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聽鷄)> 닭 울음 소리 들으며
ㅡ이매창(李梅窓, 조선의 삼대 여류시인)
'경원이화두견제
(瓊苑梨花杜鵑啼)
구슬처럼 단아한 정원에
배꽃 피어나고 두견새 흐느끼니
만정섬영경처처
(滿庭蟾影更凄凄)
마당에 가득한 달그림자
더욱 처량하구나
상사욕몽환무매
(想思欲夢還無寢)
꿈에라도 보고싶건만
도리어 잠 못이루고
기의매창청오경
(起倚梅窓聽五鷄)
매창에 기대서서
새벽닭 울음 소리 듣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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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 피어나는
사월 초 어느 날 훌쩍
한양에서
그대 소식 듣고 왔다며
열흘 주야
만발한 배꽃처럼
정을 키워 놓고
다시 곧 오리다
양 어깨 잡아주더니
한양으로 떠나간 임
촌은 유희경
임진왜란이 일고
끝이 나도
배꽃 피고 지길 16년
임은 오지 않고
임 그리운 이 시만
배꽃에 눈물로
적시고 적셨네
공주참판 마치고
재회하니
매창 35세 촌은 63세라
하룻밤만 머물고
자신의 흠결이 자손에게
미칠까 염려하여
이른 아침 떠나버리니
매창의 절망감
보고픈 그리움과 외롬에
시름시름 3년이 지나도
끝내 오지 않은 임
매창 38세, 저 세상으로 가고나니
이 소식 들은 유희경
매창과 지음인
허균, 임서와 함께
애도하는 마음으로
추모의 술자리를 하며
내가 먼저 넋을 위로 하겠다며
배꽃 향기에 태워
저승으로 보내는
유희경의 마음
'향기로운 넋 홀연히
흰 구름 타고 가니
하늘나라 아득히
머나먼 길 떠났구나
다만 배나무 정원에
한 곡조 남아 있어
왕손(허균, 임서)들 옥진(아름다운 힌 눈, 매창)의 노래
다투어 말한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