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해가 막 뜨고 지기 전에 제일 아름답다. 자연의 속살을 가장 드러낼 때가 이때다. 아침에 먼 산을 바라볼 때 서산을 본다. 해가 질 무렵 산그림자를 본다. 나의 일상은 이름 없는 산을 보는 것이다. 무념의 산들은 마음을 비우게 한다. 아침 저녁나절에 빛의 각도는 온몸을 비추는 데에 제일 좋다. 그래서 사진 애호가들은 이때를 선택한다. 아침저녁의 풍경은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시 한 편의 글을 읽고 저녁나절에 마음속에 익혔던 시를 낭송한다. 아침에 상쾌함과 저녁나절에 느긋함이 6월의 향기이다. 5월은 찔레꽃 향기가 있으면 6월은 땅 찔레꽃이다. 익명의 산은 어딜 가나 나의 친구다. 이름 모를 꽃들은 나의 발소리를 듣는다. 고추밭에 익명의 접시꽃에 이름을 묻는다. 아무 말 없는 그는 일 년에 한번 태어나는 데 무슨 이름이 있겠냐고 대답할 것 같다. 보는 사람마다 이름이 다르겠다 싶다. 접시꽃 옆에 장독대가 있고 그 세월을 담고 있는 된장은 아침저녁으로 구수한 냄새로 풍긴다. 1년에 한 번 피는 데에도 기다림은 길었을 것이다. 꽃씨 하나 움켜잡고 따뜻한 가슴으로 기도한다. 마침내 지상으로 나왔을 때에 새 아침은 환희와 열망으로 가득하다. 이제 6월의 아침이 찾아왔다. 열정이 가득한 그대 얼굴은 평생 잊지 못한다. 누구나 젊은 날에 뜨거운 열정이 있을 것이다. 허리가 구부러지고 잘 걷지도 못하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저렇게 접시꽃처럼 활짝 피었을 때를 생각한다. 삶을 짧게 보면 모두 다 아름답다. 젊은 날에 못다 핀 열정을 대신 피게 하는 어머니는 붉은 꽃을 좋아한다. 항상 시집을 옆에 두고 세월을 아끼며 외모에 쓸데없이 꾸미지 않았고 마음을 예쁘게 가꾸는 데에만 애썼다. 너무 붉다 못해 후련하게 눈물 흘러봐. 어디 한 방울도 다른 데에 흘리지 말고 너 가는 길에 흘러봐. 옆 눈으로 슬쩍 웃지 마. 정면으로 바라보고 후련하게 웃어봐. 아침 강물 고요함을 한 눈으로 바라 봐. 밤새 못다 핀 꿈 조용한 나라에 펼쳐봐. 저녁 강물 반짝이는 낮게 날아가는 새여 세월에 지친 우리의 짐들을 강물 위에 내려놔. 누구나 한 번은 열정으로 쏟았던 순간을 아름답게 노래해 봐. 동해에서 피었던 붉은 꽃이여 서해로 질 때는 나도 한 때는 사랑했어라. 순간에서 영원까지 꽃이 피는 날에는 온 몸으로 피었어라.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는 가만히 앉아있어도 아름답다. 그 자체가 자유로운 생명이다. 저 언덕 아래 하얀 감자 꽃이 아침이면 새롭게 피었다가 저녁이면 다시 핀다. 빨간 접시꽃은 옆으로 나란히 보고 있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나란히 앞으로만 본다. 그냥 옆에만 있어도 그저 행복했어라. 옆에서 온전히 비춰주는 햇빛만 바라보고 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