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3)
오늘 복음을 전하는 루카 복음사가는 세상에 재물과 재화를 추구하는 삶이 아닌 하늘에 보화를 쌓는 삶, 하느님 앞에서 부유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더 중요함을 이야기하면서 그 이야기의 서두를 형의 유산을 나누어 갖기를 원하는 동생의 청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군중 가운데 한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와 자신의 청을 올립니다. 그런데 그가 올리는 청이라는 것이 그 내용 자체로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그는 예수님께 이렇게 청합니다.
“스승님, 제 형더러 저에게 유산을 나누어 주라고 일러 주십시오.”(루카 12,13)
수없이 많은 군중이 예수님께 몰려들었으며 그들 모두가 각자가 가지고 있던 간절한 청들, 곧 육신을 괴롭히는 병으로부터, 또 영혼을 괴롭히는 악한 영으로부터 그리고 삶이 주는 무거운 짐이 주는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기를 간절히 원했던 그들은 그들이 바라는 청을 예수님께 다가가 올렸습니다. 그런 수많은 군중 가운데 이 사람은 유산의 문제, 곧 형이 갖고 있는 유산을 자기도 갖고 싶다는 지극히 인간적이고도 세속적인 문제를 가지고 예수님께 다가와 청을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도 이 사람의 청이 기가 찼던지 그에게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사람아! 누가 나를 너희의 재판관이나 중재인으로 세웠단 말이냐?”(루카 12,14)
예수님의 이 대답으로부터 예수님 역시 이 사람이 올리고 있는 청의 내용에 어이가 없어 하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에게는 이 청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였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그 많은 사람이 몰려들고 있던 와중에 무리를 뚫고 예수님께 다가와 그의 가장 간절한 청을 이처럼 올렸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런 그의 마음을 아시고 그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도 본질적이 존재하고 있음을 일깨워주시고자 부자의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예수님은 그 비유의 결론을 다음과 같이 내려주십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루카 12,15)
예수님의 이 말씀처럼 우리의 생명은 결코 우리가 소유한 물질적 재산과 재화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세상의 그 모든 물질적인 것들은 한번 지나갈 세상에서 우리에게 허락된 유한하고 제한적이며 일시적인 재물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밤 당장 하느님이 우리의 목숨을 되찾아 가신다면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것들은 그저 지나갈 허망한 것일 뿐이라는 사실, 오늘 복음은 바로 이 진리를 우리에게 분명히 이야기합니다.
세상의 재물이 아닌 하늘에 보화를 쌓는 삶. 그 삶이란 다름 아닌 가난한 마음으로 내 주위의 이웃에게 나의 것을 기꺼이 나누어 줄 수 있는 삶. 그리고 그것을 나의 기쁨을 삶을 수 있는 삶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삶을 살 수 있는 근거이자 원천을 오늘 제 1 독서의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은총을 통한 구원임을 이야기합니다. 바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은 믿음을 통하여 은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이는 여러분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인간의 행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니 아무도 자기 자랑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작품입니다. 우리는 선행을 하도록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창조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선행을 하며 살아가도록 그 선행을 미리 준비하셨습니다.”(에페 2,8-10)
믿음을 통하여 구원된 우리는 하느님의 작품으로서 하느님께서 우리 삶 안에서 우리가 선행을 실천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이미 만들어주시고 우리를 이끌어주신다는 이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우리가 세상의 재물이 아닌 하늘에 보화를 쌓은 삶, 선행을 실천하는 삶의 근거가 되어 줍니다.
이러한 면에서 오늘 영성체송의 말씀을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십시오. 자애가 풍요로우신 하느님은 죽음에서 목숨을 건지시고, 굶주릴 때 먹여 살려주시는 자비로우신 분이십니다. 그러기에 그분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당신 자애를 바라는 이들에게 넘치는 사랑을 베풀어 주시는 하느님만을 굳게 믿는 믿음으로 한없는 기쁨을 주는 영원한 생명의 빵을 찾는 마음으로 세상의 것들에 현혹되는 삶이 아닌 가난한 마음으로 하느님이 우리를 위해 마련한 하늘의 빵을 찾는 오늘 하루의 삶을 살아가시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보라, 주님의 눈은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당신 자애를 바라는 이들에게 머무르신다.
주님은 죽음에서 목숨을 건지시고, 굶주릴 때 먹여 살리신다.”(시편 33(32),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