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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요시 고성 주변을 돌아본 밤 산책 길 저녁 후 산책을 나갔다. 700년의 역사를 가진 성곽도시인 히토요시 시에는 이 지역을 통치한 사가라 씨의 거성이었던 히토요시성 터가 있다. 밤 산책길에 불이 은은하게 비추어져 밤의 분위기가 아름다웠고, 구마 강에 빠진 가을 경치가 숨이 막혔다.
난생 처음 그렇게 큰 은어를 보았다. 빨리 물속으로 들어가 손으로 잡아보고 싶은 은어. 다리 위에서 강 속을 헤엄치는 은어 떼를 보는 것은 정말 신기했다. 자세히 보면 어린 치어들도 수없이 많았지만 거대한 은어 떼가 강 속에서 유유히 움직이는 모습은 놀라웠다. 한참을 다리 위에서 강물을 내려다보며 그 신기한 광경을 보고 있었다. 제법 깊어 보이는데도 강 속이 훤히 다 들여다보일 만큼 맑은 물. 일본은 도심지를 흐르는 냇물도 맑음을 유지시키는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니 은어를 잡기도 않고 물은 항상 이렇게 맑게 흐르리라. 사ka들을 놓칠까봐 서둘러 강물에서 눈을 떼고 길을 걷는다. 다리를 지나고 김이 무럭무럭 솟아나는 온천 지역을 또 지나게 된다. 그렇게 천천히 걸어서 히토요시 역으로 가는 길이다.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여인 한 분이 인사를 한다. “한국 어디서 오셨나요?” 한국말로 묻는 그 분은 연세를 잊은 듯 너무나 천진한 웃음을 지니셨다. “아니 여기 사셔요? 언제부터 사셨나요?” 신부님과 일행들은 이미 멀리 가셨기 때문에 질문을 빨리 했다. 50년도 더 오래전에 일본에서 살고 병원을 하시는 남편과 산다고 했다. 우리가 묵은 여관에서 저녁을 먹고 오는 길이라고 하면서, 자기는 천주교 신자라고 한다. 히토요시에도 성당이 있고 신자도 있고, 그리고 길게 하고 싶은 말씀이 많은 듯 했는데, 낯 선 길에서 일행을 놓치게 될까봐 조바심이 났다. 신부님을 뵙고 싶다는데 이미 신부님은 역까지 걸어가고 계셨다. 신부님께서는 만나뵐 걸 그랬다고 아쉬워 하셨다.
이미 일행 몇이 흩어져 서포 이 신부님은 엄마를 찾는다고 여관 쪽으로 가셨다. 박회장과 멜라니아와 엄마는 서로 찾아다니느라, 길이 어긋나고 헷갈리고 있었다. 일교차가 심해진 밤길을 제법 찬바람을 쏘이며 걷느라고 감기가 들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히토요시 여관에 거의 다 와서 보니 바로 옆에 국보가 있는 히토요시·구마지방의 수호신을 모신 아오이 아소 신사가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 그곳을 가 보리라 계획한다.
제 2일: 12월 3일 구마강, 갈릴레아 호수처럼....
구마강이 다 모이는 ‘수향 水鄕’이란 방. 물의 고향, 수향... 아마 그곳은 갈릴레아 호수쯤이 아니었던가. 일행은 다 같이 유카타를 입고 따뜻한 온천물로 목욕 재개를 하고 거룩한 마음으로 신부님의 방 ‘수향’으로 찾아들었다. 미사를 봉헌하는 시간. 성인의 행적을 들으며 성인이 걸어갔던 길을 헤아려 본다.
스페인에서 인도, 아프리카, 일본, 그리고 중국에서 돌아가시기까지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성인이 걸었던 길은 용기와 열정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성인이 이 땅에 온 1549년 8월 15일, 일본 땅에 최초의 서양문물을 들여온 사람. 그 용기와 열정으로 꽁꽁 다져진, 12월 3일. 바로 오늘이 공교롭게도 그 분의 축일이다. 우리가 이 어려운 시기에 이곳까지 찾아온 것도 용기와 열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얼마나 뜻 깊은 날인가. 용기와 열정의 덕목을 구하는 기도를 해야 할 것이다.
본당 신부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인다. 눈앞에 하비에르 성인이 계신 것 같이 생생한 말씀을 전하신다. 정말 너무나 많은 깨우침을 주시는 분... 탁덕이란 용어가 어울리는 분이시다. 부드럽고 고운 음성. 주일마다 강론 준비를 꼼꼼하게 하시는그런 분은 아마도 드물 것이다. 진지하게 풀어 가시는 그분의 말씀은 무게가 실려 있었다. 우리의 삶도 그리스도적 삶은 살아야 하며, 마지막 열정을 태워 한 생을 마무리 하는 저 붉은 단풍처럼 한 해를 아름답게 마무리 하자는 청원을 드리자.
신부님의 등 뒤로 구마강이 보이고 물오리가 참방대고 있다. 하얀 날개를 훨씬 펴고 두루미가 두어 마리 날아간다. 고즈넉한 분위기, 안개도 자욱하게 끼었다. 아마도 맑은 날이 되려나 보다. 동반자 18 사람들, 두 분 신부님과 팔순의 큰 신부님 어머니와 조카 민들레, 어머니의 대녀인 이 신부님의 엄마와 멜라니아 대녀, 엘리사벳 모녀 또 팔순의 요아킴 선생님. 박 회장 부부와 천하부부와 사무장과 젊은 일꾼 총회장을 비롯한 4인방이 모두이다. 마치 갈릴레아 호수에서처럼 모두는 둘러서서 경건해질 대로 경건해진 마음들은 전율이 일 만큼 감격에 차서 울먹거리며 이미 성스럽다.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고요한 중에 기다리니. 질그릇 같은 이 마음에 당신의 얼을 채우소서.“
복음을 읽는 이 신부님은 독특한 미성이다. 그분의 유카타 입은 모습은 특별히 아름답다. 마치 일본사람같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사제의 등 뒤로 아침 햇살이 강물에 꽂혀 보석처럼 영롱하다. 오리 가족은 더욱 선명하게 물위를 떠다닌다. 새 붓을 잡아 새을“乙“자를 써 둔 듯이... ‘이곳에 다시 오게 해 주소서.’ 더러 휴식이 필요할 때가 많았다. 고요한 휴식, 바쁘게 다니지 않고 머물러 쉬고 싶은 날 이곳에 오면 좋을 것이다.
아침 식사는 1층 식당에서, 히토요시 료칸의 안주인은 고추장을 한 통 담아 여행 중에 한국음식 생각나면 먹으라고 사양해도 막무가내로 전해준다. 아침 목욕탕에서 묵주 두 개를 두고 왔다. 늘 이런 실수를 자주 범한다. 실수쟁이!! 가고시마로 떠나가다가 되돌아가서 묵주를 찾았다. 다시 오게 해 달라는 기도는 금방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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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늘 남해 성당에서 미사를 한 고마움으로 성지순례기를 몇 꼭지 올립니다.
다 올리면 이야기 듣고 영화보는 재미없는 일이 될까봐 조금만 올리겠습니다.
자리펴 주셔서 잘 놀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