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장소 : 증심사
일 시 : 2023.01.12(목) 10시,
참 가 : 강공수 김재일 김상문 나종만 박남용 양수랑 윤정남 이용환 장휘부 정원길 등 10명
불 참 : 김영부(집안 일) 윤상윤(메시지 못 받음) 2명
회 비 : 원
식 대 : 양수랑 생일 턱 175,000원(옷오리 백숙2, 한방오리백숙1)
잔 액 : 원
이월 잔액 : 389,000원
총 잔액 : 399,000원
시내버스를 타고 부곡정으로 갔더니 김재일과 나종만이 와 있었다. 다음에는 이용환에 이어서 윤정남이 발을 절뚝거리면서 들어오고 강공수와 박남용도 들어왔다. 그런데 윤정남이 발을 절뚝이는 원인이 박남용의 후진하는 승용차 바퀴에 발가락이 깔린 것이었다.
강공수가 얼른 부근에 있는 정형외과로 가자고 하였다. 그래서 환자인 윤정남과 승용차 주인인 박남용과 운전자 강공수, 길 안내자 내가 함께 타고, 전에 ‘목화 예식장’이 있었던 근처로 병원을 이전한 ‘조정형외과’로 갔다. 접수를 마치고 의사의 진료와 함께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다행히 발가락이 골절되지는 않았다고 하였다. 며칠 동안 복약만 하면 될 것 같다고 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아내 병수발에 힘들어 하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우리를 짓눌렀던 무거웠던 마음이 금방 해소되었다. 그래서 약 처방을 받아 가지고 퍽이나 가벼운 마음으로 약국을 나왔다. 우리 목요산우회가 계묘년을 맞아 첫 산행 날인데 뜻밖에 순식간에 이런 일이 생겼기 때문에, 이것이 오히려 큰 사고를 막는 액땜이라 생각하였다.
부곡정에는 그때까지 우리 회원들이 근심스런 마음으로 우리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하여 자초지종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함께 산행을 시작하였다. 벌써 11시가 다 된 때였다. 천천히 걸어 올라가고 있는데, 한 때의 등산객들이 우리를 지나쳐 올라가고 있었다. 지금 올라가는 것을 보니 조금 멀리서 단체로 온 것으로 보였다. 우리는 천천히 가면서 오늘은 약사암까지는 못가고 증심사까지만 가자고 의견이 합쳐졌다. 오랜만에 증심사 일주문을 지나 비탈을 올라갔다. 계속 비탈진 언덕길을 올라 증심사 대웅전 마당에 까지 도착하였다.
증심사에 올 때마다 내 기억들 뚫고 나오는 것은, 대웅전 서쪽에 있는 적묵당(寂默堂)이었다. 우리가 사범학교에 다닐 적에는 이 적묵당이 없었고, 그 자리에는 초가지붕의 작은 서재(西齋, 東齋의 대칭)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의재(毅齋) 허백련(許百鍊) 선생이 기거하고 계셨던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의재 선생은 여기 계시면서 작품 활동을 하신 것인데 그 때만해도 매우 연세가 많으신 것같이 보였다. 백발에 허연 수염을 길게 기른 모습으로 양지바른 여기에서 봄볕을 즐기시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매고 있던 작은 가방에서 아내가 싸 준 감말랭이와 호박말랭이를 넣은 시루떡을 내놓고 오늘이 내 생일이라 말하였다. 지금부터 80년 전, 임오년(1942) 음력 12월 21일은 내가 우리 마을인 보성군 득량면 송곡리 ‘박실’이라는 마을, 어느 기와집 협실(夾室)의 전깃불이 켜진 방에서 내 아버지(중농의 둘째)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날이다. 우리 마을 가까이 서쪽에 있는 보성강 수력발전소가 몇 년 전에 준공되어 우리 마을에서는 그때부터 꽤 많은 돈을 들여서 전기를 끌어다가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매우 일찍 문명의 혜택을 보며 유년시절을 보냈다. 백부와 숙부가 경성으로 유학을 갔기 때문에 축음기도 바이올린도 숙부가 서울에서 호남선을 타고 내려와 광주에서 다시 마을 앞 들판건너를 지나는 경전서부선으로 통하는 기차를 타고 사왔기 때문이다.
증심사에서 잠시 쉬었는데, 벌써 12시가 가까워졌다. 우리는 증심사를 뒤로 하고 계속되는 비탈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윤상윤이 무슨 일로 오늘 불참하였는지 궁금하여 전화를 하였더니 뜻 밖에도 내가 보낸 메시지를 받지 못했다고 하면서, 자기는 우리 목요산우회가 겨울 방학으로 산행을 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올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지금 장성으로 가서 설 떡을 빼고 있어서 올 수 없다고 하였다. 회원 12명 중에 왜 윤상윤 한 사람만 메시지를 받지 못했을까? 수수깨끼가 풀리지 않았다.
우리가 항상 쉬던 음악정자에는 뒤늦게 온 김상문과 정원길이 와서 김재일과 함께 있었다. 다 같이 부곡정으로 갔다. 주문했던 ‘옻 오리 백숙’이 담긴 큰 옹기그릇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조금 있으니 장휘부도 도착하였다. 오늘 참석한 10명이 모두 자리한 것이다. 자리에 앉은 다음,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회원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고, 이어서 나는 노래에 대한 답사로 “식당에서 정성스럽게 삶아 놓은 음식이니 즐거운 마음으로 맛있게 들어주시라”고 답하였다. 박남용이 동영상을 찍겠다면서 다시 한 번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자고 하였다. 그가 찍은 동영상은 회원 모두에게 보내졌다. 옻오리 백숙은 생각보다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몸에 약이 되어 좋다고 하니까 맛있게 먹은 것이다. 양이 많아서 배불리 먹었는데도 음식은 많이 남았다. 식당 주인이 나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의미로 닭발구이와 돼지고기 구이 그리고 달고 맛있는 귤까지 서비스로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