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펀 신작시 | 김재환
라스트 나잇 세레나데 외
- 권장사항: Tol & Tol의 연주곡 'Last Night Serenade'를 들으며 감상할 것
아무도 없는 창가에서 둥근 공처럼 등을 말고 있었어
붉은 구름 속으로 해가 사라지는 먼 곳은 기억나지 않아
투명을 연주하는 무성한 빛줄기를 떠올리면 어떨까
생각해 저만치 달빛에 얼비치는
노래를 데려다 곁에 앉혔을 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거,
별들이 왈칵 쏟아진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그윽한 소용돌이라고 해야 하나
말없이 티슈를 빼내듯 고요를 한 장씩 뽑는 시간이 길어졌어
창밖엔 갓 핀 봄꽃들이 사방에 엎질러져 있고
무수히 산란하는 희고 가는 손가락들
스치듯 미끄러지는 건반 위의 율동처럼
그렇게, 날아오르는 나비 떼가 보여
폈다 오므렸다
일렁이므로, 홀린 듯 고이는 귀를 내어주고
반짝임이 울창한 공중을 하염없이 바라보았어
한 잎 또 한 잎 겹겹이 오선 줄 밖 어딘가로
찬란하게
아찔하게
솟구치는 저기, 저게
어떤 생으로 숨어드는 몸짓이라 믿으며
지금 이대로
끝없이 쏟아지는 가락에 이끌려 끝내 길을 잃어도 좋겠어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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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팔 할래*
솔직히 말하면 타닥-타다닥-한 기분,
까발려지는 물음표랄까
거울 앞에서 이런 자세 처음이야, 손이 얼굴만 만져야 하는 건 아니지
상자 속에 손을 넣어
몽환을 갈아 끼운 너, 다리는 그래 조금만 더…
내 거는 별로야 빌려줄래? 너의 손가락
좀 나른해지지 않아?
뭐, 내일도 달라질 건 없고 금요일은 너무 멀어
오늘 너의 신음도 인내심이 필요하지
나중에다시시도하세요현재계정을팔로우할수없습니다커뮤니티를보호하기위해......
-확인- “딸깍”
(거울은 눈감아도 보여서 좋아) 나 지금 너를 향해 활짝, 피었어
조금씩 확대되는 바기널플라워* 밤새 빠져드는 중
(왼쪽 허벅지를 오른쪽 허벅지가 만질 때) 반말로 흘러나오는 오줌,
서로없지만서로기대어서로포개지는서로
(우린 매일 없어서 우린 매일 있는 사이)
할래? 씁..(팔) 말해 봐 그냥 안 돼 하지 말고
좋아요 하는 사람이랑 OK 대신, 거울!이라고 외치기
쓰팔 갈게, 그 말 조금만 더 더듬고 싶어
아- 쓰팔롬* 무슨 눈빛이 그래
너 (빗소리에) 젖은 거 아니지?
슬러시처럼 스을며시 함께 스며드는 아- 쓰팔
메이플시럽 같은 숨소리
새로움은새우처럼꿈틀대는새벽이지새롭게새겨진새하얀새
거울 앞에서는, 할까 말까 골몰하지 마 그러니까 지금
끌어당기고 싶어 나랑, 오늘
휘핑크림… … 어때?
- SNS 스레드(Threads) 용어들
*쓰팔 : 팔로우 하다라는 의미
*바기널플라워(Vaginal Flower) : 꽃잎이 음부와 유사하게 생긴 꽃
*쓰팔롬 : 서로 팔로우로 친구 맺은 사이
김재환
2022년 《시산맥》으로 등단했다. 성호문학상 본상을 받았으며 시집으로 『각시붓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