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영 시인의 <별 아이가 보낸 편지> 동시집을 읽고
① 시인의 말
“아름답게 여겨지던 것들에는 늘 사랑이 깃들어 있었다. 열 살 때 3년간 계속된 6.25전쟁 속 공습경보로 호롱불조차 마음대로 켤 수 없던 밤, 비행기와 대포 소리에 무서워 잠 못 드는 우리를 누여놓고 엄마는 동요를 불러주셨다.“
어린 날, 동요를 불러주던 엄마의 사랑이 시인을 행복하게 키워 내었나 보다. <사랑하면> <미안해, 정말> <그단새 봄이 왔네> 시가 그렇다. 독자도 시를 읽고 있으면, 마음에 따스함이 퐁퐁 솟아난다. 시인은 생활 속에서도 행복 전염 전도사이다. 늘 웃음 고인 얼굴로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고운 시로 들리는걸.
② <그런 줄 몰랐어> 시 1연은 사실 서술형, 5연은 웃음소리를 가져와 웃음의 속성을 들여다보는 혜안으로 강조하는 기법의 시를 썼다. 이렇듯, 군데군데 시인의 재능이 뛰어남을 깜짝 깜짝 놀라면서 읽는다. 그래서 이번에 ‘김성도 문학상’과 ‘조연현 문학상’을 한꺼번에 수상하였다. 축하할 경사다.
③ 시인은 별과 쓰레기와 쇠똥구리와 까만 봉지에서 뿔난 감자와 나무의 마음도 시에 담는다. <별 부자 되던 밤> <쇠똥구리 걸작품><별 아이가 보낸 편지><GPGP 섬><함박눈><아름다운 이유> 시가 그렇다.
나는 시인이 보낸 따스한 시를 읽으며 미처 놓쳤던 내 눈길도 돌아보고 생각의 깊이도 돌아보게 된다. 읽을수록 마음 따스해지고 기분 좋아지는 시를 보내준 선생님께 감사를 올린다.
책명-별 아이가 보낸 편지
저-이선영
출-북랜드
독정-2023.11. 26. 일
<사랑하면>
어미 곰이/새끼 안고 눈 감고 있네 /북극 바람이 차가와도 참 따뜻하겠네
<미안해, 정말>
필 듯 필 듯 하면서도/ 아직은 감감한/ 목련 봉오리 쳐다보다가//아차! 곷다지가 피운 꽃/ 난 못 봤어// 발아래 작은 봅꽃/생각 못 했어/ 높은 곳을 먼저 봐서 참 미안해
※ 높은 곳만 쳐다보며 발 아래 중요한 것을 놓치지 말자는 이야기가 교훈처럼 안겨온다.
<멋진 시간표> 답답한 마음 청소하는/그런 시간표가 있다면/ 가슴 뚫리도록/눈물 줄줄 흘리며/소리 내어 실컷 웃고나면 /속상하던 마음도 다 풀릴 멋진 시간표-
<그단새 봄이 왔네>
마른 잔디 머리를/ 쓰다듬는 봄바람/ 이제 덜 춥지?// 비둘기 서너 마리/ 연신 콕콕/ 문 따 주고 간 자리에// 어, 봐라!/그단새 웃고 있네/ 민들레 제비꽃이
※ 마음 바탕이 온유한 시인의 눈에는 봄바람도 마른 잔디 머리를 쓰다듬고 비들기도 봄 문을 따주는 게 보인다.
<그런 줄 몰랐어>
웃음을 못 참아서/ 꽃이 핀단다// 목 안에 꽃술들이/간질대며 올라와//(중략)
우하하 꽃이 핀다/웃음을 못 참고
※ 1연은 사실 서술형, 5연은 웃음소리를 가져와 강조해놓은 기법이 빼어난다
<쇠똥구리 걸작품>
굴러간다 굴러간다/쇠똥구리 경단/ 엎디어서 굴러도 신나지//
구덩이에 빠지면/수십 번 다시 굴려/세운 발끝 안간힘으로 올려 놓으면 힘이 더 나지//
지나는 발길들/요리조리 피해가며/부서질까 속이 타는 쇠똥구리 작품 봐
※ 시인이 감탄한 것을 2연에 담았다. 수십 번 굴려 세운 발끝 안간힘으로 올려놓는 모습으로.
<함박눈>
꽃 없는 겨울이면/ 꽃 보고 싶을까 봐//(중략)
소리 없이 내린다/ 함박눈으로//
<아름다운 이유>
누구든 되고 싶지/ 꽃 같은 사람/ 별 같은 사람이//(중략)
꽃과 별이/ 아름다운 건/ 닮고 싶은 사람이 많아선가 봐//
<별 아이가 보낸 편지>
※별 아이가 지구에 사는 아이를 부러워하며 보낸 편지 시를 읽으면 내가 별이 되는 이야기 시다.
※ 시인은 별과 쓰레기와 나무의 마음과 웃음의 속성을 들여다보는 혜안으로 시를 써서 ‘김성도 문학상’과 ‘조연현 문학상’을 한꺼번에 수상하였다.
<별 부자 되던 밤>저 별은 누가 주인이야./좋아하는 사람이 임자겠지.//
<GPGP섬>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그 사이 큰 바다에/ 날마다 커간다는//
GPGP(태평양 거대 쓰레기장 Great Pacific Garbage Patch) 쓰레기 공룡 섬//
생각없이 버려진 것이 울며 크는 아픈 섬
<만약 나무가 된다면>
햇살 쪽쪽 빠는 이파리 소리/물 잣는 실뿌리 온갖 얘기에/나도 몰래 웃음 나면 또 어쩌나//
작은 새들이 긴 팔 위에 노래 부르다/별빛 이고 곤히 잠이 든다면/두 팔이 아파도 참아야 할 텐데.
<웃음은> 밝고 기분 좋은/웃음은/ 가볍게 날아오르지// 웃어라/ 눈뜨고 환하게/가라앉던 마음도 둥둥 뜨게//
<지금은 잘 몰라> 씨앗들은/ 꽃들의 꿈 집이야//아주 작은 것도/새들이 깃드는/ 큰 나무를 품고 있어//씨앗 보고/ 함부로 말하지 마
<곶감 말리기>
(중략)햇살 환한 가을 뜰에/ 주홍빛 커튼을/줄줄이 치고 있네//
(중략)얼음 알 같은 겨울에/따스한 선물 주려/ 곶감은 지금 익어가는 중
<그걸 몰랐네>
팔손이/ 큰 잎자루가/어깨 축 내리고 섰다.//(중략)
어린 새잎/ 햇빛 많이 받으라고/ 비켜 선 걸 몰랐네//
<감자가 뿔났다>
까만 봉지 안에서도/봄 오는 걸 어찌 알고/ 감자가 뿔났다//
시들어진 가슴에/오롱조롱 새끼 감가/하얀 발이 생겼다//
봉지 속 감자가/야단들이다/ 우리도 흙 속에서 크고 싶다고