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봄 마른 낙엽을 뚫고 새순으로 대지를 깨운 녀석이 있다. 전국 산지에서 나리잔대, 넓은잔대, 둥근잔대, 두메잔대, 여러 종류가 서식한다. 우리 남도에서 흔이 쓰는 이름은 딱주,딱지라고 부르는데, 길쭉한 잎으로 층층이 쌓여 원형으로 올린 잔대, 초롱꽃과의 층층잔대라고 한다. 여러 친구들이 모여 자생하기 때문에 그 곳에 가면 이들의 냄새가 많이 난다. 먹을 것이 없는 가난한 시절에는 오직 산에서만 모든 것을 내어주었기에 마음놓고 캐서 먹었던 곳이 바로 봄산이였다.
지금은 약용으로 많이 재배한다. 문헌에 의하면 100가지 독을 다 풀 수 있는 식물은 오직 잔대밖에 없다고 기록되어 있다. 100가지는 다 좋다는 뜻이다. 뱀 독, 농약 독, 중금속 독, 화학약품 등 온갖 독을 푸는데 묘한 힘이 있는 약초다. 특히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는 데에도 효과가 매우 좋다.
꽃은 지금 절정이다.1미터 높이로 가지마다 줄줄이 매달아 놓은 시퍼런 하늘이다. 고요한 산에서 나서 천고의 하늘까지 울리는 맑디 맑은 청빛 종소리는 가슴 시리게 깊어지는 가을은유의 서막이다. 가시 덤풀속에서 함께 가는 길... 서로 부둥켜 안아야 햇살이 모아지는 곳에서 가슴도 내어 쬬이며 푸른하늘을 나누어 피는 마음이 산새들만 다니는 오솔길이 되어있다. 가을볕에 더욱 투명해진 보랏빛 딱지꽃속에서 지난 여름날의 시름을 잊으라 한다. 층층초롱꽃 수많은 저녁별이 되어 청순한 아침햇살로 내려앉은 이슬꽃 한방울은 가을하늘을 닮으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