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926
반야심경027
동봉
정종분正宗分(03)
온공론蘊空論(3)
사리자여 색이공과 별다르지 아니하고
그와같이 공이색과 별다르지 아니하여
색그대로 공이듯이 공그대로 색이니라
수상행식 나머지도 또한다시 이와같네
舍利子色不異空空不異色色即是空空即是色受想行識亦復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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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음受의 끄나풀蘊
받음受이란 외계의 대상으로 인하여 느끼는
기쁨과 슬픔, 괴로움과 즐거움 따위이다
모든 인상印象이며 모든 감각感覺이다
여기에는 눈 귀 코 혀 피부 마음이라는 감관이
빛 소리 냄새 맛 닿음 법이라는 대상을 만나
눈의 앎 귀의 앎 코의 앎 혀의 앎 피부의 앎
그리고 마음의 앎을 내게 되는데
바로 인상과 감각을 일컫는 말이라 할 수 있다
받을 수受 자는 아래 또 우又 자가 부수다
한자에서 또 우又 자는 오른손이며
'또 다시'라고 하는 '거듭'의 뜻도 들어있다
위의 조爪 자는 손톱과 아울러 왼손을 뜻한다
민갓머리冖는 한자의 덮을 멱冖 자인데
이름씨 '덮개'의 뜻이고 움직씨 '덮다'의 뜻이다
손에서 손으로 물건을 주고 받는 모습을
왼손爪과 오른손又으로 표현하였으며
물건을 주고 받는 데는 예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잘 드러낸 글자라 하겠다
덮개冖를 표현함은 물건의 포장을 뜻한다
옛날에는 받을 수受 자 한 자 속에
주는 행위와 받는 행위를 모두 담았으나
나중에 줄 수授 자를 따로 두면서
받을 수受 자는 받음의 뜻만 지니게 되었다
받을 수受 자에 비해 줄 수授 자는 손이 셋이다
재방변扌이 또 하나의 손인데 무슨 손일까
또 우又가 오른손이고 손톱 조爪가 왼손이라면
재방변扌은 정성의 손이고 마음의 손이다
남에게 무엇인가를 받을 때보다
남에게 줄 때 정성과 예절의 손이 필요하고
자연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때보다
자연에게 되돌려줄 때 마음의 손이 필요하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주고 받는 관계에서
주는 쪽이 갑甲이 되고 받는 쪽이 을乙이 된다
따라서 주는 쪽은 어깨가 으쓱 올라가고
받는 쪽은 허리를 더 굽힌다고 하겠다
줄 수授 자가 손이 하나 더 붙어있다는 것은
주는 사람일수록 더욱 공손하라는 뜻이다
이《반야심경》강의는 한자 강의가 아니기에
가능하다면 글자 풀이는 하지 않으려 한다
왜냐하면 적어도《반야바라밀다심경》은
문자반야文字般若 이전의 세계인 까닭이다
어제 경정 김무생 정사님이 올린 글
<반야심경을 읽는 묘미>에서
"심心을 과연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따라
반야심경에 담긴 맛이 다르다"는 데 이르러
솔직히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강의하는 경전은
산스크리트語 본도 빠알리語 본도 아니며
영역본이나 일역본도 아닌 한역본漢譯夲이다
그것도 해인사 팔만대장경각에 봉안된
고려대장경 본本으로 쉬앤짱의 번역본이기에
한자라는 특수 문자를 간과看過할 수가 없다
만일 우리 한글본이라면 한글의 문법과
우리말이 지닌 우리 고유의 맛을 피할 수 없듯
한역 경전에서 한자를 외면할 수는 없다
비록 문자반야 이전의 반야라 하더라도 말이다
한자 받을 수受 자에 담긴 뜻은 다양한 편이다
받다, 거두어들이다, 회수回收하다
받아들이다, 받아들여 쓰다, 배우다
얻다, 이익을 누리다 따위가 있고
주다, 내려 주다, 들어주다
수여授與하다 따위가 있으며
담보擔保하다, 응應하다, 이루다
잇다, 이어받다 따위와
등용登用/登庸하다 따위가 있고
쓰임씨로는 12인연의 하나, 5온의 하나다
물질온物質蘊과 정신온精神蘊에서
물질온色蘊이 아닌 정신온은
4개가 차례대로 이어진 끄나풀蘊이다
앞서 색온을 얘기할 때는 '쌓음'이라 옮겼으나
자해字解가 '쌓을 온蘊' 자인 까닭에
무더기의 뜻 '쌓음'으로 표현하였다
수상행식온受想行識蘊에서
온蘊을 끄나풀로 옮긴 것은
물질온과 달리 정신온은 4가지가 이어진 까닭이다
받음의 끄나풀인 '수온受蘊'은
경계境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고
어떤 경우에도 항상 맨앞장先鋒에 선다
이를테면 자동차를 운전해갈 때
시야施野에 들어오는 것은 도로와 신호등이다
초록 신호등이 들어오면 멈추지 않고 달리고
빨간 신호등이 시야에 들어오면 멈춘다
빨간 신호동 초록신호등 점멸등 따위가
시야에 들어오면 받아들임이 수온受蘊이다
방금 빨간 신호등에서
초록 신호등으로 바뀌기는 했는데
어디선가 구급차의 사이렌 신호가 들린다
도플러 효과Doppler effect가 있다
아무튼 구급차 소리가 귀에 들어오는 데
이때 받아들이는 기관은 귀요, 청각이지만
받아들이는 끄나풀은 수온受蘊이다
이 때 어디선가 석유냄새가 난다거나 하면
냄새를 받아들이는 기관은 후각이다
역시 첫 접촉은 코의 냄새를 맏는 세포인데
접촉 자체는 수온受蘊이다
긴장한 상태에서
차에 비치된 껌을 꺼내 입에 문다
껌이 지닌 특유의 향긋한 맛이 혀에 느껴진다
이때 맛을 받아들이는 상황이 수온이다
껌의 향기를 생각하고 전달하고
마침내 향긋하다고 인식하게 된 결과는
받음受의 끄나풀蘊에서
생각想의 끄나풀蘊을 지나고
생각한 것을 앎識의 세계로 전달行한 뒤다
이 인식의 결과 앞에는 반드시 전달이 있었고
전달에 앞서 생각이 있었으며 생각 앞에
받아들임이라는 수온受蘊이 있었다
이처럼 수온受蘊은 매우 중요하다
대상이 다가와 인식이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가장 앞서 하는 일이 받음受의 끄나풀蘊이다
색온色蘊의 세계가 공空과 다르지 않고
공空의 세계가 색온色蘊과 더불어 다르지 않듯
수온受蘊의 세계가 공空과 다르지 않고
공의 세계가 수온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수온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수온이다
색온에서와 마찬가지로 수온에서도
공과 대척점에 있으면서 결국 동질성이다
색공론色空論을 수공론受空論으로 바꾸면
나의 사언절 번역은 아래와 같을 것이고
쉬앤짱의 한역본도 글자 놓임새가 바뀐다
그 대신 색色을 수受의 자리에 놓아
수상행식 역부여시受想行識亦復如是가
색상행식 역부여시色想行識亦復如是가 된다
사리자여 수가공과 별다르지 아니하고
그와같이 공이수와 별다르지 아니하여
수그대로 공이듯이 공그대로 수이니라
색상행식 나머지도 또한다시 이와같네
사리자 수불이공 공불이수 수즉시공 공즉시수 색상행식 역부여시
舍利子受不異空空不異受受即是空空即是受色想行識亦復如是
[사진은 어제 오전 법당에 다녀 오다 내 그림자를 찍은 것, 꼭 선가을立秋 뒤 날씨처럼 햇살이 맑아 함께 즐겼지]
07/27/2017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