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의 생태 /송차식
3월이 오고 있다. 겨울은 벌들도 휴면기를 맞는가 보다. 추워지면 견디기 힘들어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엄동설한을 이기고 잘 견뎠다는 벌들이 햇볕을 찾아 들판으로 날아다니는 것이 보인다. 여리기만 한 흰나비와 노랑나비도 훨훨 자유의 몸짓으로 날갯짓한다
벌 똥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했다. 유리가 큰 화물차를 농장 모퉁이에 주차해 놓았다. 봄씨앗을 넣고 풀뿌리를 캐며 부산을 떠는 농가의 하루는 짧기만 하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즈음 기온이 떨어지면서 차가운 날씨가 귀가 시간을 재촉한다.
양지바른 차량의 앞 유리에 누런 자국으로 길게 짧게 벌이 똥을 지려 놓았다. 벌 똥은 집을 만들기 위해 분비하는 누런빛으로서 상온에 닿으면 단단하게 굳는 성질을 갖는다. 방수제나 광택제로도 쓰이며 절연제로도 쓴다고 한다. 꿀에 못지않게 유용한 물질인가 보다. 아마 벌들은 따뜻하게 비춰주는 유리를 그들의 볼일 보는 장소로 착각이나 한 듯, 유리 전면이 벌 똥으로 미어져 있다. 저걸 어떻게 지워야 하지. 물로 씻어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
봄기운이 다가오니 양봉하는 이웃이 있어 벌들의 군락지가 되고 있다. 우리 농장에는 벌들이 서식 못 하는 이유가 있다. 벌들은 푸름이 있고 꽃이 피는 식물이 있는 곳으로 몰려든다. 꽃을 찾아 꿀을 뽑아서 할 일을 마무리한다. 그러나 농장주의 부지런함 때문인지 잡초일망정 풀 한 포기 보이지 않게 말끔하기 때문이다. 갈 곳 없어 헤매다 차량 유리에 빛 따라서 노략질을 하는 것이 벌들의 일과이다.
계절은 꽃과 벌의 조화로 이루어진다. 자연 속에서 새소리 바람 소리 들으며 힐링하는 것으로 좋은 결이 되고도 있지만, 벌은 순하게만 볼 수 있는 곤충은 아니다. 작고 앙증스러운 종류도 있지만 만만하게 보아서는 안 된다. 차량이나 옷가지며 몸까지 노란 벌 똥의 세례를 받고는 스트레스가 되는 경우도 더러 보인다. 벌 똥이란 것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노란 똥의 테러라는 것을 직시한다.
양봉장의 꿀벌을 유심히 지켜보면 꽃 속에 꿀을 섭취하는 광경은 신비하다. 때에 따라서 독침이 있는 말벌을 만나면 위험하여 목숨까지 잃는 경우도 있다. 말벌에 쏘이면 얼른 침을 제거하고 비누로 씻은 다음 얼음찜질을 해야 한다. 금방 부어오르는 부위에 통증을 쉽게 가라앉히는 방법이다.
벌 똥으로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지만, 벌들이 꿀을 채취할 때 묻혀오는 꽃가루 화분에는 다양한 영양분이 많다. 양봉하는 분이 꽃가루 화분 한 병을 선물로 주었다. 어떻게 먹는지를 알지 못했다. 노란 꽃가루가 약간 달짝지근하며 쉽게 먹히지는 않았다. 꽃가루 화분에는 인체에 필요한 많은 영양소가 있다. 아미노산, 비타민, 칼슘과 미네랄이 풍부하고 허약체질과 노화 예방 등의 효능도 가진다. 냉장고에 잠자고 있는 노란 꽃가루 화분을 내어서 본다. 소중함을 몰랐다. 잘 챙겨 먹는 날들을 만들어야겠다.
벌 똥이 뜸하게 보이는 것은 벌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올봄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여 전국에서 약 70억 마리 이상의 벌이 사라졌다고 했다. 양봉 농민들은 월동 중인 벌을 깨워 먹이를 주며 본격적인 양봉 준비를 한다. 봄 벌 깨우게 하는 과정에서 벌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이는 꿀벌 대량 실종 현상이다. 날씨에 속고 기생충에 우는 이상기후나 응애 발생이 복합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응애는 꿀벌에 기생하면서 체액과 조직을 먹고 자라는 해충이다. 이들은 꿀벌 성장을 방해하며 벌들이 사라지는 원인제공을 하였다.
특히 꿀벌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곤충이다. 변덕스러운 날씨 영향도 컸다. 추운 날씨에 월동해야 하는데 기온이 높아지면, 꿀벌들은 외부 채집 활동하면서 체력 소진으로 면역력이 떨어진다. 체력 약화로 돌아오지 못하는 벌들이 폐사하는 경우가 많다. 협회에 등록하지 않은 양봉 농가가 많아 더욱더 피해 농가가 늘지 않을까 걱정이다. 변덕스러운 계절이 꿀벌들을 미궁에 빠뜨리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꿀벌 설에는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은 고작 4년 더 생존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이 없고, 동물이 없고, 인간이 없다는 설이다. 꿀벌은 식물의 수분을 돕는 꽃가루를 암술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농작물의 70% 이상이 꿀벌로 인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꿀벌이 인간 생존에 필수적이고 생명 유지, 연장을 제공하고 경제적 가치를 주는 곤충으로 멸종하게 되면 인간도 생존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벌은 과연 인간들에게 꼭 있어야 하는 미물인가. 해가 되는 것보다 이로운 미덕을 훨씬 더 많이 가지는 벌이 사람들과 동반자가 될 것인가에 연구진들은 이미 긍정적인 답을 내놓았다.
명절이 되면 우뚝한 산을 올라 조상 묘를 찾는다. 우거진 풀숲에 낫으로 베어 가며 길을 만들기도 한다. 순식간에 벌의 습격을 맞는다. 머리를 쏘이기도 하고, 눈 둥치를 쏘이기도 하고, 입술에도 일침을 맞는다. 퉁 부어 있는 모습들이 마치 미지에서 온 사람처럼 애처롭기만 했다. 생명에 지장만 없다면 벌침을 맞은 양 몸에 이롭다는 것이다. 때로는 벌이 성가시게 하지만 인간을 이롭게 하고 달콤한 꿀을 주니, 벌 똥 세례와 벌침 정도는 곱게 눈 흘기고 말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