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명(陋名)
박정경
가시 돋친 눈빛들이 날아와 박힌다
보지 않은 것을 보았다고 말하고
겪지 않은 일을 겪었다고 소리친다
내 안의 정직은 차가운 얼음이 되어
뜨거운 오해의 벽에 부딪혀 깨어지고
결백이라는 이름의 깃발은
먼지 섞인 바람에 너덜너덜 찢겨 나간다
변명은 굴욕이 되고
침묵은 죄의 고백이 되는 방
빛 한 점 들지 않는 이 좁은 골방에서
나는 내가 아닌 사람이 되어 간다
거울 속의 얼굴조차 낯설어지는 밤
진실은 텅 빈 공터에 홀로 남겨지고
거짓이 화려한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할 때
나는 짓지도 않은 죄의 무게를 견디며
나를 지워가는 법을 배운다
언젠가,
시간이 무심한 빗줄기가 되어
이 억울한 덧칠을 모두 씻어내는 날이 온다면
그때 나는
잃어버린 나의 이름을 다시
나직이 불러볼 수 있을까
첫댓글 20년 전,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휘말린 사건인데, 나중에 들어났지만 참 허탈했다. 그날 이후, 난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습관이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