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니
작은 새는 잘 보이지 않았다
보려면 날아갔다
날아가지 않는 새를 보려면
쌍안경보다 필드스코프가 선명했다
이름만 듣던 새를 새기는 즐거움이 있었지만
한쪽에서는 얼어붙은 공원 습지처럼
마음이 조여왔다
커다란 고니가 보고 싶었다
하남검단산역에 내려 팔당대교 남단으로 걸어갔다
타짜의 고니는 곤이였다. 날려 보냈다.
섰다 고스톱 안 한 지 오래됐다.
백조의 호수 백조는 고니였다. 아직은 날려 보내지 못할 것 같다.
아름다운 선율을 버리면 쓰러진 갈대처럼 널브러질 것 같다.
미운 오리 새끼의 오리는 고니였다. 이제 오리와 고니가 구분이 갔다.
커다란 흰 새는 고니였고, 그 사이 작은 댕기흰죽지는 오리였다.
그게 아니었다.
팔당대교 고니는 큰고니란다.
큰고니는 높은 소리로 울고 고니는 낮은 소리로 운다는데
글쎄다 이제 새를 만나려는 자는 잘 모르겠다.
작은 새는 잘 보이지 않아 큰 새 고니를 기어코 보았다.
동영상으로 본 나는 모습을 눈으로 보니 좋았다.
작은 게 안 보여 헤맬 때에는
강물 위를 우아하게 날다가
차분히 물갈퀴를 방어적으로 적시며
삶이 무겁지 않게 내려앉는 고니를 떠올려야겠다.
작은 것도 큰 것도 보기 싫을 때에는
부리도 눈도 고개도 몸통 깃털 속에 파묻고
영원한 삶이 있듯 고요한 자태를 보여주는
부동의 고니를 떠올려야겠다.
이 스러지는 겨울 고니를 본 게 참 좋았다.
흘러가는 강 흐르는 고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