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희망 고문 대신 비규제지역 분양 노리는 청포 족이 있다.
매일경제|박준형|2022.05.20.
현재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은 대부분 규제로 묶여 있다. 집을 사려고 해도 대출이 잘 안 나오고, 아파트 분양을 하려면 청약통장에도 2년 이상(1순위 기준) 가입돼 있어야 한다. 또 전매제한 규제 때문에 청약에 당첨된 후에도 맘대로 팔 수 없다. 단지와 지역마다 세세한 규제 적용 내용도 달라 이것저것 따져보려면 투자자들은 골머리를 앓기 일쑤다. 이 때문에 최근 규제지역을 떠나 비규제지역에 있는 아파트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전체 1순위 청약자 중 비규제지역이 많은 기타 지방 1순위 청약자 비중은 7.62%에 불과했지만 올해 상반기(10일 기준)에는 30.13%로 급증했다.
규제지역은 국토교통부에서 지정한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 조정대상지역을 모두 아울러 지칭한다. 비규제지역은 이 같은 지역들을 제외한 지방 중소도시들로, 규제지역에서 적용되는 여러 규제에서 자유로운 지역으로 생각하면 된다.
통상 비규제지역에서는 만 19세 이상이며 청약통장만 있으면 가구주나 가구원 모두 청약할 수 있고 청약통장 가입 후 6개월 이상(규제지역은 2년) 되면 1순위 자격 취득이 가능하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이사는 "재당첨 제한도 없어 유주택자나 당첨 이후 계약을 포기했던 예비청약자 역시 청약할 수 있고 분양권 전매제한 등에서 자유롭다는 게 강점"이라고 밝혔다. 분양권 전매의 경우 수도권 비규제지역은 계약 후 6개월, 지방 중소도시 비규제지역들은 계약 후 곧바로 가능하다.
추첨 물량도 많아 일반인에게 기회가 많은 지역이다. 가령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전용면적 85㎡ 초과 시 추첨 물량이 50%이지만 비규제지역은 100% 추첨제가 실시된다. 하지만 노지영 더피알 이사는 "실수요가 많지 않은 지역일 경우 집값 하락 시 낙폭이 크기 때문에 산업단지가 형성되거나 개발호재·교통호재가 있는 지역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대도시인 규제지역들에 비해 중소도시가 많은 비규제지역은 주변 인프라스트럭처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실수요가 받쳐주지 않는 곳이 상당해 잘 살펴보라는 뜻이다.
1. 비규제지역 분양 전체의 35%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5월 23일부터 6월까지 전국에서 총 5만9899가구의 아파트가 일반분양을 할 예정이다. 이 중 비규제지역에서 분양될 예정인 물량은 2만1426가구로 35.7%가량 된다. 이들 물량은 전매제한이 없는 등 비규제지역만의 장점이 부각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입지나 미래가치 등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투자하는 것은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또한 같은 지역 내 청약 물량과 입주 물량 등도 따져볼 것을 권한다.
이 때문에 매일경제는 아파트 분양을 전문적으로 홍보하는 더피알, 포애드원, 리얼투데이 등 국내 3대 분양 홍보업체들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분양 예정인 비규제지역 아파트 중 자사가 홍보하는 물량을 제외하고 소비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2개 단지를 선정해줄 것을 의뢰했다.
이들이 추천한 비규제 분양단지 중에서는 일반 수도권에서 가까운 충북의 물량이 눈에 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충북지역은 연초 이후 지난 9일까지 아파트 매매가격이 0.65% 상승해 같은 기간 전국(0.01%)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분양 홍보 대행사들의 추천을 받은 DL건설 시공의 'e편한세상 제천 더프라임'은 이달 분양할 예정이다. 제천시 장락동 469-7 일대에 위치하며 지하 2층~지상 29층, 총 6개동 630가구 규모다. 제천시내에 위치하고 장락초, 제천여중 등 교육시설 등과 가까운 게 장점이다. 박준표 포애드원 본부장은 "단지 바로 앞 도로를 이용하면 제천 도심과 충북 주변 도시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천에서 지난 18일에 이미 '제천자이 더 스카이'가 1순위 청약을 실시하는 등 같은 지역 내 대단지 아파트가 비슷한 시기에 청약을 진행하는 것은 물량 부담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1~2023년 제천시에 아파트 입주 물량이 없는 상황이라 분양을 기다리던 지역 내 수요자들은 상당히 있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2. 입주 초기 인프라 부족 우려도 있다.
다음달 충북 음성군에서 분양하는 '음성 푸르지오 센터피크'도 전문가 추천을 받았다. 음성군 성본리 음성 기업복합도시 B2블록에 위치한 이곳은 지하 2층~지상 35층, 8개동, 총 875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공공택지에 들어서는 단지라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격을 기대해볼 수 있다. 새롭게 조성될 기업복합도시 수요도 예상되지만 입주 초기에는 인프라가 부족해 생활의 어려움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분양한 '음성 푸르지오 더 퍼스트'와 함께 음성에서 브랜드 타운을 이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5~6월 같은 음성지역에서 '음성 성본 우미린 1·2차'가 총 1625가구의 대규모로 일반분양이 예정돼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으로 봤을 때 음성군은 지난해 186가구를 기록했다가 올해 909가구로 늘어나는 것도 지역 내 수급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멋진 동해안과 숲세권 공원을 옆에 둔 경북 포항의 '힐스테이트 환호공원'도 인기를 끌 만한 비규제지역 분양단지로 꼽혔다. 포항시 북구 양덕동 산 261·235 일대(포항 환호공원 1·2블록)에 들어설 이 단지는 이달 31일(1순위 기준)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3층~지상 최고 38층, 20개동, 2994가구로 상반기 분양하는 비규제지역 단지 중 가장 큰 규모다. 단지 내에서 포항 핫플레이스 중 하나인 환호공원과 동해안 바다 앞까지 이어지는 산책로가 조성될 계획이다. 일부 가구에서는 오션뷰도 가능하다. 단지 인근에 해맞이초, 대도중, 환호여자중 등 다수 학교도 위치해 있다.
문제는 단지가 도로를 사이에 두고 1블록(1590가구)과 2블록(1404가구)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단지 내 인프라 공유가 어려워 보이며, 동해안 뷰가 잘 안 보이는 가구의 경우 수요가 인근 단지로 옮겨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권에서 추천받은 단지에는 일자리가 많은 창원에서 상반기 분양 예정인 '창원 롯데캐슬 어반포레'도 포함됐다.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4구역 재개발 사업 단지로 지하 2층~지상 최대 36층, 7개동, 전용면적 39~112㎡, 총 748가구가 일반분양된다. 노 이사는 "주거 선호도가 높은 회원구에 위치해 있고 단지 맞은편에 창원 롯데캐슬센텀골드(2023년 12월 입주 예정)와 함께 롯데타운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변 의창구, 합포구 등에 최근 입주 물량이 많은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5월 전남 무안군 오룡지구에서 분양하는 '무안오룡 1·2차 우미린' 역시 눈여겨볼 단지로 추천받았다. 오룡지구 43·44블록에서 총 1057가구 규모로 지역 내에서 보기 드문 대단지로 조성되는 단지다. 중심상업지구(예정)와 인접해 있고 주변 녹지도 풍부해 주거지역으로 입지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초·중·고등학교가 통학 가능한 거리에 있는 점 또한 장점이다. 그러나 인근 남악신도시를 비롯한 오룡지구에 신규 분양단지가 많은 점과 전남도청 이외에 일자리를 만들 만한 업무시설이 별로 없다는 점이 단점이다.
박준형 기자의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