範疇論-眞-1
唐, 李世民《指意》: “縱放(倣)類本1)
하여 體樣奇(奪)眞이면 可圖其字形이나 未可稱解筆意라”
“範本을 방종하게 모방하여 글체의 모양이 眞을 빼앗을 정도가 되면,
그 자형을 도모할 수 있으나, 필의를 풀어냈다고 말할 수는 없다.
唐, 張懷瓘《書斷》: “太宗…尤善古帖하여 殆于逼眞이라”
“당 태종은 더욱 고첩을 잘 임모하여 거의 진적에 가까웠다.”
宋, 米芾《書史》: “蓋天眞自然은 不可豫想이라
想字形大小로 不爲篤論이라”
“대개 천진자연은 예상할 수 없는 것이다.
자형의 대소를 생각하는 것으로는 독실한 논리가 될 수 없다.”
宋, 米芾《寶晉英光集》:
“筆筆不同하니 ‘三’字는 三劃異形하고
作意輕重不同은 出于天眞으로 自然神異라”
“필획마다 달라야 되니 예를 들어‘三’자의 3획은 형상이 다르고,
작의에 경중이 다른 것은 천진에서 나오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신채가 달라지는 것이다.”
宋, 姜夔《續書譜》:
“魏晉書法之高는 良由各盡字之眞態로 不以私意參之耳라”
“위진 서법의 높은 경지는 진실로 각각 글자의 참된 형태를 다함에
말미암는 것으로 사사로운 뜻이 참여될 수 없는 것이다.”
淸, 馮班《鈍吟書要》:
“作字에 惟有用筆與結字라 用筆在使盡筆勢라
然이나 須收縱有度라 結字在得其眞態라 然이나 須映帶勻美라”
“글씨를 쓰는 데는 오직 용필과 결자가 있다.
용필은 필세를 다하도록 하는데 있다.
그러므로 모름지기 방종하게 거두어서 度筆이 있어야 한다
. 결자는 그 眞態를 얻는데 있으므로
모름지기 서로 어울려서 두루 미치는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
淸, 包世臣1)
《藝舟雙楫》: “古帖字體는 大小頗有相徑庭2)
者가 如老翁携幼孫行하니 長短參差3)
하여 而情意眞摯하고痛痒相關이라”
“고첩의 자체는 대소가 자못 서로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것이
늙은이가 어린 손자를 끼고 가는 것 같이
장단이 參差(참치)하여 情意가 진지하고 병까지도 서로 관계하는 것이다.
예전의 가정에서 아버지는 엄하여 감히 한 상에서 밥도 먹지 못할 정도였으나 할아버지와는 아주 가까웠습니다. 지금도 할아버지가 손자를 이뻐하는 것은 예전과 같으나, 손자의 입장은 예전과 같지 않지요.
시골의 할아버지가 서울의 어린 손자에게 전화하면 바쁘다고 끊으라고 한다니까요.
여기서 할아버지와 손자를 예로 든 것은 글자의 크기와도 상관이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체구가 크고, 서너살 정도의 어린 손자는 체구가 작을 것입니다. 즉 행초를 쓸 적에 글자가 크고 작고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병까지도 함께한다는 뜻은 길을 가다가 갑자기 비가 오면 아마 할아버지는 손자를 위하여 윗도리라도 벗어서 덮어줄 것입니다. 할아버지가 술취해 누워계시면 할아버지를 염려하여 어떻게든 모시고 가려고 손자는 노력할 것입니다. 이는 모두가 서로의 정이 깊기 때문입니다. 서예작품에서 글자와 글자의 관계도 이와 같이 정이 통하여 상하좌우가 서로 연관을 갖도록 써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가 됩니다
範疇論-眞-2
淸, 包世臣1)
《藝舟雙楫》: “古帖字體는 大小頗有相徑庭2)
者가 如老翁携幼孫行하니 長短參差3)
하여 而情意眞摯하고 痛痒相關이라”
“고첩의 자체는 대소가 자못 서로 현격한 차이가 있는 것이늙은이가 어린 손자를 끼고 가는 것 같이 장단이 參差(참치)하여 情意가 진지하고 병까지도 서로 관계하는 것이다.”
淸, 莫友芝4)
《邰亭書畵經眼錄》: “書本心畵하니 可以觀人이라 書家但筆墨專精取勝이나 而昔人道德․文章․政事․風節著者는 雖書不名家라도 而一種眞氣流溢하여 每每在書家上이라”
“서는 心畵에 근본하는 것이니, 가히 그 사람을 볼 수 있다. 서예가는 다만 필묵이 專精한 것을 훌륭하게 여기지만, 옛 사람 중에 도덕, 문장, 정사, 풍절이 드러나는 사람은 비록 서예의 명가가 아니라도 일종의 진기가 흘러 넘쳐서 매양 글씨만 잘 쓰는 서예가의 위에 있는 것이다.”
淸, 朱和羹《臨池心解》: “(李世民)이 當臨右軍作 ‘戩’字에 虛其‘戈’라 令虞世南足之하여 以示魏徵하니 徵曰 ‘聖作惟戈法逼眞이라’하니 此可謂精鑒矣라”
“당태종 이세민이 우군이 쓴 ‘戩(전)’字를 임서함에 당하여‘戈’를 虛心으로 쓰니 우세남이 그에 만족하여 위징에게 보이니, 위징이 말하기를 ‘임금님이 쓴 과법은 진적에 가깝다.’고 하였는데, 이는 감상을 정묘하게 하였다고 할만하다.”
1) 포세신(包世臣): 생졸년은 1775~1855년. 자는 愼伯이고 호는 倦翁 또는 小倦游閣外史라고 하며 안휘성 涇縣사람이다. 경현은 옛날에 安吳에 속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를 包安吳라고 불렀는데 향년 81세였다. 청나라의 학자이며 서예가인 동시에 서예이론가이다. 소년시절에 증조부인 包植三에게 필법을 배웠고 또한 같은 마을의 翟金蘭에게 蘇軾의 글씨를 배웠으며 계속해서 남당탁본인 《東方朔畵贊》.《洛神賦十三行》.《神龍本蘭亭》등을 익혔다. 또한 鄧石如,朱昻之,吳山子,王仲瞿,黃乙生 등을 만나면서 筆法을 터득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藝舟雙楫》이라는 대 이론저서를 집필하게 되었다.
2) 徑庭(경정=逕庭) : 경은 작은 길이라 좁고, 정은 뜰이라 넓다는 뜻으로 현격한 차이를 이름.
3) 참치(參差): 들쑥날쑥한 것.
첫째, 근골(筋骨)을 가리킨다.
唐, 徐浩《論書》: “初学之際에 宜先筋骨이라 筋骨不立이면 肉何所附아”
“처음 글씨를 배울 때는 마땅히 근골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근골이 서지 않으면 살은 어디에 붙이겠는가?”
宋, 米芾《海嶽名言》: “筋骨之說은 出于柳한대 世人은 但以怒张으로 为筋骨하고 不知不怒张으로 自有筋骨焉이라”
“근골에 대한 논설은 柳公權으로부터 나왔는데, 세상 사람들은 필력이 웅건한 것으로 근골을 삼고, 웅건하지 않아도 저절로 근골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한다.”
淸, 朱履贞《書學捷要》: “書有筋骨血肉한대 前人論之備矣나 抑更有說焉이라 蓋分而为四하고 合则一焉이라 分而言之면 则筋出臂腕이라 臂腕须懸하니 懸则筋生이라…然이나 血肉生于筋骨하니 筋骨不立이면 则血肉不能自榮이라 故로 書以筋骨爲先하니라”
“글씨에는 근․골․혈․육이 있는데 이는 전 사람이 논하여 갖추어 놓았으나 또 다시 말하겠다. 대개 이를 나누면 네 가지가 되고 합하면 하나가 된다. 이를 나누어서 말하면 근이라는 것은 팔과 손목에서 나오니 팔과 손목은 반드시 매달리게 해야 하니, 팔과 손목을 매달리게 하면 근이 생기게 된다…그러나 혈과 육은 근골에서 나오는 것이니 근골이 서지 않으면 혈과 육이 스스로 번영할 수 없다. 그러므로 글씨는 근과 골을 우선으로 하여야 한다.”
範疇論-筋-2
둘째, 근력(筋力)을 가리킨다.
漢, 許愼《说文解字》: “筋은 肉之力也라 從肉에 力이라”
“근은 육이 힘 있는 것이다. 肉부에 力字을 더한 것이다.”
唐, 蔡希综《法書論》: “既構筋力하고 然後裝束이라”
“먼저 근력을 구성한 연후에 치장을 하는 것이다.”
明, 项穆《書法雅言》: “老乃書之筋力이요 少则書之姿颜이라”
“노인은 글씨에 근력이 있고, 젊은이는 글씨에 맵시가 있다.”
範疇論-筋-3
셋째, 글자의 필봉(筆鋒)을 가리킨다.
元, 陳繹曾《翰林要訣· 筋法》: “字之筋은 筆鋒是也라 斷處藏之하고 連處度之라 藏者는 首尾蹲1)
搶2)
이 是也라 度者는 空中打势니 飛度筆意也라”
“글자의 근이란 필봉으로 인하여 생겨나는 것이다. 끊어진 곳은 장봉으로 하고, 이어진 곳은 度法으로 해야 한다. 감춘다는 것은 획의 시작부분과 끝부분을 준창으로 하는 것이다. 도는 공중을 스치는 듯한 필세이니 나는 듯이 다음 필획에 이어져 필의가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넷째, 근법(筋法)을 가리킨다.
淸, 張廷相 ․ 鲁一貞, 《玉燕楼書法· 筋法》: “筋法有三한대 生也, 度也, 留也라 生者는 何오 如一幅中行行相生하고 一行中字字相生하며 一字中筆筆相生이면 則顧盼有情하고 氣脈流通矣라 度者는 何오 一画方竟에 即從空際飛渡하여 二画으로 勿使筆勢停住하니 所謂形现于未画之先이니 神留于既画之後也라 留者는 何오 筆勢往矣면 要必有以收之하고 筆鋒銳矣면 要必有以蓄之라 所谓留不盡之情하고 斂有餘之態也라 米元章曰 有往皆收요 無垂不縮이라하니 此之谓哉아”
“근법은 세 가지가 있는데 生과 度와 留이다. 生이란 무엇인가? 한 폭의 작품 중에서는 줄과 줄이 서로 살려주는 것이요, 한 줄 중에서는 글자마다가 서로 살려주는 것이요, 한 글자 중에서는 각 필획이 서로 살려주는 것인즉, 서로 돌아보는 데에 정이 있어서 기맥이 유통되는 것이다. 度는 무엇인가? 첫 번째 획이 끝나려 할 때 공중으로 좇아 나는 듯이 하여 두 번째 획이 필세가 정지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니, 이른바 다 긋기도 전에 형세가 나타나는 것이니, 이미 그은 후에는 신채가 머무르는 것이다. 留는 무엇인가? 필세가 가면 반드시 거두는 것이요, 필봉이 날카로우면 반드시 움츠려야 되니, 이른바 머무르면 정을 다할 수 없고 거두면 남은 자태가 있는 것이다. 미불이 말하기를 ‘필봉이 가면 다 거둬야 하고 드리우면 움츠린다.’고 하니 이것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주석>
1) 蹲鋒(준봉) : 일종의 필세를 가리키는 것으로 趯筆(적필)을 할 때 힘을 써서 한 번 頓하고 필봉을 따라서 위로 올리는 것이다. 즉 용필이 돈과 비슷하나 무겁게 누르지는 않는 것이다.
2) 搶(창) : 힘을 써서 강제로 취하는 것을 창(搶)이라고 하는데, 보통 창탈(搶奪)이라고 한다. 搶筆은 점획을 마무리하는 곳에서 많이 사용하며 그 운필은 중봉(蹲鋒)으로 처리한 후에 위로 기울여 급히 빼내는 것으로 그 勢가 搶奪하는 것과 같아서 搶筆이라고 하는 것이다. 例를 들어 횡획을 그을 때에 붓이 운행하여 끝부분에 이를 때에 먼저 준필(蹲筆)을 하고 필획의 收筆處를 圓整하게 한 후에 折回提起하는 것이 물건을 빼앗는 것과 같은 것이다. 折筆이 搶筆과 다른 점은 折筆은 實하게 하고 搶筆은 半實半虛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折筆의 行筆은 느리고 搶筆의 行筆은 急하면서 빠르다.
근육이 굵어지기도 하고 가늘어지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방향이 바뀝니다. 그러면서도 힘이 있으니,
건강한 동물들의 근육의 모양은 행초서의 살아있는 선과 같은 것입니다.
참으로 기묘한 표현입니다.
그냥 힘있는 근육이라고만 해도 될 터인데 이렇게 상세한 의미까지에는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필획을 생체에 비유하여 강한 생명력을 느끼게 하는군요.
그나저나 월정선생님의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보충설명이 명쾌하게 서론의 정곡을 읽게합니다.
근육이라는 말을 국어사전에 찾아보았습니다.
근육(筋肉) [명사]몸의 연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심줄과 살. 내장·혈관·골격을 싸고 있으며, 능동적인 수축성(收縮性)을 특성으로 하는 동물 특유의 운동 기관임. 근(筋). 힘살.
저는 무심코 번역을 했는데, 이렇게 질문을 주셔서 또 한 번 생각하게 하시니 고맙습니다.
이것이 우리 서예인들이 해야 할 일 중에 바람직한 한 가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이나 동물의 근육사진 같은 것 보신적 있을 것입니다.
그거야말로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된 筆線과 같지요.
근육이 굵어지기도 하고 가늘어지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방향이 바뀝니다. 그러면서도 힘이 있으니,
건강한 동물들의 근육의 모양은 행초서의 살아있는 선과 같은 것입니다.
한 번 써보고 싶은 욕망을 느끼지 않으십니까?
지금은 과학이 발달하여 보기가 용이하지만, 옛날에는 좀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알고들 있었으니 대단한 일입니다.
淸, 笪重光《書筏》: “何爲豊筋가 察其紐絡一路하라”
“어찌해야 근이 풍부해질까? 실처럼 이어진 一路를 살려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