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포스의 후계자, 기예르모 오초아
2005년 12월 21일
- FIFAworldcup.com
그는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펼쳐진 헝가리와의 친선경기에 출장하여 팀의 2-0 승리에 일조했다. 비록 그 경기가 축구 팬들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현재 멕시코 대표팀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진 프란시스코 기예르모 오초아의 첫 번째 국제경기로 기록되었다. 그는 올해 20살이기 때문에 내년 여름 독일 월드컵에서 질레트 최우수 신인 선수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쟁쟁한 골키퍼를 배출한 멕시코
멕시코 축구 역사를 돌이켜보면 뛰어난 골키퍼가 많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사상 최초로 FIFA 월드컵 5회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세운 전설적인 골키퍼 안토니오 카르바얄이 멕시코 골키퍼 계보의 시작이다. 그를 이어 이그나시오 칼데론과 파블로 라리오스가 자국에서 개최된 1970년, 1986년 월드컵에서 멕시코가 6위를 차지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독특한 재능을 가진 호르헤 캄포스는 1994 미국 월드컵에서 그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선수시절 화려한 유니폼을 즐겨 입었던 아카풀코 출신의 캄포스는 뛰어난 민첩성과 신체적 약점을 극복한 점프력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게다가 스트라이커로서의 재능도 남달랐던 캄포스는 멕시코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위대한 축구 선수로 추앙 받고 있다.
오랜 기간동안 부동의 주전 골키퍼를 지낸 캄포스가 은퇴한 이후, 그와 유사한 플레이 스타일을 가진 오스카 페레스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활약했고 같은 대회에서 데뷔전을 치렀던 오스왈도 산체스가 현재 주전 골키퍼를 뜻하는 1번 유니폼을 입고 있다. 전 세계에서 손 꼽히는 골키퍼 중 한 명인 산체스는 독일 월드컵에서 주전 골키퍼로 경기에 나설 공산이 크다.
오초아의 등장
아직까지 축구 팬들의 귀에 익지 않은 프란시스코 기예르모 오초아라는 긴 이름을 가진 어린 선수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 아메리카에서 성인 무대 데뷔전을 가졌다. 레오 벤하커 아메리카 감독이 클럽 유스 팀 경기를 우연히 참관하게 된 때는 2004년 초였다. 전술의 귀재라 불리는 네덜란드 출신의 벤하커 감독은 베테랑 골키퍼 못지 않은 판단력을 가진 18세 소년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빈하커 감독은 “너는 지금부터 1군과 함께한다”는 말을 남기며 그를 전격적으로 승격시켰다.
그로부터 몇 주 뒤 아메리카 팀의 주전 골키퍼 아돌포 리오스의 부상으로 오초아가 전설적인 아즈테카 경기장에서 1군 데뷔전을 가졌다. 누구나 데뷔 무대에서 긴장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실이지만 오초아는 긴장감을 떨쳐버리고 냉철하게 경기를 이끌어 나갔고 결국 시즌 말미에는 모든 팬들에게 아메리카의 주전 골키퍼로 인정 받았다. 게다가 최우수 신인상마저 수상했고 움베르토 그론도나 감독이 지휘하는 20세 이하 대표팀에서 주장으로 선임되었다.
하지만 다음 시즌의 시작은 좋지 않았다. 멕시코 청소년 대표팀이 2005 네덜란드 세계 청소년 대회 본선 진출에 실패했고, 소속 팀의 새 감독으로 부임한 오스카 루게리 감독이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골키퍼 출신의 세바스티안 사야를 영입하면서 오초아의 팀 내 입지가 줄어들었다. 그러나 2달도 채 지나지 않아 오초아는 경험 많은 사야를 제치고 주전 자리를 다시 차지했다.
미래가 촉망되는 오초아
오초아는 2005년 팀 우승의 1등 공신이였다. 아메리카는 2005 클라우수라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30경기 무패 행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완벽한 시즌을 보낸 그는 다른 라이벌 골키퍼들을 제치고 멕시코 대표팀에 발탁되었다.
그리고 얼마 뒤 유능한 선수들과 함께 북중미 골드컵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경기에는 나서지 못했지만 오초아는 국제 수준의 축구를 현장에서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수요일 오초아는 헝가리를 상대로 후반전에 교체 투입되며 마침내 꿈을 이루었다. 그는 과감한 플레이로 헝가리 공격을 막아내며 만족스러운 대표팀 데뷔 무대를 가졌다. 그는 경기 후에 있었던 인터뷰에서“비록 몇 분 출장하지 못했지만 경기장에서 뛸 수 있어서 행복하다. 나에게 신임을 보내준 감독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 경기가 2006 독일 월드컵으로 가는 첫 단계라고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아메리카 팬들의 영웅
오초아가 가진 최고의 재능은 동물적인 반사 능력이 아니라 격한 상황에서도 항상 침착한 그의 냉철함에 있다. 2005년 11월에 있었던 클라우수라 챔피언십이 그의 재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당시에 그는 페널티 지역 모서리에서 날아오는 대포알 같은 프리킥을 막아냈고 그 덕분에 시즌 최고의 선방을 보여준 골키퍼에게 수여되는 최우수 세이브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오초아는 단순히 슈팅을 막아내는 골키퍼가 아니다. 그는 개인기와 킥 능력을 갖추었고 깨끗한 수비 능력도 가지고 있어서 효율적인 경기를 진행할 수 있다.
그라운드를 호령하는 오초아이지만 팬들과도 가깝게 지내며 아메리카 클럽의 지역 팬들에게 영웅으로 추앙 받고 있다. 긴 곱슬머리를 휘날리며 힙합 스타일의 옷을 즐겨 입는 오초아는 유명 팝 가수와의 열애 때문에 멕시코 스포츠 신문과 잡지의 단골 손님이기도 하다.
과달라하라 출신인 그는 멕시코의 미래를 책임질 골키퍼로 현재 대표팀 주전 골키퍼인 오스왈도 산체스의 대체 요원이 아니라 주전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일 선수이다. 아직 미완성인 멕시코 대표팀에서 오초아의 등장은 멕시코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한 단계 가까이 갔음을 의미한다. 그가 몰고온 돌풍은 멕시코를 떠나 곧 2006 독일 월드컵에서도 불어 닥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