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의 변신
작가 ; 프란츠 카프카
출판년도 ; 1915
변신》(한국 한자: 變身,Die Verwandlung)은 프란츠 카프카의 중편 소설이다. 어느날 아침 눈을 뜨고 나니, 거대한 벌레로 변해버린 한 남성과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전말을 묘사한 소설이며, 카프카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소설이다. 1912년에 집필하여, 월간지의 1915년 10월호에 게재하고, 같은 해 12월 쿠르트 볼프 사(社)가 출판하였다.
카프카는 이 책을 집필하기 전에 집필하던 「판결」, 「화부」와 이 작품을 함께 엮어 출판하려고 계획하였으나, 출판사의 반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제1장[편집]
의류 회사의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는 그레고르 삼사는, 어느 날 아침 침대에서 눈을 뜨고는 자신이 거대한 벌레로 변해 버렸다는 것을 깨닫는다. 갑작스런 일에 당황하면서도, 그는 조금 더 자 보려 하지만, 수면에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없었다. 그는 등껍질을 침대에 대고 누운 상태에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여러모로 불만스럽게 생각한다. 출장으로 말미암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데, 기차를 갈아타야 하는 시간에 늦지 않도록 늘 신경을 써야 하고, 짧은 틈을 이용해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며, 상대할 고객들은 계속 바뀌어 깊이 사귈 수도 없기에 대인 관계에 항상 신경을 곤두세워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른 기상 역시 불만스런 일이며, '잠자리에서 일찍 일어난다는 건 인간을 바보로 만든단 말이야. 인간은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거든' 그레고르는 생각한다. 그러나 부모님이 사업 실패 때문에 사장에게 거액의 빚을 지고 있기 때문에, 빚을 청산할 때까지는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 출장 갈 시간이 이미 지났다. 그의 몸 상태를 두고 걱정하는 가족들과 방문을 사이에 두고 대화 하다가, 몸을 움직여서 침대에서 빠져 나오려고 할 때 그레고르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지배인이 온다. 근무 태만이라고 비난하는 지배인에게, 그레고르는 방 안에서 변명하지만, 아무래도 지배인은 그레고르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그레고르가 방 문까지 몸을 질질 끌고 가서, 간신히 열쇠로 방문을 열고 가족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가족들과 지배인은 공황 상태에 휩싸인다. 어머니는 마루 위에 털썩 주저앉고, 아버지는 울기 시작하며, 지배인은 질겁을 하며 도망간다. 그레고르는 지배인을 바로 쫓아가려 했지만, 아버지는 지팡이로 그레고르를 후려갈기고, 방으로 몰아넣어 감금한다
제2장[편집]
그 날 이래로, 그레고르는 방에서 꼼짝도 않고 단조롭고, 무료한 생활을 하게 된다. 여동생 그레테는 그레고르의 모습을 혐오하지만 방에 음식을 넣어주고 방 청소를 한다. 그레고르의 음식에 대한 기호는 완전히 바뀌어 신선한 음식에 식욕을 느끼지 못하고, 썩어가는 야채나 치즈에 식욕이 일게 된다. 그레고르는 낮에 창가에서 밖을 내려다보며 시간을 보내는 데, 잠을 잘 때는 긴 소파에 몸을 비집고 들어가고, 여동생이 들어 올 때도 신경 써서 그 곳에 몸을 숨긴다. 문 너머로 들려오는 대화에 따르면, 가족들에게는 적게나마 절약으로 모아놓은 비상금이 있어, 비록 유일한 일꾼을 잃었을지라도 앞으로 1, 2년은 생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그 돈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가족들은 안다.
그러는 동안 그레고르는 방의 벽이나 천장을 타고 기어다니는 습관을 지니게 되는 데 이를 알아차린 그레테는 그레고르가 벽을 타고 기어다는 데 방해가 되는 가구류를 방에서 치워 줄 것을 계획한다. 그레테는 어머니와 협력하여 가구류를 옮기기 시작하는 데 그레고르도 처음에는 신경 써서 몸을 숨기고 있었지만,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문득, 자신이 인간이었던 시절의 흔적을 없애 버려도 괜찮은 것일까 하고 회의(懷疑)한다. 그레고르가 자신의 뜻을 표출하려고, 벽에 걸려 있던 액자에 달라 붙자, 그런 그레고르의 모습을 본 어머니는 졸도한다. 최근 은행의 수위로 근무한 아버지가 귀가했을 때 그레테를 통해 그레고르가 난동을 부린 것으로 간주하고 그는 그레고르에게 사과를 마구 던진다. 그레고르는 깊은 상처를 입고,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제3장[편집]
아버지가 던진 사과가 그레고르의 등에 완전히 박혀버렸기 때문에, 그레고르는 그 상처로 1개월 동안 고통을 겪는다. 그 사이에 가족들은 빠듯한 형편으로 생활을 하는 데, 어머니와 여동생도 직장을 구해 일한다. 여동생은 더 이상 그레고르를 돌보는 것에 열의를 지니지 않게 된다. 가정부도 나이든 가정부로 교체하였다. 우연히 그레고르를 보게 된 그 가정부는 그레고르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수차례 그레고르를 조롱하러 온다. 한편 집을 신사 3명에게 하숙을 주고나서 그레고르의 방은 애물단지 같은 가구를 놓아두는 헛간으로 변해 버린다.
어느 날, 거실에 있던 신사 한 명이 그레테가 연주하는 바이올린 소리를 우연히 듣고 충동적으로, 자기쪽으로 와서 연주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레테는 요구받은 대로 신사의 앞에서 연주를 한다. 신사들이 처음부터 싫증 느끼는 데 비해, 그레고르는 연주에 감동하고 방에서 기어 나와 버린다. 그레고르의 모습을 본 신사들은 화를 내며, 당장 이 계약을 철회할 것, 지금까지의 하숙비도 지불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 실망하는 가족들 틈에서, 그레테는 이제 그레고르를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아버지도 그녀의 말에 동의한다. 그레고르는 쇠잔해진 가족의 모습을 보며 방으로 돌아와서는, 가족들의 애정을 회상하며 그 자리에서 사망한다.
다음 날, 가정부는 그레고르의 시체를 완전히 처치한다. 휴가의 필요를 느낀 가족들은 각각 직장에 결근계를 쓰고, 나들이하러 집 밖으로 나간다. 서로 대화 하면서, 아무튼 서로 자신의 일에 어느정도 만족하고 있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딸 그레테는 오랫동안의 고생 속에서도 어느새 아름다운 아가씨로 성장하였다. 부모는, 이제는 딸의 신랑감을 찾아주어야 겠다고 생각한다.
<변신의 읽기>
변신의 의미 영업사원인 그레고르가 처한 상황에서 변신한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그레고르는 벌레가 되어버린 직후 자신이 너무 피곤해서 환각을 경험하는 것이라며 생각에 잠긴다. “아아, 세상에! 나는 어쩌다 이런 고달픈 직업을 택했단 말인가. 허구한 날 여행만 다녀야 하다니. 회사에 앉아 실제의 업무를 보는 일보다 스트레스가 휠씬 더 심하다. 게다가 여행할 때의 이런저런 피곤한 일들이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기차를 제대로 갈아타기 위해 늘 신경 써야 하는 일, 불규칙하고 형편없는 식사, 상대가 바뀌어 결코 오래갈 수 없는 만남과 결코 진실하게 이루어질 수 없는 인간적 교류 등등. 악마여, 제발 이 모든 것들을 다 가져가다오” 그레고르는 일의 압박으로 지쳐있었다.
사회로부터 도피하려는 잠재욕망이 그를 벌레로 변신하게 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자아정체성 상실도 변신의 근거로 내세울 수 있다. 그레고르는 자신의 삶보다 가족의 안위를 우선시했다. 가족들은 돈을 받아쓰는 것을 당연히 여겼고 소비에 심취했다. 그레고르는 ‘경제력을 지닌 가장’이라는 역할에 묶여 살았던 것이다. 벌레로 변했는데도 “부모님과 여동생에게 이렇게 좋은 집에서 이런 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준 사람이 자신이라고 생각하니 커다란 자부심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 이 모든 안락과 행복과 만족이 끔찍스러운 결말을 맞게 된다면 어떡하지?”라며 최악의 상황에서도 가족을 걱정한다.
아버지가 숨겨 놓은 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방에 갇히고 난 이후 듣게 된 최초의 기쁜 소식”이라며 즐거워한다. 실존하는 존재로서 자아 획득에 실패한 그레고르는 벌레로 전락할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사실 그레고르는 인간이었을 때도 존재에 대한 불안감을 느꼈다. 출장 영업 사원으로 승진했을 때만 해도 일에 성공하면 즉시 현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돈을 내놓으면 모두들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식구들이나 그레고르나 다들 익숙해져서 이젠 당연한 일”이 된 탓이다. “식구들은 그레고르가 벌어다 준 돈을 감사하게 받았고 그는 그 돈을 기꺼이 내놓았지만 애틋한 정 같은 것은 이제 더 이상 오가지 않았다.”
자본주의와 가족관계의 변화 자본주의도 <변신>을 읽는 하나의 코드다. <변신>은 세계 1차 대전(1914~1918)이 발발한 지 1년 뒤인 1915년에 출간됐지만 집필을 완성한 시기는 1912년이다. 카프카가 이 소설을 쓸 당시는 식민지 약탈자본주의가 극에 달하던 시대였고, 시장을 둘러싼 제국주의 열강들이 무력으로 충돌(세계대전)하기 직전이었다. 빈부의 격차가 심화해 노동자-자본가의 계급 갈등도 격화했고, 특히 노동자들은 생계의 위협 속에 살아남기 위한 살인적 노동강도에 시달려야 했다. 노동의 진정한 가치는 사라졌고 인간은 돈의 노예로 전락했다.
지금으로 치면 산재보험공단 공무원 신분이었던 카프카도, 경제적 여건은 다소 나았지만,본질적인 상황은 일반 근로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산재 노동자들의 아픈 사정을 현장에서 체험하고 그들을 옹호하면서 당시의 자본주의적 모순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그는 퇴근하면 매제의 공장 일도 도왔고, 틈틈이 창작에 매진했다. 사회주의 청년 서클 믈라디히 클럽(젊은이의 클럽이라는 뜻)에 가입해서 활동하기도 했다. 카프카는 시대적 상황과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바탕으로 <변신>을 통해 자본에 휘둘리는 가족관계에 대해 고찰한다. 그레고르는 벌레가 됐다는 이유로 가족들로부터 철저히 소외된다
. 더 엄밀히 말하면 벌레=돈 못 버는 무능력자가 된 탓이다. 그레고르가 경제활동을 했을 때 가족 구성원은 어느 누구도 돈을 벌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벌써 오 년 째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매사에 자신감이” 없었으며, “천식을 앓고 있는 어머니는 집 안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몹시 힘들어” 했고, 17살인 여동생은 “무엇보다 바이올린이나 켜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그레고르의 변신은 가족들의 변신으로 이어졌다. 아버지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서 있는데다 은행의 사환들이나 입을 것 같은 금색 단추가 달린 뻣뻣한 푸른색 제복(은행 안내원)”을 입게 되고, 어머니는 “양장점에 넘길 고급 내의를 바느질”하게 됐으며, “점원으로 취직한 여동생은 장차 더 나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저녁마다 속기와 불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경제력을 갖춘 가족들은 돈을 벌지 못하는 그레고르를 돈을 축내는 괴물 같은 존재로 치부한다. 심지어 여동생은 “우리는 이제 벗어나야 해요”라며 노골적으로 그의 존재 자체를 배제시키려 한다.
<변신>에서 찾는 부조리 부조리는 실존주의 용어로 인생에서 삶의 의의를 찾을 희망이 없는 절망적 상황을 뜻한다. 실존주의가 사상사에서 제 자리를 잡는 것은 1차대전 이후이고, 문학·예술의 영역으로 확산되는 것은 2차대전 이후 즉 카프카가 죽고도 한참 뒤의 일이다. 하지만 사르트르나 까뮈 등 훗날 실존주의 문학의 주역들은 카프카를 자신들의 계보의 맨 앞쪽에 모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카프카의 작품 곳곳에 도사린 ‘부조리’와 ‘불안한 인간 존재’라는 문제의식이 실존주의의 그것들과 고스란히 겹치기 때문이다.
카프카는 존재 이유를 상실한 인간의 불안한 내면세계를 갑충으로 변신한 그레고르의 독백 형식으로 표현한다. 소설은 시작부터 부조리한 상황을 언급한다. 그레고르는 갑충으로 변해 인간이 아니지만 자신을 인간으로 인식한다. 벌레로서의 삶을 거부해 파멸에 이를 수 밖에 없는 과정은 소설 곳곳에 산재해 있다. 방 문 밖에 있는 지배인에게 “제가 곧 회사로 가겠습니다”라고 얘기하고, “지금 온몸으로 가리고 있는 이 그림만은 이제 분명 어느 누구도 빼앗아가지 못하리라”고 하면서 쓸모 없는 그림에 집착하다가 아버지가 던진 사과폭탄을 맞아 “엄청난 고통”을 당한다. 음식을 “장난 삼아 한 입 물어넣을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면 몇 시간 동안 그대로 물고 있다가 대개 다시 뱉어”버리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기도 한다.
특히 여동생이 하숙인 3명 앞에서 바이올린을 켜다가 그레고르가 등장한 사건은 죽음의 빌미가 된다. 소동이 잦아들자 여동생은 “저것이 정말 오빠라면 우리가 자기와 같은 짐승과는 함께 살 수 없다는 것쯤은 벌써 알아차리고 제 발로 나가주었을 거예요”라고 그레고르의 존재를 부정한다. 그날 밤 그레고르는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