 그를 통해 드러나는 개성은 아직 완전히 그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모자란 감이 있다. 시벨리우스는 이 악장을 단순히 평화로운 ‘간주곡’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깜짝 놀랄만한 드라마를 넣었다. 이에 반해 스케르초 악장에서 우리는 브루크너의 메아리를 듣게 된다. 역동적인 메인 섹션은 평화로운 트리오 섹션과 좋은 균형을 이룬다. 1악장의 인상적인 도입을 만든 클라리넷의 솔로는 마지막 악장에서 비극적인 색채를 띠고 다시 등장하게 된다. 2주제는 차이콥스키적인 모티브를 가진 비장미 넘치는 선율을 들려준다. 전체적으로 1악장과 4악장은 여러 면에서 ‘하나의 쌍’을 이루면서 전체 형식을 이루는 데에 큰 공헌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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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해설 === <다음클래식백과 / 정이은 글>
교향곡 2번, Op.43
장 시벨리우스(1865~1957)
초연 : 1902년 헬싱키 시벨리우스 지휘
편성 :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바순 2, 호른 4, 트럼펫 3, 트롬본 3, 튜바, 팀파니, 현 5부
이 곡은 시벨리우스가 1902년 작곡한 곡으로, 그가 남긴 7곡의 교향곡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기도 하다.
지중해적 따뜻함과 핀란드적 차가움을 한 곡에
시벨리우스가 30대였던 19세기 말엽, 오케스트라 곡 장르에 있어서 그의 행보는 매우 강렬하고 독창적이었다. 이로 인해 시벨리우스는 점차 유럽 내에서 명성을 얻는 작곡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더 아나가서 20세기 전환기에 이르면 시벨리우스는 유럽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알려진 국제적인 작곡가가 된다. 그는 일약 핀란드의 국가적 영웅으로 떠오르면서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까지도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떨쳤다.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은 처음 들을 때부터 핀란드적인 풍경이 작곡가의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약간은 절제된 영웅주의와, 핀란드의 키 높은 침엽수들로 가득 찬 무성한 숲과 호수를 떠올리게 하는 이 곡은, 작곡가가 스트레스를 받으며 독일 베를린에서 라이프치히까지 바쁘게 방문한 기간 바로 직후, 1901년 이탈리아에서의 휴가 기간 동안 쓰였다. 이 휴가는 시벨리우스의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악셀 칼페란(Axel Carpelan) 남작이 시벨리우스를 위해 만들어준 것이었다. 이 작품을 들으면 상상할 수 있는 넓은 공간과 강도 높은 여행 동안 겪은 작곡가의 외적, 내적 삶의 여정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사실 시벨리우스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유독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 작품은 차가운 느낌의 핀란드 풍경뿐만 아니라, 지중해의 따뜻함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음악이기도 하다. 작품은 헬싱키에서 시벨리우스의 지휘로 1902년 3월 8일에 초연되었다.
2악장의 인상적인 대조적 구성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 있는 1악장은 전반적으로 지중해적인 밝음으로 가득 차 있는 곡이다. 하지만 관습적이지 않은 2악장은 거의 교향시에 가까우며, 랩소디와 같은 형태로 되어 있다. 서정적인 온기와 강렬한 드라마가 번갈아 가면서 일종의 교향곡적인 레치타티보를 만들어내는 2악장은 당시의 청중들의 보수적인 귀에 익숙하지 않게 들렸음에 틀림없다. 이 곡의 초연이 미적지근한 반응을 끌어낸 것은 바로 2악장의 형식적인 독특함에 있었음에 틀림없다. 전설적인 지휘자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는 자신이 지휘한 이 곡의 앨범 속지에 2악장의 황홀한 음악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집약하고 있다.
“시벨리우스의 전형적인 것은 부드러운 것과 야만적인 것,
어두운 음색과 밝게 빛나는 음색의 대조,
그리고 운명과 희망을 동시에 표현해내는 주제와,
멜랑콜리하게 들리는 전면부와 단조로운 배경부의 대조에 있다.”
더 나아가서 이러한 강렬한 대비에 대한 해석 중 가장 컬러풀한 해석은 돈 주앙이 예수와 죽음을 동시에 맞닥뜨리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승리의 찬가, 4악장
3악장의 변덕스러움은 시벨리우스가 프라하를 방문하면서 들었던 선율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이야기된다. 중간에 느린 트리오 부분을 가지고 있는 3악장은 베토벤의 〈교향곡 5번〉과 마찬가지로 트리오 섹션을 통해서 3악장과 4악장을 잇는 브리지로 연결된다. 승리의 찬가처럼 들리는 마지막 악장의 유명한 주제는 오늘날까지도 시벨리우스가 작곡한 모든 선율 중에서 〈핀란디아〉와 함께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주제이다. 기억되기도 쉽고, 또한 아름다운 노래로 들리는 이 마지막 악장의 주제는 궁극적으로 이 작품의 여정이 마지막 악장을 향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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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다음클래식백과 / 정이은 글>
교향곡 5번, Op.82
장 시벨리우스(1865~1957)
초연 : 1915년 헬싱키 시벨리우스 지휘(초고) / 1916년 튜르크 시벨리우스 지휘(개정)
1919년 헬싱키 시벨리우스 지휘(최종)
편성 :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바순 2, 호른 4, 트럼펫 3, 트롬본 3, 팀파니, 현 5부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5번〉은 1915년, 자신의 50번째 생일을 맞아 작곡되었다.
핀란드와 자신에게 닥친 위기
시벨리우스는 자신의 50번째 생일을 맞아서 핀란드 정부로부터 이 교향곡을 작곡해달라는 작품위촉을 받았다. 그의 50번째 생일은 나라에 의해 공휴일로 지정될 정도로 핀란드 내에서 시벨리우스의 위상은 대단했다. 하지만 1910년대 초반 경제적인 어려움과 건강상의 문제가 있었던 시벨리우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의 도를 넘은 핀란드 내정 간섭과 핀란드어를 뿌리뽑아내려는 시도까지···. 유럽 전체는 전쟁으로 혼돈에 빠지기 시작했고, 러시아의 동맹국이었던 핀란드 역시 대량 학살 그리고 나라의 중요한 산업이었던 목재가 거의 바닥이 날 지경인 상황에서 시벨리우스는 이렇게 쓰고 있다.
“다시 한 번의 이 깊은 수렁에서
나는 이미 내가 올라야 할 산을 희미하게 보기 시작하고 있다.
신은 이 순간 문을 열어 주었고,
그의 오케스트라는 〈교향곡 5번〉을 연주하고 있다.”
- 시벨리우스
이렇게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5번〉의 영감은 그의 마음속에서 빠르게 자라나고 있었다.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백조를 보고 받은 영감
시벨리우스는 〈교향곡 3번〉, 〈4번〉으로 잠시 멀어졌던 핀란드적 느낌으로 돌아왔다. 그에게 이 곡의 주제를 만들어준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조국, 핀란드의 풍경이었다. 그는 자신의 고향 예르벤패(Järvenpää)의 호숫가에서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16마리의 백조들을 바라보고 이 풍경으로부터 큰 영감을 받았다. 그가 적은 일기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내가 지금껏 경험한 가장 위대한 경험 중 하나였다.
〈교향곡 5번〉의 마지막 악장 레가토 주제는 트럼펫으로 연주될 것이다.”
- 시벨리우스
금관악기의 빛나는 활약
시벨리우스는 〈교향곡 5번〉을 1915년 12월 8일에 헬싱키에서 초연했다. 그러나 나중에 시벨리우스는 1악장과 스케르초 악장을 병합하여 하나의 악장으로 만들어서 새로운 1악장으로 수정한다. 찬란하게 빛나는 호른과 목관악기로 곡을 시작하는 주제가 도입되면, 음악은 점차 운동감을 더해가면서 마치 창공을 향해 솟아오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진행의 끝에는 트럼펫이 장엄하게 완전4도를 선언하게 되어 있다. 느린 악장인 2악장은 일종의 춤곡이다. 처음의 주제는 반복될 때마다 미묘하게 변형되면서 마치 여러 개의 절을 가진 노래와 같이 들린다. 마지막 악장에서 금관악기는 빛나는 위력을 발휘하면서 핀란드의 광활한 자연을 떠올리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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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다음클래식백과 / 정이은 글>
교향곡 7번, Op.105
장 시벨리우스(1865~1957)
초연 : 1924년 3월 25일 스톡홀름 음악인협회 콘서트 시벨리우스 지휘
편성 :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바순 2, 호른 4, 트럼펫 3, 트롬본 3, 팀파니, 현 5부
이 작품은 시벨리우스가 남긴 마지막 교향곡으로, 1924년에 완성되었다.
교향곡 장르에서 얻은 모든 것을 응축시켜서
20세기가 낳은 최고의 교향곡 작곡가 중 한 명인 시벨리우스는 모두 7개의 교향곡을 남겼다. 〈교향곡 7번〉은 그가 이 장르에 남긴 마지막 작품이다. 〈교향곡 8번〉을 곧 발표할 것이라는 소문은 그가 죽을 때까지도 지속될 만큼 20세기 전반을 살았던 사람들은 시벨리우스의 교향곡에 큰 관심을 보였다. 사실 시벨리우스는 실제로 〈교향곡 8번〉을 작곡하려는 시도를 했고, 적어도 1악장은 완성한 것으로 보이지만, 1940년대에 아마도 자신이 쓴 것을 폐기시킨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어찌되었던 간에 〈교향곡 7번〉은 시벨리우스가 교향곡이라는 장르에서 성취한 바를 집약해서 보여주는 작품이자, 이 작품 이후에 어떤 것을 그가 작곡할 수 있었는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웅대한 작품이다.
“단 하나의 거대한 파도”
시벨리우스의 후기작을 세밀하게 살펴보는 것은 항상 어려운 일이다. 무엇이 이 작곡가의 펜 뒤에 숨겨진 생각이었는지 알아내기란 작품의 미묘함 속에서 알아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교향곡 7번〉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교향곡 7번〉은 특이하게도 단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제들은 작품이 만들어내는 풍경 위를 떠다니다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다른 주제들과 통합되어 버린다.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템포는 시벨리우스의 화성과 오케스트레이션과 밀접하게 엮여서 간단하게 묘사하기가 쉽지 않다. 이 작품에서 시벨리우스가 사랑했던 자연 세계는 교향곡 안에 완전하게 녹아들어있고, 이 작품의 핵심적인 요소이다. 작곡가이자 비평가인 로버트 심슨(Robert Simpson)은 이 작품을 가리켜 “궤도를 도는 거대한 행성”이라고 표현했고, 작가 바이안 노스콧(Bayan Northcott, 1940~)은 “단 하나의, 거대한 파도”라고 말했다.
밀도 높은 교향곡, 이것의 시간이란 무엇인가
〈교향곡 7번〉은 시벨리우스가 남긴 7개의 교향곡 중에서도 가장 밀도 높게 구성된 작품이자, 교향곡을 이루는 부분과 교향곡이 연주되는 시간 사이의 관계에 대한 시벨리우스의 이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국의 비평가이자 음악학자인 도날드 토비(Donald Tovey, 1875~1940)는 이 작품을 일컬어서 바그너 이후의 교향곡 중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자, 바그너의 거대한 시간 개념 속에 들어있는 영웅주의와 교향곡의 밀도 높은 시간을 화해시킨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확실히 이 작품은 교향곡에서의 “서사적인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이러한 개념으로부터 부수적으로 벗어나는 것은 전혀 보이지 않고, 하나의 완벽하게 집중된 서사가 있을 뿐이다. 작품은 전혀 섹션 별로 나뉘어서 쓰이지 않았다는 느낌을 준다. 슈만의 〈교향곡 4번〉과 달리 이 작품은 네 악장이 따로 쓰여서 하나의 악장으로 통합된 것이 아니다. 전체는 세밀하게 짜인 패브릭처럼 전체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 여기에는 전통적인 교향곡의 느린 섹션과 스케르초 섹션도 있지만, 전체에서 장중한 순간과 리듬적으로 가벼운 느낌을 전달하는 순간으로 작용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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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해설 === <네이버캐스트 2012년 4월 23일 / 황장원 글>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2번 D장조 Op.43
시벨리우스의 가장 인기있는 교향곡
1901년에서 1902년 사이에 작곡되었고, 1902년 3월 8일 헬싱키에서 시벨리우스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1902년 3월 8일, 헬싱키에서 시벨리우스 자신의 지휘로 거행된 [교향곡 제2번 D장조]의 초연은 핀란드 음악사상 가장 위대한 승리로 기억된다. 해당 공연이 대성공을 거두었음은 물론이고, 그 직후 일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앙코르 공연이 세 차례나 열렸으며, 일련의 공연들은 전부 매진되었던 것이다. 당시 핀란드 국민들은 [핀란디아]의 작곡가가 발표한 ‘애국적인’ 신작 교향곡에 열렬한 관심과 지지를 보냈다. 특히 시벨리우스 음악의 권위자였던 지휘자 로베르트 카야누스는 이 교향곡을 ‘러시아의 압제에 대한 핀란드의 저항정신과 궁극적인 승리를 그린 작품’으로 규정했다. 나아가 역시 시벨리우스 스페셜리스트였던 지휘자 슈네보익트는 각 악장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해석하기도 했다.
“제1악장은 압제, 압박이라든가 사상에 번민하지 않는 핀란드인의 한가로운 전원생활을 나타내고, 제2악장은 러시아의 잔인한 압박에 시달리며 애국심에 불타는 핀란드인의 심정을 나타낸다. 그리고 제3악장은 국민적 감정을 환기시키면서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국가 조직에 대한 요구를 말하고 있다. 이어서 제4악장은 구세주의 출현을 예상하는 위안과 미래에 대한 희망과 신념을 노래한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실제로 작품과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이 곡의 감동적인 피날레를 들으면서 ‘애국심’을 떠올리는 건 별로 어색한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 교향곡은 ‘핀란드의 국민 작곡가’의 작품이 아니던가. 심지어 1940년대에 한 음악학자는 아예 작품에다 ‘해방 교향곡’이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오늘날에도 핀란드에서는 이 작품이 종종 ‘독립 교향곡’으로 불린다. 하지만 정작 작곡가 자신은 그러한 ‘국가주의적인’ 해석을 거부한 바 있다.
남국의 새로운 환경과 개인적 고뇌
시벨리우스는 1901년 2월, 이탈리아의 라팔로에서 이 교향곡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 그는 후원자 악셀 카르펠란 남작의 권유에 따라 가족과 함께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 3개월 정도 체류했다. 라팔로는 제노바에서 멀지 않은 리구리아 해 연안의 마을인데, 그는 그곳의 여관에 아내와 두 딸을 투숙시켜 놓고 자신은 주로 산 위에 있는 어느 별장의 서재에 머물렀다. 그 별장은 아름다운 정원에 둘러싸여 있었고, 정원에는 장미, 동백, 선인장, 포도나무, 야자수 등 온갖 꽃과 과실이 가득했다. 그는 자신의 고향과는 사뭇 다른 남국의 자연환경에서 새로운 자극을 받으며 재충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아울러 그는 서재에서 몇 권의 책을 읽었는데, 그 중에서도 ‘돈 후안과 석상 손님’ 이야기에서 중요한 영감을 얻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석상의 이미지를 새 교향곡의 느린 악장의 주제로 삼게 된다. 다만, 그때만 해도 시벨리우스는 교향곡이 아니라 [레민케이넨의 전설]처럼 네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연작 교향시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따라서 [교향곡 제2번]의 느린 악장은 다분히 교향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하겠다.
그런데 사실 그에게 이탈리아 체류기는 행복과는 거리가 먼 시기였다. 비록 새로운 환경이 그의 창작력을 자극하긴 했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그를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 재정 문제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고, 어린 딸은 발진티푸스를 앓고 있었다. 또 얼마 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처제에 관한 생각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누적된 스트레스 탓이었던지, 어느 날 그는 아내와 아이들을 라팔로에 남겨둔 채, 알리지도 않고 혼자 로마로 가서 한 동안 지내기도 했다. 그의 정신적 방황은 가족들을 데리고 피렌체, 비엔나, 프라하를 거쳐 고국으로 돌아온 다음에도 한 동안 지속되었다.
그 해 여름, 그는 핀란드 남부의 로히야에 있는 장모의 영지에서 머물며 작곡에 매달렸다. 그는 우선 피렌체에서 구상했던, 단테의 [신곡]에 기초한 교향시를 쓰려던 계획을 폐기했고, 대신 그 동안 축적한 악상들을 바탕으로 다분히 자전적인 성격을 지닌 새 교향곡을 써나갔다. 작업은 11월에 거의 마무리되었지만, 그 달에 잡혀 있던 초연 일정이 연기되자 그는 대폭적인 개정을 단행했다. 그리고 이듬해 3월, 마침내 완성된 [교향곡 제2번 D장조]를 발표했던 것이다.
시벨리우스의 전원 교향곡
[교향곡 제2번 D장조]는 시벨리우스의 창작 이력에서 ‘터닝 포인트’의 의의를 갖는다. 전작인 [교향곡 제1번 e단조]에 차이콥스키를 위시한 선배 작곡가들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면, 이 작품에는 시벨리우스만의 개성이 보다 뚜렷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그 화려한 음색과 드라마틱한 전개는 후기낭만주의 교향곡의 전통을 가리키고 있지만, 동시에 그의 성숙기 교향곡들에서 부각되는 보다 고전적인 경향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작품의 첫머리에 등장시킨 단순한 음계를 바탕으로 전곡을 구축해나가는 기법이 그러하다. 이런 면에서 이 곡을 베토벤이나 브람스의 교향곡에 견주는 견해도 있다.
혹자는 이 곡을 가리켜 ‘시벨리우스의 전원 교향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작품이 시벨리우스의 자연에 대한, 특히 핀란드의 자연에 대한 애정을 풍부하게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관점은 예의 ‘애국적 해석’과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곡에 투영된 자연의 이미지는 복합적이다. 다시 말해서 남유럽의 이미지와 북유럽의 이미지가 혼재돼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작곡 당시의 정황을 돌아보면, 이 작품의 내용은 ‘핀란드 민족정신의 발현’보다는 ‘시벨리우스 개인의 위기와 극복’ 쪽에 가까운 것처럼 보인다. 다만 이 두 명제에 서로 상통하는 면이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사실 이 곡의 매력은 이처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데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이 곡에서 남유럽의 온화한 풍광과 눈부신 태양을 볼 수도 있고, 어떤 이는 북유럽의 서늘한 기운과 신비로운 오로라를 볼 수도 있다. 또 어떤 이는 이 곡을 들으며 불타는 애국심과 민족정신의 고양을 느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고뇌에 대한 돌파구를 찾거나 해방감을 만끽할 수도 있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제1악장 : 알레그레토, D장조, 6/4박자
지극히 단순한 음계의 반복으로 이루어진 8마디의 서주에 이어 ‘전원의 테마’로 불리는 주요주제가 클라리넷과 오보에로 제시된다. 이 경쾌하고도 소박한 주제의 후반부는 호른의 고즈넉한 울림이 장식한다. 이후 곡은 이 주요선율을 중심으로 다양한 모티브들이 어우러지며 자유로운 환상곡풍으로 전개된다. 혹은 또 하나의 주제를 짚어내 ‘소나타 형식’으로 분석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전원 주제에 의한 환상곡’으로 보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한다. 그만큼 풍부하고 다채로운 이미지와 변화무쌍한 흐름을 내포하고 있는 악장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벨리우스 특유의 주도면밀한 전개수법은 반드시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주요선율에 다양한 모티브들이 얽히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치밀한 기법과 절묘한 호흡은 대단하다. 무엇보다 첫머리에 등장하는 단순한 모티브가 모든 악장의 주제를 도출해내는 씨앗으로 기능하게 된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제2악장 : 템포 안단테 마 루바토, d단조, 4/4박자
이 비극적인 악장은 전곡에서 가장 어둡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시벨리우스가 라팔로에서 읽은 책에서 얻은 아이디어, 즉 ‘돈 후안과 석상 손님’을 주제 삼아 작곡된 또 하나의 환상곡이자 온전한 교향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석상 손님’은 보통 ‘죽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곡은 팀파니의 묵직한 연타에 이어 콘트라베이스와 첼로가 피치카토를 연주하며 시작된다. 죽음의 이미지는 파곳이 꺼내놓는 음산한 단조 주제로 표현되며, 이것을 바탕으로 긴장감 넘치는 극적 장면들이 펼쳐진다. 이와 대비를 이루는 유려한 장조 주제는 위로 혹은 비애처럼 다가온다. 이 주제의 유래는 시벨리우스가 피렌체에서 떠올린 그리스도의 이미지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게 종교적인 차원에서 접근하자면 이 곡은 준엄한 최후의 심판대를 마주한 인간의 불안과 고뇌를 적나라하게 표출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제3악장 : 비바치시모, B장조, 6/8박자
이 악장은 흔히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 c단조(일명 ‘운명 교향곡’)]의 스케르초 악장에 비견된다. 그 곡처럼 이 곡도 스케르초와 트리오(중간의 삽입구)로 이루어져 있고, 단락 없이 다음 악장으로 이행한다. 다만 베토벤의 경우에는 스케르초의 재현이 확대되며 피날레로 넘어가는 데 비해, 이 곡에서는 트리오가 한 번 더 재현된 다음 넘어가는 점이 다르다. 질주하는 스케르초와 목가적인 트리오의 대비를 통해서 독특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악장이다.
제4악장 : 알레그로 모데라토, D장조, 3/2박자
앞선 악장의 말미에서 그대로 이어지는 이 영웅적인 피날레는 찬란하고 감동적이며 사려 깊다. 더없이 단순하기에 뇌리에 즉각적으로 각인되는 첫 번째 주제선율은 때로는 힘차게 노래되고 때로는 점진적으로 고조되면서 듣는 이에게 가슴 벅찬 감흥을 안긴다. 그 흐름은 마치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처럼 좌절과 혼돈의 시간을 떨치고 승리와 확신의 시간을 향해 나아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반면에 핀란드 민요풍의 두 번째 주제선율은 비감에 젖어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시벨리우스의 부인인 아이노의 말에 따르면 이 선율에는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처제에 관한 상념이 녹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그 모든 고뇌와 역경을 딛고 희망의 미래를 향해 의연하게 전진하는 발걸음이 그려진다. 그 절정에서 오보에, 트럼펫, 트롬본 등이 함께 연주하는 찬가는 실로 눈부시다.
추천음반
우선 왕년의 명반으로는 존 바비롤리(EMI, Chesky)와 유진 오르먼디(Sony, RCA)가 대표적이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토머스 비첨, 앤소니 콜린스, 로베르트 카야누스 등을 언급할 수도 있겠지만, 음질을 고려한다면 바비롤리와 오르먼디 정도에서 멈추는 편이 나을 듯싶다. 전자는 콜린 데이비스, 알렉산더 깁슨 등으로 이어지는 영국계 스페셜리스트들의 대표자라 할 수 있고, 후자는 생전의 작곡가가 극찬했던 챔피언의 노련한 솜씨를 보여준다.
역사적 맥락을 따지자면 다소 아이러니하지만 아쉬케나지(Decca), 얀손스(EMI) 등 러시아계 지휘자들도 훌륭한 명반을 남겼다. 그 중 아쉬케나지의 두 가지 데카 음반 중에서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구녹음이 활력에 넘친다면, 보스턴 심포니와의 신녹음은 음색 면에서 좀 더 풍부하고 해석은 보다 여유롭다. 다만 현재는 구녹음을 구하기가 더 쉬울 것이다.
작곡가와 동향인 핀란드 지휘자들의 음반은 확실히 뭔가 다르다. 레이프 세게르스탐(Ondine), 유카-페카 사라스테(RCA), 오스모 밴스캐(BIS) 등도 좋은 연주지만, 역시 올해 작고한 파보 베르글룬드가 대표 격이다. 헬싱키 필하모닉을 지휘한 녹음(EMI)이 유명하지만, 유럽 체임버를 지휘한 녹음(Finlandia)의 실내악적인 명징함은 한층 인상적이다. 개성 충만한 연주를 찾는다면 레너드 번스타인(DG)과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EMI)이 있다. 특히 빈 필하모닉을 지휘한 번스타인의 신녹음은 다분히 자극적이고 과장됐으면서도 극도로 감동적이며, 동시에 현대 오케스트라 기능미의 한 극치를 만끽하게 해준다.
=== 교향곡 제1번 ===
1899년 작곡
시벨리우스의 E단조 교향곡은 그가 처음으로 완전한 교향곡의 지위를 부여한 작품으로, 고향에서 들을 수 있는 원시적인 음악을 더 넓은 세상에 내놓으려는 노력의 결실이었다. 광시곡적인 선율에서 추상적인 작품을 이끌어 낸 것을 보면 차이코프스키와 보로딘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비창》이 1894년과 1897년에 헬싱키에서 연주되었다). 게다가 교향곡 제1번은 번스타인이 미국 밖(몬트리올)에서 가진 최초의 연주회에서 집중 조명을 받은 작품이었다. 그리고 번스타인의 마지막 시즌에서도 이 작품은 두각을 드러냈다.
번스타인은 무척 주관적인 해석을 바탕으로 육중한 울림을 강조하고 악구를 매우 공들여서 연주했다. 러시아의 거장들에게 진 빚을 확실하게 보여 주려는 것처럼 말이다. 젊은 시절의 번스타인은 넘치는 에너지를 악보에 온통 쏟아 부으며 다른 가능성은 모두 물리쳐 버렸다. 하지만 백발이 성성해진 마에스트로는 모든 소절마다 거대한 족적을 남기며 이전보다 훨씬 독특한 해석을 시도했다. 실황 연주를 편집했기 때문에 시벨리우스의 작품을 담은 그 어떤 음반보다 강렬한 느낌을 접할 수 있다. 피날레의 육중한 선율을 그렇게 무겁게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 싶겠지만 연주는 경이 그 자체이다. 특히 빈 필이 가장 좋아하는 객원 지휘자인 번스타인의 강렬하고 몰입한 연주는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최근 들어 이 교향곡을 슬라브적인 전통과 분리해서 템포를 더 빠르게 연주하곤 하는데, 그럴 때면 젊은 시절의 번스타인이 생각난다. 아마도 번스타인은 곡에 담긴 경쾌한 생동감을 처음부터 믿었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역사적 정확성을 재현하기보다 생동감을 살리는 연주에 더 중점을 두었다.
“이 작품은 지휘자를 자신과 이 곡을 동일시하게 만드는 자력과도 같은 힘으로 끌어들인다.”
DG 해설집에서, 제임스 헤포코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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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백과] 교향곡 제1번 [Symphony no. 1]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클래식 1001, 2009. 6. 1., 마로니에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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