沈香(침향)을 찾아서④
김영섭
국민대학교 겸임교수와 원백운당한의원장을 맡고 있다.
근래에 들어 침향의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 반면 공급은 매우 미미하기 때문에 가격도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런 약점을 이용하여 시중에는 유사품이나 저급의 가짜 침향들이 많이 유통되어 소비자들 을 속이고 있다.
그 중 가짜 침향이 가장 많이 유통되는 곳이 홍콩과 일본 지역이다.
침향의 학명은 Aquilaria Agallocha Roxb로 통상 A.A.R이라 하는데 이것은 Aquilaria과의 식물로 통상 Agarwood, Agar, Aloeswood, 그리고 Aquilaria 등으로 불리기 때문에 같은 과 (科)의 모든 식물을 침향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옛날부터 A.A.R(Aquilaria Agallocha Roxb)만이 유일한 침향(沈香)으로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A.A.R의 공급량이 너무 적어 일본(日本), 인도(印度), 중동(中東) 지역에서는 Aquilaria에 속하는 과(科)(Genus)의 모든 식물과 기타 식물들도 통칭하여 침향(沈香)이라 일컫고 있다. 그 중 제일 대표적인 것이 바로 Aquilaria malaccensis Lamk(AML)이다.
우리나라에서조차 침향의 매우 신기한 약효와 미묘한 향기로 많은 사람들이 흠모하였지만 일반인은 감히 접할 수 없는 귀중품이었기에 매향(埋香)이라는 대체품을 개발하게까지 된 것이다.
매향은 향목(香木:침향목이 아님)을 육지와 근접한 바닷가 갯벌에 담가 놓고 수백 년이 지난 후 목질이 단단해지고 심심한 향기를 내면 완성되는 것이다. 이것을 침향이라 하였으나, 어디까지나 대체품에 지나지 않았고 약용으로 사용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침향의 유사품 중 대표적인 것으로 AML을 꼽는데 일본(日本)에서는 침향을 6등급(等級)으로 구분하여 AML 역시 A.A.R 다음으로 인정되는 고급 품목이고, 6등급(等級) 중 최상의 4개 등급은 모두가 AAR과 AML로 구성되어 있다.
AML도 AAR과 같이 인도나 동남아시아가 주요 산지인데 AAR보다는 구하기가 쉬운 것이다.
그러나 1994년 환경보호를 위한 ‘워싱턴공약’에서 ‘국제멸종위기 동식물’(CITES)로 분류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AML과 AML 관련 상품들의 정식적인 교역을 금지하고 있다. 다행히 AAR은 중요한 약재로 AML과 달리 멸종위기 동식물 품목으로 지정되지 않아 합법적인 무역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소량의 침향(沈香) 공급에 비해 현재 중국(中國), 홍콩(香港), 일본(日本), 인도, 동남아시아 및 아랍 국가에서는 침향(AAR)과 AML교역이 대량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기현상을 볼 수가 있다. 이것은 산지(産地)는 아니지만 멸종위기동식물 거래를 엄격히 금지하는 국가(일본, 홍콩)에서는 일반 소비자의 혼란을 야기하기 위해서 대다수의 제공업체들은 정확한 품명학명(學名)을 명기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실제 세계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AAR과 AML, 그리고 이것이 함유된 상품들은 거의가 가짜 제품이라는 것이 정설이라고 한다.
근래에 진품 침향의 무역거래량은 극히 제한적이 되었다고 한다. 여러 나라 중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것이 가장 수지의 함량이 높은 양질의 침향인데, 현재는 베트남 정부에서조차 보호품목으로 정하고 있으며 매년 침향의 시장공급량을 엄격히 제한하기 때문에 현재는 소량의 침향만이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현재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침향의 대다수는 인위적으로 모방 제작한 가짜 침향으로 진품을 구하기란 매우 힘들며, 가짜 침향이 성행함에 따라 제조기술도 발달하여 침향의 진위 판별이 매우 까다로워지고 있다.
가짜 침향의 특색은 인공향료를 주입하거나 염색방법을 사용하여 약효가 없음은 물론, 과다 복용시 신체에 해로운 위험이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가짜 침향 또는 침향 유사품은 3가지 정도로 대별할 수 있다.
1) 일반 목재에 색채와 인공향료를 주입한다.
2) 침수되는 목재에 인공향료를 주입한다.(지구상에는 흑단, 자단 등 20여 종의 침수되는 목재가 있다고 한다.)
3) 그 밖에 향기나 수지가 있는 목재 등이 있다.
가짜 침향의 가장 큰 특색은 연소를 하기 전에 강한 향기가 난다는 것이다. 진짜 침향은 연소 전에는 어떠한 향기도 나지 않는다. 침수 여부가 침향등급을 판단하는 제일 중요한 기준이 되자 많은 가짜 제조자들은 침수되는 목재에 인공향료를 주입하여 소비자를 속이고 있다.
가짜 침향의 특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다음과 같은 점에 관심을 가지고 주의하면 가짜를 쉽게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이름은 Aquilaria Agallocha Roxb로 불리지만 복용을 할 수가 없거나, 복용을 금한다.
둘째, 연소도 시키기 전에 덩어리에서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셋째, 연소를 시켜도 짙은 연기가 나지 않고 기름이 끓는 현상도 볼 수 없다.
넷째, 연소를 시키면 향기가 몹시 맵고 화장품 같은 인공향이 나온다.
다섯째, 밀폐된 공간에서 태우면 냄새와 함께 두통을 일으키게 된다.
여섯째, 외관상으로 볼 때는 많은 수지를 함유하고 있지만 침수가 되지 않는다.
일곱째, 물에 넣었을 경우 흑색 및 기타 염료가 흘러나온다.
여덟째, 침향 덩어리를 만졌을 때 손에 기름이나 염료가 묻는다.
이상은 가짜 침향이 가지고 있는 극히 일부적인 요소이다.
침향 등급과 마찬가지로 침향의 진위(眞僞)를 감정(鑑定)하는 경우도 단일 특성만이 아닌 총체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예로부터 침수 여부만으로는 침향의 올바른 진위(眞僞) 판단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지구상에는 20여 종의 침수되는 목재들이 있고 또 수지를 생성시키는 나무들도 많은 종류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모든 것이 그러하듯 침향의 진위 판별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감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침향(沈香)의 성분(性分)과 약리작용
왜 침향을 신비한 약재로 여기는가.
그 동안 쉽게 대할 수 없었던 침향에 대한 성분과 약리작용, 효능을 알아봄으로써 좀더 이해를 돕고자 한다.
침향의 성분
지금도 침향의 성분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동안 밝혀진 화학적 성분은 여러 가지의 문헌에서 대동소이(大同小異)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 문헌 중에서는 한의서로 가장 유명한 <동의보감>에서 침향의 기록을 찾을 수 있으며 현재 여러 곳의 대학에서도 연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숨겨진 어떤 성분이 더 나올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연구된 자료를 토대로 그 성분을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자세한 침향의 성분에 대하여 알아보면 침향의 성분은 일반적으로 정유로서 벤젤아세톤, P- 메톡시벤젤아세톤 등이 알려져 있다.
이것은 동물실험에서는 진정작용이 인정되고 있으며 달인 물은 결핵균을 완전히 억제시키고 티프스균, 적리균에 대해서도 강력한 억제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중양임상수첩(中藥臨床手帖)>에 보면 ‘침향은 자연계 중 극소수의 강력항균 효능의 자연 약재로 특히 B.ACILLUS에 대해 강력한 항균효능이 있다. TUBERCLE BACILLUS에는 완 전한 항균력이, TYPHOID BACILLUS, DYSENTERIC BACILLUS에는 강력한 항균력이 있다. 그 밖에 TErpene alcobol과 계피산(桂皮酸) 등이 있다’고 기술하였으며 이 때문에 중국산 침향 전제(煎劑; 달인 것)는 인형결핵간균(人型結核稈菌)을 완전히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 티프스균과 이질간균(痢疾稈菌)에 대해서도 강력한 항균력이 있다.
<중약대사전(中藥大辭典)>에는 아세톤 추출물(40~50%)을 Saponification 화한 후 증류시켜 휘발성 기름 13%를 얻어 그 성분을 보면 벤젤아세톤, P-메톡시벤젤아세톤 등이 함유되어 있고, 찌꺼기에는 Hydrocinnamic acid와 P-메톡시 하이드로 사이나믹아시드 등이 함유되어 있다.
균에 감염된 침향에는 Agarospirol, Agarol, Agarofuran, Dihydroagarofu-ran 4하이드록시디 하이드로아가로푸란, 3.4-디하이드록시디하이드로아가로푸란, Nor-ketoagarofuran 등이 함유되어 있다.
감염되지 않은 것에는 Selinane, Agarol 등이 함유되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한방에서는 화학적 성분보다는 임상적 효과의 측면을 따져 역성과 맛 등을 기술하였는데 여러 서적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해도 전체적인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일반적으로 기술된 침향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맵고 쓴 것이 공통된 약성이다.
<명의별록(名醫別錄)>에는 ‘성질은 약간 따뜻하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해약본초(海藥本 草)>에는 ‘맛은 쓰며 성질은 따뜻하고 독(毒)이 없다’고 기술되어 있다.
또 <일화자제가본초(日華自諸家本草)>에는 ‘맛은 맵고 성질은 더우며 독(毒)이 없다’고 전한다.
한방의 고전인 <본초강목(本草綱目)>은 침향을 두 가지로 나누었는데 좀더 세분화하였다고 할 수 있다. ‘씹어서 향기가 나고 맛이 단(丹) 것의 성질은 평(平)하고 매운 것의 성질은 덥다’고 기술되어 있다.
또 침향의 작용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신(腎), 비(脾), 위경(胃 經)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이것은 신장(腎臟)계통의 기능과 비장(脾贓)계통의 기능, 그리고 위(胃) 즉, 소화기계통의 기능에 작용한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반드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앞에 말한 신(腎)기능에 대하여 잠깐 설명하고자 한다.
한방에서는 오장의 명칭을 간(肝), 심(心), 비(脾), 신(腎)의 경락을 흔히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양방에서 말하는 단순한 장기의 명칭인 간장(肝臟), 심장(心臟), 비장지라, 폐(허파), 신장 (콩팥)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상생(相生)에 따라 작용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즉 신(腎)이라 함은 양방 의학에서는 신장을 단순히 배설계통의 비뇨기관으로만 취급하고 있다.
물론 한방에서도 신장을 일단 비뇨기관으로 보기는 하지만 단순한 개념은 아니다.
실제로 한방에서는 신(腎)계통의 질환과 치료법을 서술한 것이 백과사전 몇 권 분량으로 엄청난 양에 이르고 있다.
한방의 종합관에 따르면 조박을 배설하는 항문도 신장계통에 속하고 신장이 재흡수하여 생활활동을 양성하는 기능을 재기의 태세라고 생각함으로써 월경과 출산 성교의 성숙도 신장 개념에 포함시키고 있다.
한방의학에선 ‘신자작강지기교출(腎者作强之技巧出)’이라 하여 남자의 생식기에는 강한 생명력이 있으며 여자는 새로운 생명력을 생산하는 생식기능이 있다고 나타내고 있어 신장 이 생식기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때문에 신장과 관련된 질환은 매우 많은데 급성신염, 만성신장염, 신우신염, 화농성신장염, 신장종창, 요독증, 위축신, 신장결석, 신장결핵, 방광염, 요도협착, 야뇨증 및 소변불통, 방광결석, 유정, 조루와 정력문제 등 생식기 전반에 걸친 질환으로 나열된 수만 하더라도 매우 많음을 알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신(腎)기능이라 표현하기 때문에 매우 광범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뇌공포제약성해(雷公포製藥性解)>에는 ‘침향은 신경(腎經)과 명문(命門)의 2경에 들어간다’고 하였다. 이것은 신기능(腎機能)과 생명을 유지하는 경락에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 <신농본초경소(神農本草經疏)>에는 ‘침향이 족양명, 족태음, 족소음, 수소음, 족궐음경에 들어간다’고 하였다.
이 말을 좀더 쉽게 풀어보면 족양명은 위경(胃經)의 경혈을 말하는 것이므로 소화기관의 기능에 작용하는 것이며, 족태음은 비경(脾經) 즉 비장의 기능을 관장하는 경혈 그리고 족소음은 신경(腎經) 즉, 신장과 제반 생식기능에 작용하는 경혈을 말한다.
수소음과 족궐음경은 각각 심경(心經)과 간경(刊經)에 작용하는 경혈로 심장기능과 간장의 제반 기능에 작용한다는 것이다.
<약품화의(藥品化義)>에는 ‘폐경(閉經)과 신경(腎經)의 2개 경(經)에 들어간다’고 하였는데 이는 폐질환과 신장질환에 작용한다는 것이다.
<본초경해(本草經解)>에는 ‘족소양담과 족궐음간, 그리고 수태음폐경에 들어간다’고 기술하고 있다. 족소양은 담(膽) 즉, 쓸개와 족궐음경인 간(肝) 그리고 수태음경인 폐(肺)기능에 작용한다고 했다.
이로 미루어 침향(沈香)의 가장 대표적 효능은 신장기능과 간기능, 폐질환 등에 작용하며 그 밖에 소화기 계통에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침향에 대한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화학적인 성분보다는 효능과 새로운 반응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하다고 한다.
그리고 침향은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성분도 성분이지만 동양인들의 정서에 미치는 성분이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때문에 침향의 효능은 앞으로 더욱 신비하게 우리에게 다가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