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이가 지내는 동안 올라와보기만 하고 잠은 자지 않았던 2층으로 피신을 왔습니다. 준이녀석, 머리감싸쥐는 두통은 말끔해진 듯 한데, 편마비도 다시 나오고 외계어 혼잣말이 너무 심해져서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견디기 어려운 고문 수준입니다. 혼잣말이야 수 년을 목격했지만 이번에는 소리도 더 커지고 조금만 줄이자고 하면 더 미친 듯이 톤을 높이니 피신만이 살 길입니다.
아이들의 경기유형을 보면 결국에는 전두엽으로 가는 뇌신경망의 폭발인데 이번에 준이를 겪으면서 느껴지는 게 너무 많습니다. 태균이처럼 감정처리와 조절 영역 쪽으로 크게 폭발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고, 준이처럼 동작처리와 조절 영역 쪽으로 크게 폭빌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의 뇌의 구조 설명에서 보듯이 전두엽이나 측두엽의 어떤 영역에서 발생하는 경기파장이냐에 따라 증세행동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준이는 체감각영역의 문제라는 것이 여러가지 행동들의 변화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어제는 한쪽 다리만 절더니 오늘은 운동틱까지 다 올라오는지 입벌리고 오므리고 하는 것도 이상하고 계속 목 쪽을 진정시키려는 듯 손가락으로 누루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 날 함께 보낸 세월은 같은데도 진이가 동갑내기 준이를 부담스럽게 보는 시선이 커진 듯한 느낌은 어쩔 수 없습니다. 진이가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태균이는 준이에게서 엄마가 원치않는 행동을 목격하면 자제시켜주려 하는 제스츄어를 하곤해서 말은 못해도 속은 심해같다는 느낌을 받는데 진이가 이런 태균이의 본질을 보는 듯한 느낌. 태균이를 대하는 진이 눈길에 꿀이 뚝뚝 떨어질 때가 많습니다.
오늘은 종일 흐린데다 바람도 세고, 꽃샘추위 중에서도 겨울 쪽에 훨씬 치우쳐져 있는 날입니다. 거의 매일 차로 지나치면서도 정작 걸어보지 못한 성읍민속마을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에 다시 만난 진이가 너무 잘 커서, 뭐든 시키는대로 군말없이 수행하고 함께 즐기려는 태도가 역력해서 떠나보내기 아쉽다라는 생각도 많이 들게 합니다. 끌고다니면서 보여주는대로 다 담아보려하는 녀석의 성숙이 이번 제주도 여행을 더 보람되게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가 너럭바위 위 울퉁불퉁 돌들을 밟고 따라오게 했더니 영 균형을 잡지 못하고 겁내 하느라 먼거리에서 찍어주게 된 사진이 어제 주상절리 산책길에서의 사진입니다.
울퉁불퉁 돌길을 대하는 세 녀석의 특징, 준이 아예 시도조차 하지않아 입구에서 서성이고, 태균이 조금 오다가 귀찮아서 (엄마가 돌아와야 하는 길임을 뻔히 알고있으니) 중간지점에서 주저앉아 버리고, 진이녀석은 오고싶어하지만 겁을 내고 있고...
오늘은 하도 별방진보러 갔다가 울퉁불퉁 빌레 바위걸어다니기 연습도 한참 시켜보았습니다. 아직까지 안구동작과 걸음이 정확히 일치하지 못해 겁내하는 부분이 있고 균형감이 흔들리지만 워낙 시키는대로 잘 하기에 몇 번만 해도 금방 터득합니다.
갈매기 날아다니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은 큰 과제입니다. 공중을 향해 먼 거리의 작은 대상에 안구촛점을 맞추는 기능이 아직 회복을 많이 필요로 하는 부분이라, 가까이서 비행기 지켜보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해 아쉽기는 합니다. 자꾸 흘겨보는 시선버릇만 보완해 준다면 녀석 훨씬 더 성숙해 질 수 있어서 다음이 욕심나긴 합니다.
진이의 사진찍기 기술은 단 시간에 어찌나 빨리 습득되었는지 다음 사진들은 제가 전혀 구도 보정을 하지 않았음에도 꽤 선명하고 정확합니다.
마지막 저녁, 맛있는 생선회와 초밥도 사오고, 생선회 안먹는 준이때문에 오겹살도 굽고, 후식으로 베스킨라빈스까지 작은 송별파티! 태균이하고 진이 엄청 신났습니다. 간만의 생선회에 태균이 살짝 흥분까지... 형아는 상추를 너무 좋아해 하면서 권하니 상추도 우걱우걱 먹는 진이... 기특합니다.
진이의 기념될만한 사진을 남기며 내일은 여수행 배를 타고 잠시 제주도를 떠났다 옵니다. 영흥도집 낡은 수도관에 문제가 생겨 물이 뿜어져 나온다고 하고, 트럭은 자동차검사 기한이 지나 벌금이 왕창 나온다하니 아이고 머리야... 제주도 도민을 좀더 일찍 했어야 하나 봅니다. 매일 제주도를 즐기며 돌아다니는 신선놀음 속에 도끼가 썩고있었네요...
첫댓글 욽퉁불퉁 길만큼 두뇌를 자극하는게 없다는데, 우리 친구들에겐 더 좋겠죠.
뭐든 열심히 학습하는 진이의 성실한 성품이 참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육지 일 잘 마무리 하시고, 다시 즐겁게 입도하시길 빕니다.
주상절리 멋진 대표님 모습 명작이어요.
진이가 찍었나 봅니다.
코팅해서 거실에 걸어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