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리프는 순식간에 자란 대나무 잎의 성장을 이렇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대나무는 그 기품 때문이라도 많은 분들이 좋아합니다. 이것이 벼과에 속한다고 하는 데 그 줄기의 단단함은 결코 채소류로 묶어 둘 수 없는 기품이 있습니다.
중국의 소동파는 고기가 없는 식사는 할 수 있지만 대나무 없는 생활은 할 수 없으며, 고기를 안 먹으면 몸이 수척하지만 대나무가 없으면 사람이 저속해진다고까지 했습니다.
이와 같이 대나무는 맑고 인품의 절개를 상징합니다. 그래서 마음을 비우고 천지의 도를 행할 군자가 본받을 품성을 모두 지녔다 하여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대나무를 좋아하였습니다. 그래서 화필을 쥔 조선 화가들치고 죽순을 화선지에 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 대나무의 성장과정은 인생의 그것과 한편으로 닮아있습니다.
대나무는 처음 씨를 뿌리고는 1, 2년 동안은 성장에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습니다.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어도 3년 차에는 겨우 죽순의 싹이 올라옵니다. 이제 좀 자라려나 해도 결코 더이상 성장하지 않습니다.
4년 차에도 30센티 자란 대나무 죽순만을 보게 됩니다. 이때는 심는 이의 심장은 타들어 갈 만큼 됩니다. 자라지 않는 나무를 보는 농부는 괴롭습니다.
4년째 되어서도 죽순의 크기는 여전히 30cm인데 이때 대나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렇게 더디게 자라서 언제 큰 대나무가 되나?’라며 회의가 들어 포기합니다. ‘역시 안되는 것을 어리석게 붙들고 있었구나’라고 좌절하게 됩니다.
그런데 5년째 되면 대나무가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냥 눈에 띄는 정도가 아니라 눈을 의심할만한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 줍니다. 심지어 하루에 1미터 가까이 자라기도 합니다.
이것을 ‘퀀텀 리프’(quantum leap)라고 부릅니다.
비밀은 뿌리에 있습니다.
4년 동안 이미 씨를 뿌린 상태에서 대나무 뿌리는 합종연횡을 하듯 뿌리가 내리고 습기를 따라 그 끝은 깊이 찾아갑니다.
이 뿌리가 든든하게 4년 동안 땅의 양분을 찾아 잇댈 때까지 기초를 닦았기에 하루 1미터의 폭풍 성장, 퀀텀 리프가 가능한 겁니다.
5년째의 기적은 기적이 아닙니다. 땅의 지력을 흡수하여 올곧이 내적 성장을 한 것입니다. 이것을 위해 음지의 4년을 인내해야 합니다.
인생으로 보면 30~40년이 음지와 같은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냥 음지에 있어서 이른바 퀀텀 점프가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위해선 음지의 성장이 필수라는 겁니다. 음지의 허송세월은 그냥 부패의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음지가 거름이 되고, 퀀텀 점프의 날이 오기 위해선 어느 때보다도 분주히 열매의 때를 위해 준비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성장을 선호합니다. 사람들이 이 부분에 검증이 되었다고 박수를 보냅니다.
그러나 대나무는 땅속의 4년을 내면 깊은 성장의 기회로 삼습니다.
그래서 대나무가 좋아하는 곳은 물론 따뜻한 곳, 땅이 기름지고 습기도 넉넉한 곳을 좋아합니다.
좋은 대밭은 강가에 많습니다.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페데레우스키는 잘 알려진 이런 고백을 했습니다.
“내가 하루만 피아노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 자신이 이를 느낄 수 있고, 이틀을 안 치면 내 가족이 알게 되고, 삼일 동안만 연습을 안 하면 내 친구들이 눈치를 채고, 내가 일주일 동안 연습을 안 하면 모든 청중이 그 차이를 깨닫는다.”
음지에서 가혹한 사람만이 양지의 열매를 맛볼 영광을 누립니다.
은밀한 기도의 골방이 있는 사람이 열방을 소유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이 세상을 다스릴 수 있습니다. 중심을 청결하게 하는 사람이 하나님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