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학자 알리테아(틸다 스윈턴 분)는 학회를 하는 중에도 기이한 형상을 보고 기절하지요.
그리곤 이스탄불의 한 골동품 가게에서 '나이팅게일의 눈'이라 불리는 유리병을 구입합니다.
유리병에 켜켜이 쌓인 먼지를 닦아내던 중, 굉음과 함께 병의 뚜껑이 열리면서 황금빛을 띠는 거대한 몸집의 정령(이드리스 엘바)이 나타납니다. 이 정령은 우리가 익히 아는 지니...
자유의 몸이 되기 위해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면 정령은 알리테아에게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재촉하지만,
알리테아는 자신이 아는 한 소원에 관한 이야기에 해피엔딩은 없다며 거부합니다.
3천 년 동안 자유를 갈망하던 정령은 현재 삶에 만족한다며 바라는 게 없다는 알리테아를 설득하기 위해 자신이 만나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자신의 친족이었던 시바 여왕과 그를 사랑했던 솔로몬 왕,
왕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노예 걸텐, 11세에 왕이 된 소년과 여자 거인, 세상의 모든 지식을 갈망한 제피르까지.
알리테아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우리의 고독이 하나가 됐으면 한다"며 자신을 사랑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늘 외로움과 함께 하는 삶을 이어온 알리테아는 자신이 고독하다는 것조차 몰랐던 것이죠. 그런 알리테아가 초월적 존재인 정령을 사랑하게 되고.
그러나 정령은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 존재는 알리테아가 만들어 낸 환상일 수도 있지요.
이 존재는 몸집을 부풀렸다가 연기처럼 사라지기도, 상상하지 못했던 수많은 이야기로 우리를 인도하지만 실존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바로 사랑의 형상 그 자체라는 것이 이 영화의 주제인 듯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까,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내는 환상과 현실이 교묘하게 어우러진 영화입니다.
Tip:
A.S.바이어트의 단편소설 '나이팅게일 눈 속의 정령'(The Djinn in the Nightingale's Eye)을 각색한 영화.
첫댓글 이런 환상이나 sf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대단해요!
더더욱 치밀해야 하는 이야기잖아요.
서사학자가 있다는 거 처음 알았어요^^
간만에 이스탄불을 보니까 멋있네요
거기 살 때는 매일 보는 일상이라
지저분한 거만 보였는데요
터키는 역시 환상적인 나라라는 생각을 했어요^^
@바람숲 제가 거기 살 때 선생님을 만났어야 하는데요 ^^
멋진 곳에서 살았거든요
한번은 이스탄불 북쪽 끝
걸어서 흑해 바닷가 갈 수 있는 교외주택단지
한번은
걸어서 보스포로스, 베벡 갈 수있는 시내 중심가 주택
예술가에겐 둘 다 최적지인데 많이 아쉽네요
@happycountry 정말 부러워요. 멋진 도시에서 사셨으니 얼마나 많은 추억이 쌓였을까요?
지금 달보드레숲도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