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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원사화> 북애 지음. 고동영 역주, 한뿌리 지금부터 350여년 전 북애가 지은 상고사책이다. 나는 자민족 중심의 민족주의에 대해 별 호의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다. 하지만 현재 동북아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민족과 국가 관념을 완전히 부정할 수도 없음을 안다. 그래서 굴절과 오해의 역사를 어떻게 이해하고 상호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을까 고민할 때 우선 자민족부터 왜곡된 역사와 민족의 관점을 교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북애의 '규원사화'는 그 동북아 민족을 바라보는 시각면에서 가장 탁월한 역사서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가진 소위 유가와 불가의 역사와 다른 전래되어 온 선가의 역사서들을 폭넓게 계승하고 있는 점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그의 책을 읽으며 그 동안 품었던 여진이나, 숙신, 말갈 등에 대해 안타까움이 해소되었다. 또한 그의 풍토와 인물과 성품(문화)로 펴는 역사철학도 타당하게 생각한다. 기울어져 가는 조선과 소중화주의로 왜곡된 역사인식에 비분강개한 어조가 절절하게 담겨 있기도 하다. 나는 이 책이 보여주고 있는 관점이 꽤 중요하게 대우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다. 물론 자민족 우월론을 내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균형과 화합을 위해서. 한편 이 책의 또다른 장점으로 삼신신앙의 근거와 고시레 풍습, 부루단지 풍습의 근원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전설이래도 꽤 설득력 있고 일관되다. 역사와 신화에는 완전히 구분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도의 라마야나나 바가바드 기타 같은 책들이다. 이들 책은 서사시이자 경전으로 취급받고 있다. 이들에게 사실과 허구는 그렇게 큰 의미가 없어보인다. 문제는 그 작품들이 품고 있는 진실된 힘이다. 우리가 사실로 믿는 많은 역사적 사실도 사실이 아닌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편 사실보도 오히려 진실을 더 잘 담고 있는 신화적 이야기도 있다. 배척도 맹신도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진실은 받아들이고 구분할 수 있는 만큼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면 될 일이다. = 차례 = 책을 옮기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