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심장이식 수술받은 이은진 씨, 올초 남아 출산
조산과 유산의 가능성이 높아 임신이 어렵다고 알려진 심장이식환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산에 성공했다.
2013년 3월 심장이식수술을 받은 이은진 씨가 올 1월 9일 2.98kg의 남아를 출산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이씨의 출산이 심장이식환자로서는 첫번째다.
그동안 간이식, 신장이식 환자의 출산 소식은 있었지만 흉곽장기인 심장이나 폐 이식 후 임신을 하는 경우 태아의 선천성 기형과 자연유산 확률이 높다는 해외연구결과 등으로 가임기라 할지라도 심장이식 환자의 경우 불안과 두려움으로 사실상 시도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임신 전 주치의와 함께 이식 장기의 거부반응, 콩팥이나 간 기능, 복용 중인 약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임신 가능 여부를 결정하고, 임신기간 중에도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다면 심장이식 환자도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출산을 통해 확인됐다.
이 씨는 10년 전 심장근육의 문제로 심장이 비대해지는 확장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고 투병하던 중 상태가 악화돼 2013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 씨는 심장이식 수술 후 헬스 등 운동으로 꾸준히 건강관리를 해왔으며, 2016년 결혼 후 임신을 계획했다.
이 씨는 2017년 3월 임신 후에도 자주 병원을 찾아 정기적으로 이식된 심장의 기능과 거부반응의 유무, 고혈압이나 당뇨 등이 발생하는지를 관찰했고 다행히 임신 중 체중 및 약물 조절이 잘 되고 건강에도 큰 문제가 없어 올해 1월 9일,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원혜성 교수의 집도로 2.98kg의 건강한 사내아이를 출산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재중 교수는 “그동안 간이식, 신장이식 환자의 출산은 간간이 보고됐지만 심장이식 환자의 출산은 국내에서는 처음”이라며 “심장이식 가임기 환자들도 새 희망을 갖게 돼 기쁘게 생각하며 아이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원혜성 교수는 “저출산 시대에 이식환자 등 중증질환 환자들의 임신은 반가운 소식”이라며 “하지만 약물복용 등으로 인한 여러 위험성이 있는 만큼 임신 전부터 의료진과 충분한 상의를 거쳐야 하며 임신기간 중에도 산모의 굳은 의지와 의학적인 처치가 뒷받침 되어야 건강하게 출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성인 심장이식의 증가와 소아 심장이식 후 생존율 향상에 따라 심장이식을 받은 가임 여성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립장기이식센터(KONOS)가 업무를 시작한 2000년 이후 현재(2018년 3월 30일)까지 1,391건의 심장이식이 있었으며, 심장이식 수혜자의 32%가 여성이고 여성 수혜자들 중 대략 1/3이 가임기 여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